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그냥 고요히 잠만 자면 될것을, 나는 또 지난 일들을 곱씹는다.
그러다보면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 온 몸을 타고 와 이내 이불을 차고 만다.
딱 세글자로 표현하자면 그거다. '이.불.킥'.
과거의 나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꿀밤이라도 날리고싶은 심정이다.
차라리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이런 생각을 하는 일도 줄어들려나 회피를 맘 먹다가도 이내 이 시간만 되면 나는 과거의 나를 다시 되세긴다.
철없는 눈 빛. 때와 장소에 맞지않았던 말투, 행동. 입었던 옷 까지.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었다면 그 페이지는 아마 찢어내 파쇄기에 넣고도 남았을거다.
언젠가 무주에 놀러갔을때였나, '느림보 우체통'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적은 편지를 1년 후 나에게 보낸다는 흔한 관광지 아이템.
나는 그것을 보면서 1년 전으로 보내는 '거꾸로 우체통'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거라도 있었다면 직접 꿀밤은 못 때리더라도 호통은 칠 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
그리고 수개월을 보내고 나서야 그런 나의 생각 하나 후회 하나, 원망 하나들이 과거의 나에게는 듣기싫은 꼰대소리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지금의 내가 무언가 하나를 결정하기를 앞두고는 미래의 나의 눈치를 너무도 보고있기 때문이었다. 후회하지 않을까. 잘 하는 걸까. 미래의 내가 만족할까. 등의 풀수없는 질문들을 늘어놓고 선택하나 시원하게 못하는 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온 몸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던 과거의 나의 행동들도 그 순간순간마다 진심이었을텐데, 그 생각은 과거의 나에게 까지 이어져 측은지심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 또 다시 발견한 '느림보 우체통'에 나는 이런 엽서를 써 넣었다.
"나의 꼰대여, 걱정말아요. 난 지금 '지금의 나'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까."
그 모든 순간의 나도 고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