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올랐지만 여유는 늘지 않은 시대
기술은 이렇게 빨라졌는데, 우리는 왜 그대로일까?
기술은 진짜 많이 발전했다.
예전엔 며칠 걸리던 일이 지금은 몇 시간이면 끝난다.
직접 뛰어다니던 일도 이제는 화면 몇 번이면 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일은 훨씬 쉬워진 게 맞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이렇게까지 빨라졌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이, 아니면 더 오래 일하고 있을까?
기술이 발전하면
노동시간은 줄어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상식 같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이렇다.
어제까지 3일 걸리던 일이
오늘은 하루면 된다.
그럼 남은 이틀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자리에 다른 일이 들어왔다.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되면
그 일은 이제 “하루짜리 일”이 된다.
그리고 그게 새로운 기준이 된다.
기술은 속도를 올렸는데
우리는 속도에 맞춰 기대치를 올렸다.
그래서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을까?
기업도 사실 8시간을 정확히 계산하진 못한다.
지식 노동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8시간은
성과라기보다 하나의 약속 같은 거다.
“나는 오늘 이만큼의 시간을 회사를 위해 썼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 더 할 수 있지 않나?”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같은 결과를 더 빨리 끝내고
시간을 돌려줄 것인가.
아니면
같은 시간을 쓰되
결과를 더 높일 것인가.
시대는 거의 항상 두 번째를 택해왔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은
노동시간과 반비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치와 비례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준이 올라간다.
효율이 좋아질수록
요구 수준도 올라간다.
결국 우리는
더 강한 도구를 쥐고
더 높은 산을 오르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술은 계속 우리를 도와주려고 등장했다.
증기기관도, 전기도, 인터넷도.
모두 시간을 아껴준다고 했다.
그런데 노동시간이 줄어든 건
기술 덕분이 아니라 제도 덕분이었다.
주 5일제도 누군가 싸워서 만든 거고,
근로시간 제한도 사회가 합의해서 만든 거다.
기술은 가능성을 만들었고,
시간으로 바꾼 건 사람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지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빨라졌다.
어쩌면 우리가 다 못 따라갈 만큼.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8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가
은근히 중요한 신호처럼 남아 있다.
속도는 미래로 가고 있는데
시간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묶여 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우리는 더 많이 일할 것인가,
아니면 덜 일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선택을 보면
우리는 늘 더 많이 쪽을 택했다.
그래서 기술은 발전했는데
노동시간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기술과 노동시간은
자동으로 반비례하지 않는다.
그 둘 사이를 결정하는 건
우리가 어디에 쓰느냐일지도 모른다.
속도를
확장에 쓸지,
여유에 쓸지.
기술은 이미 충분히 빨라졌다.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