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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연구자를 위한 정량적 측정

사용자의 경험은 숫자로 기억되지 않는다.

by Styleboost
정량적 데이터는 쉽게 말해 숫자로 표현하고 측정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길이는 센티미터로, 매출은 달러로 표현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을 숫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양적 데이터는 체계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기에 용이합니다. "몇 개나?", "얼마나 자주?", "총 얼마나?" 같은 궁금증은 보통 수치로 표현되는 데이터, 즉 양적 데이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흔히 일상에서 접하는 양적 데이터의 예시로는:
• 만원 단위의 매출
• 킬로그램 단위의 체중
• 월 또는 년 단위의 나이
• 센티미터 또는 킬로미터 단위의 길이
• 제품 만족도 평점
• 리커트(Likert) 척도 응답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계산을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정확한 점수를 기억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인상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뇌가 이야기와 이미지 위주로 작동하는데, 왜 자꾸 숫자 같은 세부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걸까요?


UX 연구를 진행하면서 평점 질문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설문조사나 사용자 테스트에서 흔히 접해보셨을 텐데요. 예를 들어 작업의 편리성을 1점부터 7점까지 평가하거나, 만족도를 1점에서 10점까지의 척도로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질문들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쉽고 보고서에 넣었을 때 보기에도 좋지만, 여러 번의 실험을 거치면서 특정한 경향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과제 (task)를 끝마치고 점수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머뭇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아마 6점 정도?"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하고는 "사실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라며 덧붙이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경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문 방식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험을 평가할 때 숫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앱을 사용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앱이나 과거의 경험, 혹은 예상했던 사용법과 비교하며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쓰던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떠셨나요?" 또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용하기 쉬웠나요, 아니면 어려웠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자 사용자들의 답변이 더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상 깊었던 점, 예상 밖이었던 점,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의 의견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평가 중심의 질문에서 비교를 묻는 질문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제 연구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평가 방식은 경험을 단순한 숫자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비교를 통해 묻는 질문은 개인의 선호도, 상황,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질문 방식은 사용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며, 자신을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또한, 연구자들이 경험이 어떻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측면별 제거 모델

인지 과학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트버스키의 측면별 제거 모델(Tversky’s Elimination by Aspects model-EBA)은 사람들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때, 각 선택지의 특징이나 속성을 기준으로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평가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모델에서는 각 선택지를 여러 특징들의 모음으로 보고, 단계마다 특정 특징을 선택하여 그 특징을 갖지 못한 선택지를 제외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선택지만 남게 되면, 그 선택지가 선택되는 것입니다.


프로토타입 이론

프로토타입 이론 (Prototype theory)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대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상대적인 기준으로 사물을 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가지 모델과 일맥상통합니다.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HCI) 분야에서 프로토타입 이론은 인지 심리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자들이 정보를 범주화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유용합니다.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디자인과 같은 맥락에서 정보 처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이론은 어떤 대상이 특정 범주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 그 범주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 즉 '프로토타입'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을 범주화할 때, 엄격하게 정의된 특징을 따지는 대신, 가장 전형적인 사례와 얼마나 비슷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휴리스틱 평가

사용성 평가 시 휴리스틱 평가(Heuristic evaluation)는 개별적인 측정보다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기준이나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활용하여 디자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휴리스틱 평가는 사용성 전문가들이 미리 정해진 사용성 원칙들을 활용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검토하고,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문제점들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이는 실제 사용자 테스트를 광범위하게 진행하기 전에 디자인 상의 문제점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러한 모델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경험할 때,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가치를 판단합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것에 대해 평가를 부탁하면, 솔직한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를 요청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필요에 따라 정량적인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추적이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효과적인지, 또는 왜 효과가 없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비교 분석을 시도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기대하며,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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