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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수희 Feb 14. 2022

꿈 속에서

붉은 커튼을 지나서

 언제부턴가 

여느날에 한 번씩 같은 꿈을 꾼다.



나는 일곱 살만큼 작아진 몸에 늘 다니던 길모퉁이를 돌아 엄마가 일하던 가게로 향하고 있다.


엄마의 가게에 도착하면 늘 문은 닫혀있고 엄마가 퇴근할 때 쳐 놓았던 붉은 카펫 재질의 커튼은 아무도 없다는 듯 가게 전체를 막아서 있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그 커튼 밑으로 몸을 넣어 가게 안으로 굳이 들어가려 한다.


들어간 일곱 살 짜리 나는 엄마의 옛 모습과 마주할 때도 있고, 엄마가 아닌 새로운 주인과 마주할 때도 있고, 텅 비워진 빈 가게와 마주할 때도 있다.


꿈속의 난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늘 울컥거리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생생한 어릴 적 풍경들은 깨어나고 나서도 나를 멍하게 만들곤 한다.



얼마 전 캠핑을 즐기던 날, 부모님과 함께 캠핑한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왔었고, 아빠가 좋아하는 고량주를 사 놓은 날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물이 고인 텐트가 무너지고, 다시 보수하고 또 무너져 버리는 엉망진창인 그날 밤에 아빠는 폴대를 잡고 서서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고량주에 한껏 취하신 아빠는 그야말로 흥에 취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와, 이런 게 캠핑이지! 아빠가 이런 것도 해 보고! 아! 너무 좋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건가 싶었지만, 금전적으로 비루해 힘들었던 예전 우리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본다면 모든 것이 이해된다.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부모님은 모두 실직을 했고, 레벨 다운이라도 하듯 더 작은 집,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다녀야 했던 그 시절의 모습들이 지금의 아빠 미소와 오버랩이 되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나에게 참 커 보였던 '어른' 부모님은 겨우 사십 대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들은 지금의 나와 다섯살남짓 차이가 나는 그 젊은 나이에 수많은 일들을 견뎌냈다.


언젠가는 엄마가 또 언젠가는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오빠와 나는 슬픈 불안함으로 이별을 연습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들은건 그렇게 뛰쳐나온 후 갈 곳이 없어 그저 집 앞 공원 벤치에만 우두커니 앉아 몇 시간을 있었던 것 뿐이라고. 그렇게 또 일어서서 엉덩이를 서너차례 털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그들은 그저 

아직 삶을 잘 모르는 청년이었다.


그 세월이 열린 빗장처럼 모든 것들을 다 보여 줄 수 없지만, 꿈속에서 나는 어쩌면 부모님을 찾아가 안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시간 터널 속을 지나서


그들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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