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출장에서 돌아오니 책상 위에 먼지가 앉아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짐도 채 풀지 못하고 바로 다음 주 강연 자료를 펼쳤어요. 학부모 설명회 PPT, OO고 초청 강연 원고, 북콘서트 시즌1 마무리 정리 및 다음 주 토론 자료 원고 작성.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새벽 한두 시가 훌쩍 넘어 있고, 그제야 "아, 밥을 먹었나?" 하고 뒤늦게 배고픔을 인식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2주쯤이 지나고 나서야 브런치에 접속했어요. 오랜만에 열어본 화면에는 제가 없는 동안에도 글을 읽고 댓글을 작성한 글벗님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잘 쉬고 오라는 안부를, 누군가는 글이 잘 읽었다는 고마움을, 누군가는 초기의 어설픈 저의 글을 읽었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다들 각자의 섬 안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습니다.
그때 문득 정현종 시인의 짧은 시가 떠올랐어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딱 두 줄입니다. 설명도, 수식어도 없이 그냥 가고 싶다고만 했는데, 읽고 나면 한참 멍해지는 시예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게 처음엔 고독처럼 들렸거든요. 사람 사이에 건너지 못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브런치 화면을 보면서는 다르게 읽혔어요. 섬이란 건 단절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무게를 가진 땅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무게가 있기에 건너가고 싶어지는 것이고요.
북콘서트를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몇 분이 남아서 말을 걸어오시는데, 그 짧은 대화 속에 어마어마한 삶이 담겨 있더라고요. 이십 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분, 아이가 독립하고 나서 갑자기 집이 너무 커졌다는 분, 늦은 나이에 뭔가를 시작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분. 제가 오히려 그분들의 한마디에 훨씬 많은 것을 받아 왔습니다. 강연을 한다고 하면서 실은 매번 배우고 오는 것 같아요. 이게 좀 아이러니하긴 한데, 뭐 강사라는 게 원래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브런치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글을 쓰는 분들은 각자의 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일상을, 누군가는 그리움을, 누군가는 어제 봤던 영화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습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읽다 보면 "아, 나도 그랬는데" 하고 가슴 어딘가가 살짝 반응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섬에 닿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도 건너가는, 그런 방식의 만남.
3주를 쉬지 않고 달렸더니 솔직히 좀 지쳤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이 공간에 들어와 글들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기운이 좀 돌아왔어요. 치료도 아니고 대단한 위로도 아닌데, 그냥 누군가의 섬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이 있나 봅니다.
가고 싶다는 마음, 그게 다 사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벗님들...참 고맙습니다...
*반가운 책이 도착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