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목공, 외부계단 그리고 사용승인 준비
마감시기에는 여러 작업이 순식간에 진행되고 건축주가 결정해야 할 것도 많아집니다. 그렇다 보니 내용이 많아지고 할 얘기도 많아지고 업데이트가 늦어지는데 그래도 최대한 그 시기의 생각을 담아내려고 합니다.
1. 2층, 3층화장실, 보조주방 바닥타일 시공
2. 금속 - 대문, 선홈통 설치
3. 옥탑 열교환기 설치고 타공
4. 위생도기 견적요청 및 반입 계획 / 조명 및 콘센트 결제 및 반입계획
5. 제작 가구업체 미팅 / 이케아 욕실가구 구매
명일 : 내장목공 4층 천장 루버, 창대목, 계단디딤판 시공 / 보일러 각방 온도기 설치 시험가동 / 내부청소 정리
아침 일찍 가구업체로 선정한 투티와의 현장미팅이 있었다. 조소장님의 설계 안을 기반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과 제작과정에서 우려되는 문제나 해결방안을 바로 논의했다. 자재도 가져온 샘플을 보면서 즉시 결정했다. 제작가구 업체의 비용이 견적을 받은 타 업체와 비교해서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업체를 고른 이유는 조소장님과 작업한 경험이 있는 점과 협력적인 태도이다. 조소장님의 말대로 충분히 고민하고 상세한 부분까지 질문해서 확인하고, 어떻게 풀어낼지 함께 고민을 하는 업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행이다.
현장과 대화하는 채널이 바빼 움직인다. 보일러실 마감을 어떻게 조정할지, 욕실 트렌치 위치는 어디로 할지, 계획하지 않았던 열교환 환풍기는 어디에 위치시키는 게 적절할지, 그로 인해 변경되는 옥탑 외부 사다리 사이즈가 괜찮을지... 수시로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현장에 있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시급한 결정은 바로 내릴 수 있어서 이런 툴이 있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보일러실 바닥은 점검 시 편의를 위해 데크로 마감하고, 잦은 점검이 있지 않은 하부는 데크를 들어서 점검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보일러실이 계단실 가구 옆에 위치하고 가구 문을 같이 쓰다 보니 바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한다. 다시 고민을 해야 한다. 마감이 될수록 상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발견되고 그에 따라 결정사항이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치밀하게 고민했다 하더라도 실제 공간으로 구성해 놓고 보면 놓쳤던 부분이 보이거나 상황이 달라지곤 해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어지고, 달라진 상황 하에서 너무 빠른 결정을 내리면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 변동이 있을 때는, 무엇 때문에 생긴 이슈이고 당초 무엇을 추구하고자 했는지 상기하고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도배 전에는 물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야 하므로, 도배 시기 전에 위생도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견적을 받은 구매처에 재고가 부족한 모델이 있어 도배보다 배송이 늦다. 다행히 현장에 확인하니 물이 나오고 배수가 되면 된다고 하여 한번에 배송받는 것으로 정리했다. 조명은 금주에 현장에 반입되고 일주일 내 제품교환이 되기 때문에 현장의 확인이 필요하고, 다음 주에 예정된 원목마루 시공 전 방통이 바짝 말라있어야 하므로 미리 보일러를 틀어놓아 달라는 이건마루의 요청이 현장에 전달되었다. 몰탈이 마르면 바로 마루를 깔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수분함량을 직접 확인하고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닥 몰탈에 일부 크랙이 생겼는데 잘 마를수록 더 많이 생기는 거라 좋은 현상이라고 한다.
열교환 환풍기가 아직 배송되지 않았는데 구멍을 뚫는 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스펙대로 나오는 제품이니 별일 없겠지...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켜 본다. 이런저런 자재를 구하다 보면 물건들이 주문한 대로, 받아야 하는 시점에 딱딱 오지 않는 경우가 예상외로 빈번히 발생한다. 물건을 많이 사기 때문에 확률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시간을 쪼개서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한 번에 끝나지 않는 일들이 쌓이는 게 부담스럽다.
건물 외부는 이제 경계석을 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지 경계점을 확인하고 있는데 측량해 놓은 경계점들이 공사하면서 유실되어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발생했다. 서울과 같은 도심의 대지 경계선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고 건물까지 두 번의 측량을 거쳤음에도 명확히 남겨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렇다고 재측량 얘기도 나왔는데, 일단은 최초 측량 보고서를 열어서 주변 사물의 상대적인 위치로 잃어버린 경계점을 복원시켜 보고 있다.
참고로 경계복원측량을 다시 할 경우, 최초 측량 후 경과기간에 따라 수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출처. LX 홈페이지
- 최초 측량 완료일로부터 12개월 이내, 횟수제한 없음.
- 감면율 - 3개월 이내 90%, 6개월 이내 70%, 12개월 이내
1. 내장목공 - 4층 천장 루버, 창대목 설치 시작
2. 전체 타일 메지 미 시공분 작업
3. 전층 내부 청소
4. 보일러 각방 온도기 설치 및 보일러 가동
5. 폐기물 반출
명일 : 내장목공 창대목 계단 디딤판시공
요즘은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진다. 자재 선정과 주문 등 내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할 시간도 필요할뿐더러 현장작업도 계속 신경 쓰여 늘 먼저 깨있다가 현장에 나가본다. 공사 초기 현장에서 일어나는 규칙적인 소음을 들으면 일어나던 것과 마음가짐과 자세가 사뭇 달라졌달까. 오늘은 늘 가장 일찍 나오시는 목공 대표님이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신다. 4층 천장 루버 작업의 패턴을 간결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벽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신다. 조소장님과 같이 의논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워낙 작업을 많이 하신 연륜이 있는 분인 데다 제안하는 안도 심플하니 좋을 것 같다. 이럴 때는 그냥 잘하는 분들에게 잘해달라고 하는 게 상책이다. 조소장님과도 이미 한차례 의논을 했던 터라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것 같다. 결정을 하고 나니 레이저 수평계를 바닥에 두고 목재판들이 만나는 위치를 잡고 바로 작업준비를 하신다. 잘되겠지?... 마침 이소장님도 현장에 도착하고 조소장님과도 통화를 해서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된다. 이젠, 잘될 거 같다.
평소와 달리 조금 늦게 출근하신 현장소장님의 피곤해 보이신다. 할 일은 많고 작업환경은 복잡해서 늘 어려운 현장이라 얘기는 했지만 오늘은 특히 표정이 어둡다. 아니나 다를까 마음고생이 있으셨는지 이런저런 아쉬움을 토로하신다. 이제 10개월째로 들어서는 공사이다다 보니 나만 지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겨울이 곧 시작될 무렵 시작한 현장은 이제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뜨거워졌고, 뭐가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채 또 몇 달을 지내지 않았나? 나와는 다른 이유로 현장소장님도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조소장님과 함께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아쉬움 그리고, 바라는 바를 얘기해 본다. 생각만큼 이야기가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맞춰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함께 잘해보기로 한다.
지금은 말 그대로 '막바지' 아닌가.
매립조명(128만 원), 위생도기(330만 원), 이케아 욕실가구(168만 원), 욕실가구 시공비(98만 원)... 오늘 하루 지출 금액이다. 이렇게 큰 쇼핑을 해본 적이 일생에 있을까 싶다. 공사비까지 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집을 짓는 일의 상당 부분은 결국 예산이라 하겠다. 마감 공정에 진행되는 여러 개의 작업은 대부분 자재를 포함하는 작업으로 이렇게 비용이 함께 발생한다. 시공비에서 자재비를 분리한 터라 재무적인 부담이 커지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순기능은 마음대로 자재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역기능은 그래서 비용이 점점 커지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도 너무 오버만 하지 않는다면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하겠다.
1. 4층 천장 루버설치. 창대목 설치
2. 옥상 데크하지작업
3. 4층 테라스 배수판, 단열재 깔기
4. 경계점 계측 표시
명일 : 내장목공 창대목 계단 디딤판 시공/외부계단 석재시공
4층 목재 천장 루버가 아주 훌륭하다. 층고까지 높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멋있다… 고 생각해야지. 목공은 내일 창대목과 4층 벽체 작업까지 한 후 빠지고, 계단 가구 시공 후 계단 작업을 한다고 한다. 서로 작업이 만나는 부분은 대체로 서로 뒤쪽에 작업하는 걸 선호한다. 연결되는 부분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고민거리도 더 있을 것이고 작업 중에 손상이 생기기 때문인 듯하다.
나날 조소장님은 준공서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시공사와 계약한 공사기간이 한 달 남짓 남았으니 일찍도 아니긴 하다. 서류는 대부분 시공사에서 준비할 것이 많고, 직접 납부한 수도인입공사 납부영수증을 전달하고 수전과 위생도기에 대한 절수인증 서류 구비를 위해 구매처의 연락처를 확보해야 한다. 우선 위생도기 쪽부터 업체에 서류를 요청했다.
7월 안에 대부분의 공정이 진행되어야 사용승인을 받고 이사 일정도 잡을 수 있으므로, 남은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건물 외부의 마감 진척이 더딘 편이라 빠르게 협의하고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계속해서 장마가 잡혀있어 일정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조소장님의 주재로 매주 토요일 오전 누림 박대표까지 포함하여 함께 현장에서 공정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음이 조금 부산스러워지는 게 왠지 걱정스러운 기분이 든다.
1. 시공사 서류
- 온돌 및 난방설비 설치 확인서
- 전기설비의 사용 전 검사 (한전 사용 전 검사 필증)
- 정보통신공사의 사용 전 검사 (필증)
- 소방관진입창 사진
- 소방기기 사진
- 배수설비 준공필증
- 정화조 및 관련시설 설치사진
- 고용, 산재보험 가입 서류
- 주차장관리카드, 주차구획 전경사진
- 단열재 시험성적서, 납품확인서, 외벽단열재 품질관리서 및 첨부서류
- 창호 시험성적서, 납품확인서, 방화창(비차열 20분 이상) 서류
- 유리블럭 관련 성적서
- 공사완료 전경사진 (4면 다각도에서)
- 내부 마감사진
- 지적현황측량성과도 (완료)
- 건물번호판 설치 사진 : 건물번호 및 상세주소 부여 신청서 → 번호 및 상세주소(동·층·호)를 부여받고, 건물번호판·상세주소 안내판 설치 후 사진(근경, 원경 각 1매)을 부동산정보과 도로명주소팀으로 제출
* 기타 건축허가 승인조건 내용
2. 감리서류
- 감리중간/완료보고서(건축사사무소 나날)
- 감리체크리스트(현장소장 날인 필요, 건축사사무소 나날), (완료)
- 건축물 현황도(건축물대장용 도면, 건축사사무소 나날)
1. 4층 천장 루버, 창대목, 테라스 천장 루버설치
2. 4층 테라스 데크 금속 하지 작업
3. 4층 테라스 단열재 깔기
특이사항 : 석재 계단 자재 제작 오류로 작업 연기
명일 : 내부 목계단설치 / 내부 금속 페인트 도장 / 계단목재 락카 도장
내부 작업에서 실내와 연결된 외부로 작업이 확장되고 있다. 원목마루 시공을 위해 업체에서 오전에 현장을
확인하였고 다행히 예정대로 차주 화요일(7/9) 시공한다. 작업에 앞서 마루 방향을 정하고 같이 확인하는데 가능한 길게 설치되는 방향으로 잡았고 많이 쪼개지지 않는 면에서 그 방향이 유리할 것 같다.
원목마루는 조소장님이 이건마루와 사전 논의를 하고 있는데, 수축팽창이 심해서 바닥과 마이너스몰딩 부위는 최대한 얇게 실리콘 시공하고, (1) 백색, (2) 반투명 두 가지 모두 준비해서 현장에서 시공해 보고 색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협의해 주었다.
가구도 조소장님이 연락을 해주시는데, 내일 오전에 현장실측을 올 예정이고 현장에서는 이소장님과 협의를 진행한다. 조소장님도 죽 현장에 있을 예정이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표면이 거친 폴리싱 하지 않은 석재를 쓰기로 했는데 반짝반짝 매끈한 자재가 반입되었다. 꽤 무거울 텐데 다시 다 돌려보내서 재가공한 후 작업을 해야 한다. 며칠 밀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늘 저녁까지 가공해서 내일 다시 들어온다고 한다. 다듬어진 표면을 다시 거칠게 깎아내면 석재가 얇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30T 이상의 석재라 괜찮다고 한다. 계단 석재는 20T로도 쓴다고 하니.
1. 내부 금속계단 페인트 2차 도장
2. 목재 계단판 락카 1차 도장
3. 옥상계단 석재시공
4. 지하계단 석재시공
5. 제작가구 실측
명일 : 내부 목계단판 설치 / 주변 경계석, 보도블럭 설치
내부에서는 페인트 도장이, 외부에서는 석재 계단 시공이 진행된다. 석재는 무거운 자재를 옮기고 놓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커팅하는데 굉장한 소음이 있고 돌가루까지 날려 지켜보고 있자니 주변에 문제가 되진 않을지 신경이 쓰였다. 30T가 넘는 석재가 날렵하게 잘려나가는 걸 보니 이런 작업에서는 도구가 중요해 보인다. 인접도로의 높이와 건물 입구의 높이를 맞추고, 다시 그 높이에서 위아래로 일정한 높이로 이어지는 계단작업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계산을 해서 얹어야 바닥면과 만나는 지점이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석재를 놓는 분들도 수시로 자로 재고 의논하며 작업을 한다. 무거운 석재 아래에 모래와 시멘트까지 뿌려지니 제대로 딱 떨어지는 게 쉽지는 않을 듯하다.
사용승인 준비와 외부 마감의 일환으로 경계석과 주변 도로복구도 해야 한다. 마포구는 지하층 공사가 있는 경우 도로 전폭을 정비하는 게 조건이라고 한다. '정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나와있지 않지만 구청 담당자의 얘기로는 '새로 까는 것'이다. 이미 지하층이 있던 건물이었고 셋백 한 대지 경계선으로 인해 생긴 블럭이 얹어지지 않은 부분과 건물 주변 손상된 부분이래 봐야 1mm도 채 안되는데 6m 도로를 모두 새로 깔으라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저녁 약속이 있어 합정까지 따릉이를 타고 가는데 이곳저곳 새로 지은 건물 앞의 보도블럭만 눈에 들어온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새로 까는 건 세금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익숙한데, 공사비에 세금까지 비용부담이 큰 건축주에게 그걸 요구하는 건 불합리해 보인다. 게다가, 상하수도 공사를 위해 도로복구 원인자부담금을 세금으로 징수해 놓고 그 도로를 다시 또 새로 깔으라니 이게 상식적인 얘기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유가 있어서 만든 규칙이겠지만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검토가 될 수도 있으니 연락을 해봐야겠다. 어떤 이유일지 몰라도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그로 인해 생기는 이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 보인다. 취지는 희미해져 알 수 없고 규제만 엄격하게 남아 이유도 모르는 일을 해야 할 때마다 자꾸 화가 난다.
179일 차 2024년 7월 6일 토, 22도/30도, 비
1. 내부 목계단 시공
2. 1층 석재 디딤판 시공
3. 공정 회의
명일 : 도배 밑작업, 도로 경계석, 보도블럭 시공
내부 계단에 목재판이 올려지니 실내의 인상이 따뜻하고 고풍스럽게 달라졌다. 창대목과 천장루버까지 목재들은 그라인딩 작업을 거쳐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고 투명락카 도장을 하고, 다시 그라인딩과 락카 도장을 반복하며 마감이 된다고 한다. 표면을 다듬으면서 매끈하게 만들어질 것이고 투명락카 도장을 거치며 나무의 결이 훨씬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당연한 거지만, 손이 가면 갈수록 점점 좋아진다. 제대로 했을 때 얘기이고 손이 가면 갈수록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잘못한 걸 수정할 때이다. 겪고 싶지 않은 결과이지만 피할 수 없는 듯.
오랫동안 거친 콘크리트 면이던 입구와 계단 마감이 되고 나니 전체 마감이 훌쩍 진행된 느낌이 든다. 섬세함이 필요하나 완성이라 부를 수 있기까지 여러 번의 공정을 거치는 내부 마감과 달리 외부 마감은 한방이 있네.
석재는 자재가 다양하진 않았고, 베이지와 핑크톤이 살짝 돌아 따뜻한 느낌의 국산 석재를 선택했는데 내부 벽면의 콩자갈과 찰떡같이 어울려 편안하기도 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게 아주 좋다. (샘플로 두 가지를 봤는데 석재의 퀄리티가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고, 나머지 하나(중국산)는 회색과 푸른빛이 돌아 약간 차가운 인상을 주었다.)
오랫동안 세워둔 가림막을 걷어내고 보니 건물이 꽤나 안으로 들어간 게 보인다. 점점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면적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내부 공간도 줄어들고, 도심의 작은 땅에게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경계석 시공을 앞두고 대지경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도심의 신축현장은 대지 경계점을 잘 지킬 필요가 있고 어쩔 수 없이 유실이 되었다면 최대한 빨리 재측량을 받는 편이 깔끔할 것 같다. 작은 집, 작은 땅에서는 10cm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므로.
1. 도배 바탕 네바리 시공
네바리 : 벽면을 고르게 만들기 위해 붙이는 도배 부자재
특이사항 : 도로경계석 작업 평일로 연기 (자재 절단 등 소음으로 인한 민원 우려)
차주 :
월. 내부 목계단 설치
화. 내부 마루시공
수. 경계석 설치 시공
목. 내부 페인트 뿜칠시공
금-토. 벽지 천정지 도배
도배가 먼저이냐, 원목마루가 먼저이냐를 두고 여러 번 논의를 했지만 결국은 업체 일정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 차주 도배를 앞두고 서로 다른 재료의 면이 만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도배면을 어디까지 작은 공간이지만 고민할 지점이 작은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쪼갠 면들로 도배 끝선을 잡는데 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주말이지만, 현장소장님까지 나와 도배면을 어떻게 잡을 지 의논하고 조소장님과 영상통화로 의논을 했다. 도배 사장님은 연륜이 많으신 분답게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해 주시기도 하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셔서 쉽게 이해가 되었다. 잘할테니 걱정말라는 얘기까지 복잡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이내 안심이 되었다.
잘하는 작업자분들은 언제나 일정이 빡빡하다. 미리 일정을 잡지 않으면 좋은 작업자와 일을 하기도 어려울 듯 하다. 날씨 등으로 일정이 바뀌기도 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현장 일정을 감안하면 좋은 작업자를 만나는 건 행운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겠다. 전체 공정과 도배 사장님 일정을 감안하여 진행된 주말 일정인데, 네바리라는 도배 밑작업을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신다. 다른 작업자들이 벽에 적어놓은 펜자국도 꼼꼼히 지우신다. 지금 사는 집에서 도배를 마친 침실 벽지 위로 010-XXXX-XXXX 전화번호가 선명히 드러나있던 기억이 있던 나로서는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었다.
비는 수시로 내리고 날씨는 덥다. 냉방이 안 되는 공간은 일을 더 힘들게 만든다. 한 여름의 마감은 시기상 좋은 거 같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은 관심으로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긴 북구의 겨울을 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얼음이 녹아 툭 떨어져 나오고 이제 봄이구나 싶은 때에 찾아온 눈이었다. 블라인드를 살짝 걷으니 다시 소복이 쌓인 눈, 겨우내 매일매일 보던 눈. 갑자기 맥이 빠진 듯 그날은 학교를 가지 않았다. 눈이 쌓인 뜰과 한 줄로 찍힌 발자국과 누군가의 뒷모습이 사진처럼 선명한데 그다음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지금은 그런 시간인가 보다. 여기서 저기로 건너는 시간. 금방 건널 거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불구불 가까워지지 않는 건너편을 보며 낙담하는 순간, 조금씩 보이는 건너편이 내가 가려던 곳이 맞는지 불안해하는 순간.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금주 계획했던 작업과 진척
월. 타일시공 메지시공 / 내부 청소 정리
화. 내장목공 4층 천장 루버, 창대목, 계단 디딤판 시공 / 보일러 각방온도기 설치 및 시험가동
수. 내장 목공 창대목 계단 디딤판 시공
목. 내장 목공 창대목 계단 디딤판 시공
금. 외부계단 석재 시공
토. 주변 경계석 설치 및 보도블록 설치, 현관 타일, 지하층 타일 설치
마감 후 건축주는 아파트 사전 입주 점검처럼 품질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고, 미완성되었거나 시공 후 생긴 하자를 찾아 목록으로 만든 펀치리스트(Punch list, 미결사항 목록)를 작성한다. 시공사는 펀치 리스트의 항목을 보수해서 완성시켜야 비로소 완료가 되고 잔금 처리가 되므로, 서비스 릴리즈 전 QA 과정과 유사하다.
벽, 바닥 등 마감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잔손질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마지막에 한 번에 하자목록을 만들기보다 미리 만들어서 사전 조치를 병행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감에 민감한 건축주의 펀치리스트가 시공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작업자가 있을 때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기에 미리 타일과 도장 등을 미리 확인하고 스티커를 붙여 표시해 두기로 했다.
다음 주엔 전기공사가 있으므로 가지고 있던 조명들을 전달해야 하고, 위생도기 설치와 함께 수건, 휴지걸이 등 욕실 액세서리를 준비해서 현장에서 함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CCTV 종류와 견적확인, 실내도어 제작(3주 소요)이 예정되어 있고, 사용승인 시점에 도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되는지 조소장(감리)님이 구청에 확인하기로 하였다. 외부공사 중 아직 남아있는 화단 디자인이 확정되고 나는(건축주) 도로복구 관련 문의와 도로번호 부여 신청과 자율 주소판 신청을 구청에 해야 한다.
계획대로 잘 진행된 한 주. 진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