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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와그작 Nov 05. 2022

[3CI] 01. 투박한 브랜드가 팔린다

3 CASES INSIGHT :  어글리어스, 노프, 신이어마켙

대충 그린 캐릭터

이모티콘, 마스코트 등에 활용되는 귀여운 캐릭터에서 ‘직선이 사라졌다’고 느낀 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제는 아예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캐릭터가 많다. 대충 그린 듯한 선에, 이목구비는 거의 점으로 그려져 있다. 극단적으로는 최고심(@gosimperson)과 누누씨(@nunu.ssi)와 같은 캐릭터가 나와서 걸러지지 않은 날것의 메시지를 던진다. 투박하다. 사람들은 (전보다 더) 고유한 개성을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개성은 매끄럽고도 세련된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워졌다.


투박한 것이 개성을 가진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1. 어글리어스, 못생겨서 억울한 농산물을 정기배송합니다. 
"못생겨도 괜찮아" 못생겨도 신선하고 맛있는 채소는, 못생겼기 때문에 괜찮은 걸 넘어서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글리어스(@uglyus.market)는 지속 가능한 식탁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 브랜드이다. 완벽한 외형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1/3에 달한다며, 이 브랜드는 환경을 위해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한다고 표방한다. 이를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도, “못난이 농산물을 헐값에 사들이는 관행을 깨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산하여 건강한 생산이 지속되도록” 힘쓴다. 생분해 비닐과 펄프용기, 종이백 등 플라스틱 없는 포장만을 사용하고,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농산물 구출로 아낀 물의 양, 플라스틱 수와 절감한 탄소의 양이 명시되어 있다.

채소가 못난이가 된 사연은, 모두 채소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야기이다.


소비자는 어글리어스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환경을 위한 소비, 생산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소비, 건강한 농산물을 먹는 자신을 위한 소비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2. 노프, 버리지 않을 방법을 고민합니다.
노프에서 구매를 하는 행위는 싼 물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구출'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다.


노프(@noff_inearth) 역시 물건이 버려지지 않는 것에 집중한 브랜드이다. 공산품 중에서 약간의 흠집이 있는 B급 제품을 ‘구출’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버려질 뻔한 물건을 버려지지 않게 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미션이라고 한다. 어글리어스보다 구출이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판매 중인 물건을 보는 탭 이름도 ‘구출’이고, 입점 신청 버튼도 ‘구출 신청’이다. 

물건들이 전부 똑같지 않고, 모두 각자의 결함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구출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약간의 결함이 있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출자가 되는 경험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3. 신이어마켙, 폐지줍는 시니어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빈곤노인의 창작물을 구매하는 행위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소비이다.


신이어마켙(@new.year_market)은 주로 폐지수거를 통해 생활하는 빈곤노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선물하여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시니어들의 이야기와 손길이 담긴 스티커, 노트, 엽서 등의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들과 신이어마켙의 주 소비자층인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이어상담소'가 있다. 신이어상담소는 청년들의 고민을 수집하여 시니어들의 손글씨로 답장을 받아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이다.

감성, 가식, 아름다움까지도 집어던지고 남은 투박한 메시지는, 위로의 본질을 담아낸다.


따라하려 해도 따라할 수 없는 진솔한 노인들의 콘텐츠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이들을 위해 신이어마켙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위대해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소비

지그문트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성적인 욕구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이라는 두 가지 동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존 듀이는 인간성의 내부에 존재하는 가장 강렬한 갈망은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라고 말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카네기는 이러한 욕구는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타는 듯한 갈증이라며, 이것을 충족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 중요해지고 싶은 욕망을 해소할 방법은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 장강명의 소설 <표백>에서는 이전 세대와 달리 위대해질 기회가 사라진 젊은이들이 (극단적이게도)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다. 이들은 사회가 평가하기에 가장 우수한 성취인 시험 합격, 취업 등의 성취를 이루고 자살하는 것이 자신들이 위대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한다. 2011년의 이 소설에 대해, 현세대는 위대함의 정의가 바뀐 것이며, 위대해질 방법을 일상에서 찾고 있다는 답변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 일상적이고 작은 행동에서 이러한 중요한 사람이 되는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연예인과 대중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릴스에서는 누구나 반짝 스타가 될 수 있다. 콘텐츠는 이제 방송사가 아닌 유저가 만든다. 전 세계의 네티즌은 관심사가 일치하는 익명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연대한다. 이렇게 우리는 위대해질 새로운 빈틈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소비이다.


남들이 보기 좋으라고,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만든 인위적이고 매끄럽게도 세련된 것들은 이제 소비자에게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투박하더라도 진실된 것이 팔리는 이유이다. 폐지 수거 노인분들이 일자리를 가지도록 하고, 버려지던 채소와 공산품이 제 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처럼, '소비'라는 행위는 위대해지려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앞으로 브랜드는

앞으로 브랜드는 자기 신념에 취해 미치도록 개성적이거나, 누구의 마음에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투박해야 한다. 이 사실을 잊고 애매하게 세련된, 매끄러운 창작물을 내놓지 않도록 배운 점을 기록해 둔다. 


브랜드의 진심을 찾아 우직하게 투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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