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재 철거 연기, 뜻 밖의 여유
1. 가설재 벽이음 해체
2. 단열재취부 및 메쉬미장
3. 벽돌타일 마감시공 / 타일 면갈이 오염제거
4. 외부금속 선홈통 도장
명일 : 외벽 살수 세척 및 오염 제거
외장재 정리를 마무리하고 목, 금에 걸쳐 가림막과 시스템 비계가 철거될 예정이다. 설렘으로 두근거리기도 하고, 별일 없이 끝나야지 싶어서 두근거리기도 한다. 날짜로는 140여 일 만이지만, 설계를 시작한 지 484일, 공사 시작한 지 207일, 골조가 올라온 지 113일 만이다(각각 23.1.26, 24.10.30, 24.2.1.).
매일 봐왔지만 푸른 베일 뒤의 모습 전체를 본 적은 없는 지라 어떨지 점점 궁금함이 더해간다.
1. 금속 1층 대문 캐노피 확장
2. 외부 후드캡 설치
3. 외벽 오염제거
4. 콩자갈 백화제거 테스트
명일 : 오염제거. 발수제 도포
가설재 철거를 앞두고 조소장님이 외벽 전체에 대한 현장감리가 있었다. 가설재가 사라지고 나면 2층 이상은 접근하기도 곤란하고 작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최대한 필요한 점검을 한 모양이다. 특히, 외벽 타일과 메지 색상이 밝다 보니 오염이 눈에 잘 띄기도 해서 집중적으로 확인되었다.
대문 캐노피는 우천으로부터 안전한 방향으로 우편함과 도어벨 위까지 확장을 했다. 외벽 단열재를 잘라나고 금속을 이어 붙였는데, 방청작업을 하고 도장을 입히면 말끔해지겠으나, 한 장처럼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콩자갈은 몰탈이 덜 씻겨 손으로 닦아낸 자리가 돌의 광택이 덜하고 표면이 약간 얼룩져 보이기도 해서 자갈 위에 남은 시멘트를 닦아내는 방법이 검색해 보고, 백화 제거제로 가능할지 현장에서 시도해 보셨다. 시멘트가 알칼리 성분이라 식초 등 산성성분을 묻혀 닦아낼 수 있다고 하고, 약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그게 말처럼 깔끔하게 동작하지는 않는 듯하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은 보다 완벽한 상태이고 현장 작업은 자로 잰 듯 딱, 딱, 딱, 이루어지는 건 아니어서 그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있다. 공산품의 마감처럼 그걸 다시 조정하려 들었을 때, 결과로 기대했던 완벽한 상태에 가까워지기보다 새로운 부족함이 등장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점점 주저하게 되고 괜찮은 걸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기도 한다. 고생스레 보완했는데 곤란한 결과와 마주하는 상황까지 생각을 진전시키다 보면, 그냥 두는 게 차라리 나은가? 싶어지는 거다... 그러다 또 아니지, 아니지... 매일 볼 텐데 두고두고 거슬리면 안 되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휘청대는 요즘이다.
1. 금속 - 1층 대문 캐노피 확장분 방청도장, 본도장 / 3층 돌출창 캐노피 본도장
2. 외벽 오염제거 및 발수제 도포
3. 금속 - 지하 집수정 그레이팅 설치
4. 보일러 연도 외부캡 설치
명일 : 가림막 철거 반출
그레이팅(Grating) : 하수구의 뚜껑에 사용되는 철제판 (일본어가 아닌 용어도 있다)
출근길에 잠깐 본 콩자갈 면 보수가 그리 좋은 컨디션으로 보이진 않았다. 자갈색의 도드라짐이 있는 걸로 보이는 반면, 주변 시멘트 위로 백색 얼룩도 또렷하게 드러나 보이는 게 우려가 된다.
전체 면으로 적용하는 건 리스크가 있겠다.
기존 폭을 연장했던 대문 위 캐노피의 금속도장을 마친 결과를 보니 우려와 달리 감쪽같이 마감이 되어있다. 역시 금손 금속팀.
1. 가림막 펜스 반출
2. 큐블럭 재도장
3. 외벽 금속 미 도장분 도장
4. 콩자갈 천장면 현장확인 및 시멘트물 닦아내기
5. 외벽 벽돌타일 오염제거 및 그라인딩 / 줄눈 이색부위 재시공
6. 창호 외부 및 외벽 물청소
콩자갈 완성도 높이기의 결과
백화현상은 아니고, 겉면 시멘트가 닦이면서 시멘트가 밝아져 얼룩이 더 잘게 생겼고 다른 면과 색상 차가 심해졌습니다. 이건 시멘트 색상이 현장마다 다르듯 물성이 가진 컨트롤 할 수 없는 현상인 듯하다고 현장소장님과 결론지었습니다. 아쉽지만 이공법을 연장해서 전체 천장면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고, 지금 여기서 더 해볼 수 있는 방향은 닦은 면에 시멘트 물을 얇게 덧입혀 다시 닦아내서 시멘트 색상을 다른 면과 맞추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 나날 조소장님
'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한 것'과 '가능하지 않을까'의 거리는 상당하다. 일부 테스트해서 반응을 보고 솔루션을 찾아보려 노력해 주셔서 알 수 있는 결과이다. 콩자갈(종석미장)이 멋스러운 이유는 대부분의 공정에 사람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공산품 같지 않은 느낌이다. 매끈하게 만드는 기술이 언젠가는 등장할 수 있지만, 이 작은 집 귀퉁이에 오래 기억할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
오늘은 외벽 전체에 발수제 코팅 작업이 있다. 발수제는 외벽의 오염방지를 위함이고 약 1년가량 효과가 유지된다. 콩자갈 면까지 적용할지 현장에서 고민이 있었는데 벽돌타일에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발수제 도포 전 외벽의 오염을 꼼꼼히 처리하고 이루어졌다. 지난한 작업일 텐데 조소장님(감리)과 이소장님(현장) 두 분이 함께 가설재 철거 전 그 간극을 최대한 메우기 위해 늦게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셨고, 퇴근 후 평소보다 지쳐 보이는 이소장님 모습을 보니 절로 인사가 나온다. 조소장님, 이소장님 고맙습니다.
가설재 철거 취소
1. 비계발판 청소 정리
2. 1층 지하층 화장실 후드캡 설치
하하하, 너무 긴장한 탓인지 황당함과 함께 웃음이 났다.
모두가 조마조마, 큰 이벤트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가설재 철거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드디어 언베일 한다는 설렘도 있지만, 도로점용을 신청하고 건물 주변 주차한 차량들로 작업에 영향을 없도록 며칠 전부터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맙소사!
1단계, 긴장이 풍선바람처럼 슈욱-하고 빠져나가는 느낌,
2단계. 아,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정신없었는데 한숨 돌리겠네,
3단계.... 그럼 이제 뭐 하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PAUSE"에 모처럼 사람들이 움직임 속에 여유 있는 템포가 흐른다. 잘된 거라 생각하자. 가설재 철거를 앞두고 정신없이 흘러가던 현장과 역시 일정이 바빴던 철거팀이, 우연처럼 서로 일정확인을 못하면서 예상치 못한 여유를 선물 받은 것으로. 그래서 우리를 감싸던 선율이 차분하게 바뀔 수 있었다고.
Adagio Sostenuto,
꾸욱, 꾸욱... 한 음, 한 음 깊이 있게 가는 기회를 가집니다.
보일러 방통(방바닥 통미장)을 앞두고 보일러 브랜드를 선정해야 한다. 후보로 추린 것은 지금 쓰고 있는 린나이와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의 성능은 거의 대동소이해서 스마트폰으로 제어가능한 IoT 제품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결과도 비슷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비슷.
린나이와 경동의 AS가 비교적 잘된다는 평이고 그래서인지 선두를 다투는 모양이다. 지난 7년 간 린나이 스마트보일러를 써본 결과, AS 체계가 잘되어있고 스마트폰 원격제어가 편리하지만 누수문제로 적지 않은 수리비를 내면서 두 번 고장수리를 했던 터라 이번에는 경동보일러를 써보기로 했다.
(경동 역시 누수가 있다고 한다. 국내 브랜드 중 고장 안나는 보일러는 없는 듯 하니 신속한 AS와 다양한 제품을 써보자는 취지로 결정)
공정 회의 (건축주 + 설계사/감리사 + 시공사)
계획대로 라면 가설재를 모두 걷고 작은 세레모니라도 하며 마감공정을 논의하는 자리였을 것이나, 누림 대표님과 현장 이소장님, 나날 조소장님과 함께 모여 앞으로 예정된 공정과 논의사항을 협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가설재 철거는 다음 주 수요일로 연기되었고, 6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마감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예정이다.
마감은
방통 → 바닥(마루) → 벽 → 천장 순
새롭게 등장한 계단실 유리블럭 공사를 어떻게 할지도 포함되었다. 적용면적이 큰 편이라 안전한 설치를 위해 어떻게 벽돌을 쌓을지, 마감선이 어떻게 잡을지 생각보다 복잡해서 회의 중에도 계속해서 업체와 이소장님 간의 유선협의가 진행되고 전화를 끊고는 현장에서도 한참 논의가 이어졌다. (머리를 맞대면 나름의 방법이 찾아진다!)
마감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사용승인(준공)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준공서류 (현황측량 성과도) 제출을 위해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통한 지적현황측량이 필요하다. 이건 건축주가 신청해야 하고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고객센터로부터 확인 전화가 오고 최종 신청을 완료하게 된다. (면적에 따른 비용납부)
참고로, 가장 빠른 날짜를 선택하려 했으나 공휴일 포함 2주가량 기다려야 하는 일정이 잡혔다. 급하거나 공사가 빈번한 지역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있겠다.
'지적현황측량'은 토지 구조물·지형지물의 점유 위치 및 면적을 지적도·임야도에 등록된 경계와 대비하여 표시하기 위한 측량이다.
비록 언베일 일정은 어긋났지만, 동네 맛집에서 닭갈비를 함께 구우며 모처럼 이런저런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마주 보고 웃으며 얘기 나눌 수 있어 참 좋다.
일찍 일어나 건물을 돌아보았다. 그중 눈에 띈 것이 난간 큐블럭 벽돌과 벽돌타일의 색상 차이. 마침 컬러칩을 두고 가셔서 적절한 색상값을 골라보았다. 타일과 난간의 컬러를 맞추는 것이 목적이나 낱장으로 붙인 벽돌타일과 색상을 맞춘다는 게 쉬운 일로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발수제를 칠하면서 약간의 변화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하나는 푸른빛이 돌 정도로 차가운 화이트이고 또 하나는 베이지와 붉은 기가 약간 섞인 화이트라 꽤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건물 전면이라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색상 차는 별로 없는데 두 색의 느낌이 달라 어정쩡한 인상이 될 수 있어서이다. 딱 맞는 색상을 골라 '나중에 다시 칠하지'라는 생각도 했으나 4층 난간을 보고 얼른 접었다. 벽돌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게 굉장히 고난도의 힘든 작업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미 했던 작업을 다시 하자고 얘기하는 건 쉽지가 않다. 게다가 회색 벽돌 위에 칠한 색이 얼마나 잘 먹힐지 모를 일이지만, 비계 위에서 하는 안정적인 작업은 지금이 기회다. 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한번 의논해 보자는 생각으로 조소장님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두었다.
비도 오고 오후 내내 이케아 욕실 디자인을 실측 사이즈에 맞게 모두 업데이트하고 구매제품 목록을 정리했다. 지금 사는 집의 리모델링도 그랬는데, 욕실은 참 어렵다. 공간이 어느 정도 규격화되어서 업체에 딱 맡기면 머 그리 어렵겠느냐만, 주어진 예산범위에서 구성하려니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3홀짜리 세면대 수전을 산 것도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빨리 확정을 지어야 마음이 놓여서, 각 층별 사이즈를 이케아 셀프플래닝에 넣고 간단하지만 세면장과 거울장 등을 배치해 보았다.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툴이라 쓰는데 문제는 없지만, 가끔 사이즈가 남는데도 특정제품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은 거울장;;; 실제 공간처럼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씨름을 하다가 그냥 기존 디자인을 불러서 마무리 지었다(이때는 다 끝난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오늘 밤은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한다. 때론 건축주의 시선으로, 어느 날은 감리사의 위치에서, 그러다가 전체 공정과 이를 구현하는 시공사의 입장으로, 유연한 퍼실리테이터가 되었다가, 각자 알아서 맡은 역할을 해내도록 솔루션과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리드가 되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문제를 식별하고 해법을 찾는 능력도 물론 뛰어나지만,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시종일관 보여주는 조소장님은 참 대단하다. 조소장님을 흔쾌히 소개하신 교수님의 단순 명료한 추천 이유가 선명하게 재생되는 것 같다. "이 친구, 정말 진국이야" 대단하고 부러운 품성이다.
무심하게 지나면 모를 일들이 조금만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어떻게 이걸 몰랐는지 심각할 때가 있다. 요 며칠은 조류충돌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유리와 같은 투명재료로 만들어진 인공구조물과 부딪혀 사망하고(한겨레신문 애니멀피플, Feb 27, 2024), 지난해 가을 미국 시카고에서는 하룻밤 새 1,000마리에 가까운 철새가 미시간 호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센터 빌딩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시카고 여행에서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던 풍경이 다르게 소환된다. 파란 하늘과 주변 풍광을 멋지게 담아 그림 같던 모습이 어떤 생명에게는 위협이 되는구나 하고.(사고는 새벽시간대 건물 내부의 밝은 조명 탓이라고 한다.)
이렇게 고대하던 창호와 함께 등장한 예상치 못한 이슈 때문에 이런저런 자료와 함께 예방책을 찾아보았다. 한겨레신문의 시리즈 기사로 문제인식을 할 수 있었고, 국립생태원의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자료가 취약한 환경과 예방법이 함께 나와있어 해결책까지 고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도심의 새들은 나름 지형지물을 익히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하는 반면, 전원주택 등 오래된 숲 속에 조성된 건물에서 피해가 빈번하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5x10 규칙을 지킨 스티커 시공이 비교적 단순한데다 효과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마침 금주가 가설재 철거 시기이다 보니 3, 4층 시공 시 서둘러야하는 상황이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해서 조소장님이 알아본 전문업체가 신속히 현장방문을 하였다.
'탑그라스가드'라는 전문업체에서 본 현장확인에 따르면 4군데 정도를 가능성 있는 곳으로 보았다. 내가 찾아본 자료에서도 주변 나무와의 거리가 2m 이내인 경우 위험이 덜하고, 나무 높이 정도에 위치한 투명유리가 위험하므로 아직 설치는 안되었지만 옥상의 유리난간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지레 걱정하는 건가 하던 중, 내 마음을 읽은 건지 블라인드의 블레이드를 일부 열어두거나 쉐이드 같은 것으로도 5 x10 규칙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2, 3, 4층의 취약한 창은 내부 쉐이드류로 대체, 옥상 유리난간은 설치 후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정리했다. 우려가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내면서 계속 신경을 써볼 참이다.
풍경을 담는 창에 필름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처음엔 우려가 있었는데, 자료를 찾아보고 샘플을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도트 형태의 심플한 디자인이 반복되어 시각적으로도 괜찮아 보이고 외부 시선 차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니 그만한 가치는 있어보인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블랙, 혹은 블랙과 레드의 조합이라 한다. 사람이 화이트를 고르는 이유와 일치할텐데 환경에 따라 잘 안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화이트를 고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