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과 노력.

그리고 자만.

by 씨디킴

광고업은 좋아해야 할 수 있다.

아이디어 희생의 묘한 기운을 즐겨야 한다.

그런데 이 자질은 거의 타고난다.

특히 제작 직군에서는

훈련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뇌구조 자체가 다르다.

국문과라고 해서 카피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공대라고 해서 또 카피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타고나야 한다.


매일 책을 씹어 먹고, 독서 모임에 다녀도

스스로 뇌구조를 깨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퇴사 절차를 밟는다.

수습 기간이 지나면 내 십자가가

무거워지고,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특이한 단어조합, 기나긴 서사,

단발성 짜 맞추기로는 이 리그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자기소개서만 보고, 가능성을 읽었던

나의 섣부른 판단.

광고로 지구를 구할 마음가짐으로

다음엔 메이저 대행사에 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는 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뿐.

광고대행사에서 다만 몇 년이라도

버티기 위해서는 그의 내면에서

“나 여기 있다!”는

불꽃같은 외침이 들려와야 한다.


안타깝다.


누가 그에게 “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는가.

자질이 없는 것을.


부디 노력으로, 꿋꿋함으로

이 지독한 편견을 깰 수 있음을

증명해 다오.


부디.

작가의 이전글팔이 길어 슬픈?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