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청 합격기, 글쓰기 원칙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말 그냥 마음속으로 좋아하기만 하고 있었다. 어, 이러다간 우물쭈물하다가 이리 될 줄 알았다는 말을 내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엔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1일 1글 쓰기'라고 제목을 적었다. 그렇게 2020년 새로운 목표로 1일 1글 쓰기에 야심 차게 도전했으나, 곧 1일 1글 쓰려고 노력하면서 죄책감 느끼기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왜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지 않게 혹은 못하게 되었는가.
1. 너무 잘 쓰려고 한다.
2. 글을 써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
3. 그러니까 평소에 글감을 발견하려는 노력도 덜 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미루지 말고 브런치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글 쓰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도,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는 플랫폼. 그 외에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아래의 자기소개서에서 더 자세히 나올 것이다.
앞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솔직히 당시엔 브런치에 작가 신청하는 걸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신청하면 아무나 다 받아주겠지. 설마 떨어뜨리겠어? 나는 대충 쓰고 신청하기를 눌렀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몇 번이고 떨어지다가 합격했다는 몇몇 글이 보였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자축하는 글도 보였다. 위기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 얼른 취소하자. 나는 취소를 누르고 다른 분들의 합격 예시글을 읽어봤다. 그리고 다시 심혈을 기울여 작가신청 글을 적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다음은 실제로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자기소개했던 내용이다.
현직 국어 교사입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주는 것은 더 좋아합니다. 제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또한 항상 제 글을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도전해보려 합니다.
저는 먼저 다양한 주제의 수필(에세이)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파도처럼 돌아오는 기억들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상실의 경험, 가족이라는 존재, 특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그럼으로써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길 바랍니다.
작가 신청을 할 때 내가 써두었던 글은, '파도처럼 돌아오는 기억들에 대하여' 그리고 '대화가 불가능한 사용자입니다'였다. 이중에 대화가 불가능한 사용자입니다-는 당시 미완성이었지만 그냥 같이 첨부했다.
다음은 앞으로의 글쓰기 활동 계획으로 썼던 내용이다. 내 기억에 이건 작가 신청 부분에 옮겨 적으면서 약간 수정했던 것 같다. 아마 조금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다.
1. 다양한 주제의 수필 : 우선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파도처럼 돌아오는 기억들을 주제로,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최대한 노래와 관련을 지을 생각이고, 삶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2. 교육이나 국어 공부에 관한 글 : 다양한 교육 방법들, 교육 현장 이야기, 국어와 관련한 Q&A, 문학 작품 리뷰 등
3. 그 외 : 순수 창작한 단편 소설
지금 작가의 서랍에 있는 글도 삶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에 대한 에세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 대한 에세이, 그리고 교사로서의 경험과 공부 방법에 대한 글 등등이니, 어쨌든 나름대로 그때의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일단 초반에 올릴 글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기억하고 싶은 타인들의 초상 :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등 가족 혹은 소중한 타인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나비의 수필 : 이것저것 수필...
*한 장의 마음 : 비교적 짧은 길이로 다양한 마음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필
*교육에 관한 것 : 학교 현장의 이야기, 국어 수업 이야기,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 교육연극,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야기 등등 이 부분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차근차근!
그리고 앞으로 다음의 원칙을 잊지 말고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한다.
-너무 거창한 것을, 너무 잘 쓰려고 드는 덫에 걸리지 않기.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이야기하기.
-나만의 감정에 빠져있거나, 장식적인 글 쓰지 않기.
-쓰기 위해 쓰는 거짓된 글보다,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것부터 진실되게 쓰기.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쓰기.
뭐 이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하나둘 나타나주지 않을까. 선후가 전도되지 않도록 나의 원칙을 기억해야겠다.
처음에 다짐한 건 이게 아닌데, 왜 라이킷 안 눌러주지 내 글 별론가? 원래 이런가? 나 잘하고 있는 건가? 이 분은 내 글을 읽고 좋아서 라이킷을 눌러주신 거겠지? 라이킷 늘어났나? 라이킷 몇갠가? 인기글의 기준은 뭐지?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앞으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혹은 노숙하지 않기 위해서) 한 번은 써둬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나의 이 글이, 길을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나의 나침반으로 삼고, 꾸준히 좋은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