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의 빨래 널기, 많이 그리울까
다음 주 내리 쭉 장마인데, 이사를 앞두고 바빠질지 모르는데, 오늘 마침 날씨 좋은 금요일인데, 망원동에 가보고 싶은 가게도 있는데... 외출해야 할 많은 이유를 물리치고 나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빨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마가 오면 볕에 빨래를 말리기 어려워지니까. 일주일 내내 해를 못 보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빨래에게도 고역일 테니까. 그만큼 빨래 노동은 내게 진지하고 신중한(신성한?) 문제이다. 옷이나 수건에 한번 배어든 냄새는 그게 땀냄새든, 덜 말라서 나는 꿉꿉한 냄새든(a.k.a 걸레 냄새) 무슨 방법을 동원해도 없애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내 코는 무척 예민해서 그 냄새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만다. 때로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지만 기왕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하는 수 없다. 덕분에 빨래를 꽤나 신경 써서 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몇 가지 옷의 냄새를 빼기 위해 TV에서 광고하는 유명한 살균표백 세제도 구입해 사용해 보고, 생협에서 제법 평이 좋은 구연산 섬유유연제도 사용해 보았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이전까지는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를 사용해 왔다.) 수많은 검색 끝에 선택한 것은 과탄산소다. 세제와 함께 하얀 과탄산소다 가루를 넉넉히 빨랫감에 부어 세탁하고 햇볕에 말리니 겨우 그놈의 냄새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지금의 조합은 순한 액상 세탁세제+과탄산소다 +한살림 구연산 섬유유연제로 안착 중이다. 과연 세탁 어벤져스라고 불러드려도 될지 이 여름 좀 더 사용해 보고 결론지을 생각이다. (그밖에 수건은 60도 물에 세탁하고, 수건과 의류 모두 3회 헹굼을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제 수건 냄새는 거의 다 잡았다. 정성이 갸륵하다.)
외출을 미룰 만큼 빨래에 진심인 나에게 햇볕을 실컷 제공해 주는 마당이 있는 이 집은 꽤나 요긴했다. 이사를 가면 테라스가 있긴 하지만 지금 만큼의 만족스런 빨래를 할 수 있을지. 바삭바삭하게 마른 티셔츠와 잠옷에 얼굴을 부비고 코를 박아 냄새를 맡는 즐거움은 역시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나저나 외출을 좋아하는 나를 두고 “개띠라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어릴 적 엄마에게 자주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심지어 냄새도 잘 맡는 ‘개코’인 것이 문득 신기하다. 다른 띠에는 무슨 특징이 있으려나 궁금도 하고. 하여간 외출 이야기에서 시작해 빨래 얘기로, 거기서 띠 이야기로 진행되려는 이 이상한 글을 마칠 때가 됐다고, 세탁기의 작업 종료음이 알려온다. 평상에 건조대를 펼치고 탈탈 털어 오늘도 바삭하게 말려 보자. 장마가 오면 한동안 이 냄새를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