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맛보는 미니멀리즘, 왜 쓰기 시작했나
제일 친한 친구의 취미는 서핑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꼭 해 보고 싶었다던 그 소망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신나게 이루는 것을 보고 나도 멋진 취미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원체 무언가를 깊게 좋아해 본 적이 없고 쉽게 흥미를 갖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친구의 서핑도 몇 번 따라갔지만 딱히 좋은 추억이 되지 못했고 러닝이나 필라테스를 하고는 있지만 '내 취미'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좋은 핑계이지만 러닝은 실외에서 하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꾸준히 하지 못하고 필라테스는 잘 맞는 듯해 계속 다니고 있지만 이제 6개월을 넘어가는 중이다. 먹는 건 고등학교 때 이후로 제일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대단한 미각을 갖고 있다거나 유행하는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다니는 부지런함이라거나 그런 건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러한 식 트렌드에 딱히 감흥이 없는 타입.
그래도 '멋진 취미 찾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언젠가 내가 제일 즐거워하는 일이 무엇인가, 시간이 나면 제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냉정하게'는 남이 봤을 때 멋져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행위뿐만 아니라, 를 의미한다. 그랬을 때 결국 내가 자발적으로 즐거워하는 일은 방 정리하기, 그러면서 동반되는 중고거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취미가 중고거래라. 멋진 취미를 가진 어른이고 싶었는데 이거 맞나.
하지만 결국 그게 내 취미라는 것을 인정했다. 필라테스는 이제 6개월을 넘어가고 있는데 내 중고거래 상점의 오픈일은 약 40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3년 넘게 꾸준히 중고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생각했다.
우연한 계기로 그간의 내 중고거래 에피소드들을 휘갈겨 쓴 적이 있다. 구성을 긴장하며 쓴 것도 아니었는데 6~7개의 소주제들이 빠르게 떠올랐고 그에 따른 내 생각과 앞으로의(거창하게 말하자면) 비전 등이 워드 페이지를 쉽게 채웠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아는 언니에게 했을 때, 인문학을 공부했으니 방 정리를 취미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해 주었다. 단순한 물건의 이동만이 아니라 그 행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의 정리나 가치관의 성립. 나도 인식하지 못했던 내 취미의 장점을 명시적으로 알려 주어 짜릿하게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이었다. 내 취미를 멋지게 포장해 주어서 그렇기도 했고.
그래서 휘갈겨 쓴 스케치를 정리해 보자고 더욱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나의 소소한 중고거래 에피소드들을 통해 중고거래의 즐거움을 알리고 더불어 미니멀리즘과 신중한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중고거래를 즐긴다면 소비를 쉽게 하고, 금방 팔아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중고거래를 해 본다면 물건을 정리하고 파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한 물건의 끝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지를 느끼며 신중한 소비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꼭 미니멀리즘에 통달한 사람 같겠지만 아직 내 방의 행거에는 가방과 옷이 주렁하고 한동안 소비를 안 하면 뭐라도 사고 싶어져서 근질거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 불필요한 소비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계속 상기하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아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