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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낱선 Feb 24. 2023

UIUX 디자인 공부 3주차 학습일지 03

우리는 케이크 먹기와 얼굴 얻어 맞기 중에 고민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말(이자 끝맺음 말)


하도 밀려서 쓰다보니 학습일지가 약간 꼬였다. 어제 한 일을 오늘 한 것처럼 써야했는데 오늘 한 일을 써버려서 이 학습일지에는 쓸 내용이 없고, 아예 쓰지 않은 내용이 존재한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내가 썼던 데일리 플래너를 들춰봤다. 


사실, 점점 학습일지를 쓰지 않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업을 드랍하는 분들도 계시고 조원 분들끼리 웅성대는 일도 많아졌다. '정말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한 줄 짜리 피드백 때문에 의욕이 많이 꺾였다. 하지만 어쩌겠어, 4개월 안에 디자이너가 될 거라는 생각은 버리고 여기서 조별 과제도 하고 베이스도 다지면서 기초 토양을 쌓는다고 생각해야지. 


채용공고를 의미 없이 훑어보다가 '에디터'를 다시 검색했다. 패션 에디터, 연예 에디터, 콘텐츠 에디터 등 여러 분야가 나오지만 이제 나에게 너무 멀어진 길 같았다.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서로가 제일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은 뭘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는데 나는 '연예 소식을 소식통처럼 전달하는 일'이었다. 도무지 연예계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고 명품에도 관심이 없어서 일찌감치 패션 쪽은 포기했다. 콘텐츠 에디터는 사실 마케터와 결이 닿아 있는 분야라 나에겐 익숙하면서도 너무 먼 존재였다. 


UIUX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다. 실무에서 마케팅을 할 때는 아무리 하루종일 공부를 하고, 실무에서 부딪히며 배워도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UIUX 디자인은 재밌고, 내가 더 나은 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취업 걱정은 된다. 지금까지 받은 연봉이 또래 평균 연봉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었고, 연봉 퀀텀 점프를 한 적도 있어서 쌓아온 길을 내 손으로 밀쳐내는 건 사실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이 길이 너무 재밌고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는데. 


TMI를 계속 뿌려보자면, 사촌 동생이 진로 상담을 위해 나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진로를 찾기 위해 여전히 헤매고 있는 상태지만 짐짓 멋진 척을 하며 일장연설을 늘어놨다. 그중에 


"네 선택은 언제나 후회를 남겨. 가지 않은 길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으니 너에게 어떤 가치를 주었을지 알지 못하거든. 그런데 잘 생각해봐. 우리는 케이크 먹기랑 얼굴 얻어맞기 중에 고민하지 않아. 우리가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건 그 두 가지가 내게 비슷한 가치를 주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의 기준은 선택을 한 그 순간이 아니라, 선택한 이후 내가 그것에 확신을 갖고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어 나갔을 때 만들어지는 결과야."

라는 말에 사촌 동생이 굉장히 감명 받았다.(사실 이것보다 말을 잘하진 못했는데-비속어도 섞어가며-아무튼.)


그리고 그 말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이걸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충분히, 오랜 시간 마음 한 켠에 UX에 대한 꿈을 키웠고, 현재는 UI에도 관심을 가지며 점차 성장하고 있다. 이 얼렁뚱땅 상담을 끝낸 뒤, 다시 데일리 플래너를 펼쳤다. 

일 평균 9시간 정도 공부하며 착실히 한 달을 살아온 내가 있었다. 누군가(내 안의 엄격한 초자아)는 '겨우 9시간 가지고 따라잡을 수 있겠어? 놀 거 다 놀고!'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내 안의 자존감)는 '9시간씩 매일 꾸준히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아. 실제로 너의 실력은 늘고 있잖아?'라는 말을 한다. 


올 하반기에는 취업하고 싶다. 작은 회사여도, 연봉이 낮아도 "이제 시작이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할 것이다. "이제 뭘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지금이 가장 빠른 순간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아주 큰 강이 흐르고 있다. 나는 아주 어릴 땐 전자였으나, 나이를 조금 먹고서는 후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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