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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국학생행진 Aug 23. 2021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말하다②

용산 나눔의 집, 이주노동희망센터 활동가 인터뷰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이들을 규제하는 고용허가제의 모순과 한계가 점차 드러나면서, 이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주 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국내의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이주 인권 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한지 들어보고자 용산 나눔의 집과 이주인권희망센터의 활동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자기소개와 함께 활동하고 계신 단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다영: 사회적 소수자 생활 인권센터 성공회 용산 나눔의 집에서 이주민들, 특히 미등록 이주민분들의 생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강다영이라고 합니다.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송은정 사무국장입니다.     

송은정: 저희는 이주 노조 활동을 하다가 추방당한 노동자들의 본국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초반에는 국제협력 사업을 하는 단체로 많이 알려졌었어요. 방글라데시, 네팔 활동가들이 이주 노조의 중심 활동가들이다 보니까 그분들이 명동성당 투쟁 이후 추방당해 본국으로 돌아가시고, 방글라데시, 네팔에서 활동가로 살아가려고 준비하실 때, 그분들과 함께 학교를 지었었죠. 그렇게 초반에는 국내 사업이 없다가 저희가 점점 이주 노동단체로 출범을 하면서 이주 노동 관련한 연대 단체 활동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국내 사업의 비중이 조금씩 더 커졌죠. 올해 10주년이 되면서 국제협력뿐만 아니라 국내 이주민들의 노동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주 노동자 단체라고 정체성을 정리했습니다.      

강다영: 저희 단체는 성공회에서 사회 선교를 위해서 시작하게 된 단체입니다. 저희 용산 나눔의 집은 용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관이고, 그 외에도 노원 등에 다른 나눔의 집들이 있어요. 나눔의 집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거점하고 있는 그 지역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활동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나눔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활동하는 사업이나 주요 대상들이 다 달라요. 저희 용산 나눔의 집 같은 경우에는 2003년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서울역 근처에 중국 동포분들이 많이 살고 계셨어요. 그분들을 위한 생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주민들의 인권 관련 활동을 하게 되었고요. 그 중국 동포분들이 싹 빠지고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이주민분들이 그 공간을 채우셨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주로 필리핀 이주민분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단체의 주요한 활동최근 활동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강다영: 저희가 이주민분들과 활동을 하면서, 특히 미등록 이주민분들이 인권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걸 절실하게 체감을 했어요.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분들은 매번 벽에 부딪히게 되세요. 전화 개통, 계좌 개설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 코로나 때문에 QR 코드 찍는 것도 안 되고. 또 이분들이 (등록)번호가 없다 보니까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혜택이나 지원도 받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용산 나눔의 집에서는 “이주민 중에서도 특히 미등록 이주민분들의 생활 인권에 집중하자.” 왜냐하면 저희 기관이 정부나 다른 재단의 보조금을 통해서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거의 후원자분들의 후원금으로 하다 보니까 다른 기관들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미등록 이주민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인권위 분들, 변호사분들, 활동가분들을 모셔서 미등록 이주 아동 일시 구제 방안 관련된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아니면 저희 신부님이 각종 포럼 같은 곳에 가셔서 미등록 이주민분들의 인권 그리고 체류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발표하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직접 지원을 많이 하기도 해요. 작년에 코로나가 한창 기승부릴 때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었잖아요. 그때 미등록 이주인 분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보니까 마스크를 살 수 없었는데 저희가 즉각적으로 캠페인을 해서 900명 정도의 이주민분들에게 마스크랑 손 소독제 세트를 전달 드리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어떤 일이 터지면 거기에 바로바로 대처하는 식의 직접 지원을 하는 편이에요.     

송은정: 저희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한국어 문화 교실을 운영했어요. 한국어 교실을 하고 있는 곳들이 많이 있긴 한데 지금 코로나로 다 중단되기도 했고, 저희 학생인 이주 노동자들은 어떻게 보면 노동의 언어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기존의 한국어 교육 책자 같은 걸 보면 주로 백인, 직업도 전문직 중심으로 소개가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노동인권 영상 같은 걸 같이 보면서 한국어 교실에서도 노동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Q. 단체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 있을까요?     

강다영: 체류권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등록 이주민분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만, 미등록 이주민 분들이 체류권을 얻어서 등록 이주민이 되시면 지금 겪고 있는 수많은 어려움 중에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미등록 이주민분들의 체류권에 대해서 집중 활동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연대 활동 같은 것도 하고 있죠. 왜냐하면, 등록 이주민이셨는데 고용허가제 때문에 미등록 이주민이 되는 경우가 많으시거든요. 이분들의 체류권 관련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용허가제가 해결되어야 하니까요.     

송은정: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라기보다 이주민 인권 운동이 의미 있게 존속하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활동가분들한테 들었을 때, 이주민 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서서 활동하기 어려운 이주민 운동의 특성이 있다 보니까 활동가들이 그만큼 중요한데요문제는 활동가들이 소진되고 있다는 거예요. 활동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아무것도 없다 보니까요. 이주민 인권 운동의 가장 큰 문제가 돈이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돈이 없으니까 사람이 없다는 것이에요. 활동가들이 지속 가능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의 성장을 고민하고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필요해요. 단순히 실무적이지만은 않고 어쨌든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교육 영상을 제작하려고 지금 고민하고 있고요. 활동가뿐만 아니라 이주 인권 쪽에 관심 있는 분들도 볼 수 있게 영상 제작해서 공개하는 사업을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활동가들이 지속 가능하게 활동하기 위해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할까요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경험과 연결해서 얘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송은정: 아무래도 안정적인 재정이 가장 필요하죠. 어쨌든 상근 활동가들은 단순히 활동의 영역을 넘어서 이걸 통해 생계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요. 재정 사업 스트레스도 있고. NGO라는 게 다른 지원이 없으니까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자립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기죠.     

강다영: 이주민분들 관련 활동을 할 때, 이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이 있거든요. 저는 아직 26년의 삶밖에 살지 않았는데 이분들을 위한 활동을 하려면 생애 주기 전체를 다뤄야 하는 거예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 등록하는 것부터 한국에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장례나 유골함을 전달해주는 이런 활동까지, 제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더 알아보고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요. 또 이분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계시다 보니까 겪는 일도 슬프고 스트레스받는 그런 일들이 많아요. 그런데 함께 하는 다른 활동가분이 있으면 같이 얘기를 하면서 좀 풀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처음에 되게 어려운 사례를 맡게 되었을 때, 분명 이 상황은 엄청 슬프고 눈물이 펑펑 나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런 느낌도 안 들고 눈물도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나 진짜 쓰레기다. 나는 왜 이 상황에서 눈물이 안 나오지.’ 하다가 한 일주일 뒤에 저희 신부님이 저한테 전화하시다가 “어, 다영 씨. 근데 괜찮으세요?” 하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갑자기 막 운 거예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는데, 제 상태를 제가 잘 모르고 있던 거죠. 요즘에는 활동가분들 심리상담, 마음 점검하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저희 신부님이랑 둘 다 신청해서 검사하고 상담도 받고 했어요. 활동가분들의 이런 마음 점검이 정말 중요하다 싶어요. 쉽게 이해받기 어려운 직업일 수 있잖아요그럴 때 이렇게 심리상담 같은 것을 받으면 되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이주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선주민으로서 이주 노동 관련 활동을 할 때 드는 고민이 있으신가요한국 사람이 왜 굳이 이주 인권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송은정: 이건 이주 노동 운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운동이 그럴 것 같아요. 노동조합도 조합원이 아닌 상근 활동가들이 있고, 보건/의료 노조 같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 의료인은 아니잖아요. 장애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어떤 운동이든 당사자냐 아니냐 하는 고민은 있을 수 있고, 그 운동에서 당사자들이 주체로 서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이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고민보다는, 지금 이주민 당사자 활동가들이 적다 보니까 그분들이 더 주체로 서야 하고 그분들을 중심으로 조직화해야 한다는 고민은 있죠. 그래서 그분들이 더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저희가 재작년부터 이주노동자 희망상이라고 해서 이주민 활동가를 추천받아서 상과 상금을 드리거든요. 이주민 출신 활동가의 활동이 주목받거나 이야기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근 활동이 아니더라도 본인 이주 커뮤니티 같은 데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좀 더 발굴되고 잘 활동하실 수 있도록 지지/지원하는 상인 거죠.      

강다영: 사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을 떠서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해외에서 지내다가 왔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등록 이주민이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감을 많이 할 수 있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쉽게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생각을 해요. 그런데 학생 시절에만 외국 생활을 했다 보니까, 실제로 해외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은 제가 상상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저희 이주민 길벗분들이랑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상생활부터 해서 오늘 사장 어땠냐 그런 얘기요.           

Q. 이주노동자분들과 함께 활동할 때 언어나 문화 등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게 있나요?     

송은정: 등록 노동자들도 다 한국어 시험 봐서 한국에 오시기는 하는데, 이분들이 일하면서 한국말을 쓸 일이 거의 없어요. 한국 사람을 만날 일도 별로 없고외진 데에서 온종일 일 하면서 한국말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까, 한국에 되게 오래 계시거나 언어적인 능력이 특출나신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정말 생각보다 한국말을 못하시거든요. 며칠 전에도 전화가 와서 “네팔 사람 있어요?” 그러더라고요. “없어요. 무슨 일인데요? 말씀해 보세요.”이랬는데 다시 “네팔 사람 없어요?” 물어보시길래 “없어요. 근데 왜 전화하셨는지 한번 말씀해 보세요.” 그랬더니 뚝 끊으시더라고요. 그분도 말씀을 못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언어 문제는 크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강다영: 저희는 관계 맺고 있는 이주민분들이 대부분 좀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셔서 소통은 영어로 주로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이주민분들과 소통을 할 때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 같은 것을 공유를 드린다거나 어떤 공지 사항을 문서로 전달 드려야 할 때는 한국어 버전에다가 영어 버전까지 만들어서 전달을 드리죠. 또 이분들이 대부분 페이스북을 통해서 서로 소통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카드뉴스처럼 이미지화된 포스터로 중요한 것들을 전달 드리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기는 한데 이분들이 영어가 아주 편한 언어는 아니다 보니까 가끔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말은 되는데 읽거나 쓰는 걸 못 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럴 때는 무조건 전화로 소통을 하는데, 전화 같은 경우에는 제가 바로 받아야 하니까 업무시간 외에도 소통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죠.  

        

Q. 활동가를 결심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요그중에서도 이주노동문제 관련 활동가가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다영: 저는 해외에서 살 때 대부분 동남아시아 쪽에서 많이 살았었거든요. 필리핀에서도 지낸 적이 있고, 중국에서도 지낸 적이 있고. 장기 봉사로 캄보디아나 미얀마에서도 지낸 적이 있고. 그렇다 보니까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많이 경험하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왜 이런 빈부 격차가 발생하는 걸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국제 개발 협력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준비를 하려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지금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이 기관에서 통역 봉사를 했었거든요. 이런 통역 봉사부터 시작해서 이주민분들 커뮤니티와 기관과의 소통에서도 자연스럽게 제가 도움을 드리게 되다 보니까 ‘내가 굳이 해외에 가서 일해야 하는 걸까지금 이렇게 한국에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도움이 필요한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해서 자연스럽게 이 기관에서 활동하게 되었네요.     

송은정: 저는 예전에 학생운동이 활발할 때 대학을 다녔던 세대라 학생운동을 했었고요.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활동가라는 말보다는 그냥 운동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운동권으로 산다는 게 직업으로 삼겠다는 이런 거를 목표로 하고 살아왔던 건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과 생계가 해결되는 일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하게 된 것 같고요. 이주 노동 운동은 전혀 몰랐었어요. 저는 노동 관련 단체에 계속 있었고, 이주보다는 노동에 방점이 찍혀 있었죠. 그런데 노동의 문제노동의 권리문제는 이주민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으니까. 운동의 분야에서 이주민 노동은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이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싶어요. 이주노동 문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문제를 갖고 있잖아요.          


Q. 이주민 관련 활동을 하면서 해외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기도 하나요해외 단체와의 연계 같은 것이 이루어지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송은정: 해외에서 이주민 활동을 하는 단체와 연대하고 그랬던 경험을 듣긴 들었는데 그런 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해외의 이주 운동 상황이 다 좋지가 않아요. 유럽 같은 데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는 이렇게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가 없다고, 한국은 되게 많아서 좋다고 이런 말을 하거든요. 고용허가제 관련한 해외 사례 같은 것도 보면, 더 좋은 사례가 별로 없어요.     

강다영: 2019년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있었잖아요. 그때 저희는 한국이 되게 가까운 나라니까 정치적 난민이 들어올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네트워크를 꾸렸어요. 이분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정치적 난민으로 신청하는 것도 도움 드리고, 한국에서 정착하는 것도 지원을 드리자 해서 네트워크를 꾸리고 했는데 안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흐지부지되긴 했는데 이런 시도들이 있긴 하다는 거죠. 또 성 소수자 난민 네트워크는 해외 사례를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워낙 한국이 성 소수자 관련해서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시선들이 있다 보니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그런 사례를 함께 공부하기도 하고요. 해외에서 다큐멘터리 촬영하시는 분이 한국에 있는 성 소수자 난민분들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해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그런 교류들이 있죠. 또 미등록 한부모 가정 중에 저희랑 연결된 분이 계시는데, 이분이 아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까 오랫동안 일을 할 수가 없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다 보니까 수입이 적고, 그래서 아이 분유 살 돈도 없어서 설탕물을 마신 사건이 있었어요. 그 상황을 알게 되고 저희 용산 나눔의 집에서 모금 활동 같은 것을 하는데, 그때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한 부모 이주 가정들의 월세 지원을 하는 미국 단체랑 연결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분은 한국에 거주하시지만, 그 단체에서 1년 정도 지원을 하실 예정이에요.         

 

Q. 단체의 추후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강다영: 아까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 체류권이라고 했었잖아요. 그래서 용산 나눔의 집에서는 체류권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특히 미등록 이주민분들의 체류권에 주목하고 있는 단체 세 곳 정도를 코어 그룹으로 모아서, 체류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해서 언론이나 대중들에게 알리고 정책 제안도 해보려고요. 그 외에도 체류권 관련 아카이빙을 좀 할 예정이에요. 이번에 저희가 홈페이지를 개편할 건데, 홈페이지 개편을 할 때 아카이빙 메뉴를 넣어서 이주민 체류권 관련된 이슈나 사건들을 사람들이 쉽게 보고 쉽게 알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송은정: 저희는 하반기에 10주년 기념사업 중에 하나로 이주 노동 운동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주민 운동 전체를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이주 노동 운동과 관련해서 우리가 어디쯤 서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모으는 걸 계획하고 있고요. 좀 장기 계획일 수도 있는데,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쳤지만, 아직 노동허가제의 아주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등등 대략적으로 다들 생각하는 상이 있긴 한데, 하나하나 내용이 구체화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합의될수록 더 실현 가능해지잖아요. 저희 단체가 그 내용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이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금 안 되고 있는 거니까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어떻게 조직을 해나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구체화해야 구호를 넘어서서 실현 가능한 움직임들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Q. 정치인이나 활동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크고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을까요?     

강다영: 저는 첫 번째로 이주 관련 단체들 후원 (웃음). 후원을 통해 쉽고 강력하게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이주 단체, 특히 미등록 이주민분들을 위한 단체 같은 경우에는 보조금 사업이 어려워요. 왜냐하면 미등록 이주민들이 번호가 없으니까 보조금을 따서 사업을 해도 이걸 증빙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후원자분들의 후원금으로 100% 운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단체들의 재정이 그렇게 좋지가 못하고, 활동가도 부족하다 보니 일반 시민분들이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 주시면 새로운 실무 활동가를 세워서 좀 더 많은 이주민분에게 도움을 드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많은 이주 단체에서 요즘 뉴스레터 발행을 하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MAP이나 난센이 있어요. 후원이 조금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이주 관련 주요 뉴스만이라도 업데이트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정기적인 정보 업데이트를 하면 차별금지법 관련 서명 때처럼 쫙 모여서 뭔가를 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송은정: 후원을 한다는 건 작은 실천이 아니라 가장 큰마음을 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보통 후원을 할 때 많은 사람이 직접 지원, 그러니까 이주노동자들에게 직접 돈이 가는 것을 원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를 바꿔 나가려면 이 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해결에 앞서서 우선 관심을 두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관심을 가져야 이 문제가 보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아니에요.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는 시민들이라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게 불법 체류자라는 말 쓰지 않기에요. 이게 언론에서도 다 쓰고 정부도 막 쓰고 하니까 이 용어가 문제라는 걸 시민들이 모르거든요.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말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길기도 하니까 안 쓰시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강다영: 저희 미등록 이주민 길벗분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신 게 있어요. 미등록 이주민분들이 처음에는 등록이셨다가 미등록이 되는 대부분의 이유가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분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이분은 트레이닝 비자로 들어왔다가 회사가 부도가 나서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겨가셨어요. 옮긴 직장에서 맡게 된 업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강도가 심했던 거예요. 그래서 직장을 다시 옮기고 싶었는데, 옮기겠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던 거죠. 왜냐하면 다른 업무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면, 사장님이 “그럼 너 그냥 일하지 말고 출국해.”라고 하면 출국해야 하거든요. 그런 권력 관계 때문에 얘기할 수가 없어서 이분이 결국 다른 곳으로 도망치신 거예요. 도망쳐 간 곳에서 일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자 만료되면서 미등록이 되신 거죠. 근데 이분 외에도 다른 수많은 분이 사장님한테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니면 사업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에 그냥 도망쳐서 미등록 이주민이 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너희는 세금도 안 내고 뭣도 안 내고 하면서 권리만 챙긴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이분도 자신은 미등록 이주민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도망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분 말고도 다른 분 중에 사기를 당해서 들어오신 분이 계세요. 엔터테인먼트 비자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그 이상의 업무를 시킨 거예요. 한 달에 한 번만 노래할 수 있게 하고 대부분 춤춰야 하고 가끔은 손님이랑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하니까 이분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4개월 만에 도망치셨거든요. 이럴 때도 사업주의 허락이 없으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없으니까 도망칠 수밖에 없는 거죠. “등록 이주민이었는데 고용허가제 때문에 미끄러져서 미등록 이주민이 된 거다.”, “고용허가제 제발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분들이 얘기를 많이 하셔서 전달 드리고 싶었어요.



- 전국학생행진,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촉구 캠페이너 민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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