영 대접 : 요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요.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생. 나 과제해야 하는데 네가 주말에 와서 도와줘. 와서 조카도 좀 보고.”
“이번 달에는 김장하잖아. 그때 가려고 했는데? 그리고 주말은 곧장 내일이잖아.”
누나는 내게 건축을 전공했으니 공간 관련 과제를 도와달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누나의 부탁에 짜증부터 냈지만, 결국 토요일인 내일 안성 엄마 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잘된 일이었다. 마침 ‘엄마께 식사 대접’ 프로젝트를 프로포즈할 예정이었으니 내일 직접 말씀드리면 되는 일정이었다. 괜히 누나에게 짜증부터 낸 것 같아서 미안했다. 누나와 통화를 끝낸 후 노트에 엄마께 어떤 내용으로 프로포즈해야 할지 써 내려갔다.
계획은 다음과 같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총 5개월 동안 다섯 번 대접한다. 식사는 하나의 메인 요리 그리고 사이드 요리, 음료 또는 디저트를 준비한다. 총 다섯 번의 대접이니까 다섯 개의 컨셉를 짜서 대접하기로 했다. 장소는 엄마 집 부엌 그리고 모든 요리는 내가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범위의 안에서 정하기로 한다. 당장 11월에는 가족 연례행사인 김장이 있으니까 갓 만든 김치나 김칫소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면 좋을 것 같고, 12월은 연말 느낌으로, 1월에는 설날이 있으니 명절 음식, 3월은 엄마 생신이 있으니까, 생일상을 차려드려야겠다.
큰 틀을 이렇게 잡았다. 준비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며 대접하게 된다면 엄마가 기뻐하실 식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면 요리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 더불어 내가 얼마나 요리를 사랑하는지 실험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계획을 진행할 수 있는지 엄마께 동의를 구하고자 내일 안성에 내려갈 계획이다.
누나와 통화 후 내가 간다는 소식을 들으신 엄마는 카톡으로 한 달 만에 만나는 아들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엄마는 또 아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으신가 보다. 물론 나에게 엄마 밥이 제일 맛있기는 하지만 괜히 고생하실까 그냥 집밥이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요리만 잘하면 효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