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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은 Sep 30. 2018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에브리데이(2018)

'정의'할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다른 사람으로 찾아온다면 느낌이 어떨까? 


우리가 이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몇 년 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뷰티 인사이드'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소재 때문에 이 영화는 '미국판 뷰티 인사이드'로 소개되곤 하는 것 같다. 내가 본 이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 보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좀 더 복잡한 영화였다. 하이틴 영화 특유의 가벼움과 소재의 복잡함이 나름 잘 어우러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



보이지 않음으로부터의 불안감


"넌 이상형이 어떻게 돼?"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외적 취향을 답할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정해놓은 외적 취향이 아예 없는 것 역시 드물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리아넌(앵거리 라이스)' 또한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날씬하고 멋진 어깨를 가진 사람"이라고 대답하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리아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A'는 이러한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A'는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물리적인 '무언가'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문뜩, 예전에 [알쓸신잡] 시즌 1에서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도 자아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안정된 곳에 새기곤 하는 것이다."


왜 수많은 연인들이 낙서로 그들의 사랑을 남기는 가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생각이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이 말을 떠올렸던 이유는, 아 어쩌면 우리가 외적인 모습에서 특정한 이상형을 가지는 것 역시, 사랑이란 감정이 보이지 않아 불안정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무언가로부터 안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랑은 볼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그래서 내가 직접 온전히 가늠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닐까? 연인들이 이러한 마음에 수많은 낙서를 남기는 것이라면, 어쩌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외적 이상형 역시, 이러한 불안함을 없애기 위한 보호막 같은 것이지 않을까.


어쩌면 'A'가 물리적 실체가 없어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가장 사랑과 닮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특정한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느낄 수 있고, 보이지 않아서 믿기 힘들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랑처럼 A도 보이진 않지만 느낄 수는 있는, 그래서 사랑할 수 있는 사랑과 닮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리아넌과의 사랑이 더 예쁘고 이상적으로 보인 것 같다.





이상적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적 새드엔딩 


이런 밝고 달달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결말은 안타깝게도 새드 엔딩이다. 결국 A와 리아넌은 서로를 자신의 삶에서 떨어트리기로 했으니. 여기서 좀 아쉽다고 할 수 도 있겠다. 비슷한 소재의 [뷰티 인사이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는데 왜?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본 [뷰티 인사이드]의 '우진'과 [에브리 데이]의 'A'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인물이다. 우진은 어느 순간부터 매일 모습이 바뀐다면, A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삶을 채워간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 그래서 결말의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차이는 우진은 매일 '자신'의 모습이 바뀌지만, A는 매일 다른 '타인'의 몸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매일 모습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나'를 인지할 수 있음과 '나'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음은 아주 다르다. 우진의 연인이 매일 바뀌는 모습을 수용해야 한다면, A의 연인은 이에 더해 매일 나타나는 새로운 타인의 일상까지 배려해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능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화 속에서 A가 들었던 예처럼, 시간이 지나 A가 유부남의 몸에 들어간다고나, 아이가 낳고 싶어진다거나 할수록 그들은 더욱 함께하기 힘들어질 테니까.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은 새드엔딩이 옳다. 그들의 마음 속 이상 보다 현실은 더 가혹하기 마련이니.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은 현실적이어서 슬픈 새드 엔딩이다.




전반적으로 라이트하게 볼 수 있는 하이틴 로맨스다. 보는 내내 남주가 바뀌어 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그마저 사랑스럽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는 새드엔딩의 무거움이 안타깝지만 만족스럽다. 중간중간 연출의 미성숙한 부분이나, 스토리가 급전개 되거나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충분히 사랑스러워서 달달함이 땡길 때 킬링 타임용으로 좋을 것 같다. 


나의 별점 : 3.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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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입니다 :D 영화를 끄적입니다. yeun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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