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8
자파리가 운전대를 잡고 태형이 조수석에 앉았다. 소희의 오픈워터 레슨은 무스타파가 맡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이빙 샵에 도착했을 때는 블루 홀로 떠날 준비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나, 오스트리아 부부, 그리고 재희 언니가 트럭 뒤편을 디귿 자 모양으로 채웠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부부의 대화가 카페에서 재생해놓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카이로에 갔었더라면 지금쯤 피라미드 앞에서 낙타를 타고 있었을까.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 낙타의 등이라고 상상하자 왠지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글게 쌓여있는 모래와 돌산을 한참 지나자 바다가 보였다. 보트로 바다를 가로질러갔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입수 포인트를 향해 걸어가야 했다. 장비를 전부 매고 가야 하는 탓에 걸음이 축축 처졌다. 바닥으로 잡아끄는 듯한 산소통을 길바닥에 내던지고 싶을 때쯤에야 나무판자를 덧댄 입수 포인트가 보였다. 좁은 다이빙대로 차례차례 나아가자 낡은 나무판자가 삐걱댔다. 부부가 손을 꼭 잡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먼저 할래. 일행을 둘러보는 자파리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얼추 봤을 때는 지난번 보트보다 바다와의 간격이 더 멀었다. 하강 시간이 긴만큼 입수 깊이도 깊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숨을 내뱉은 뒤 오른손을 들었다. 제가 먼저 할게요.
얕은 바다에는 스노쿨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긴 빨대 같은 것을 마스크 옆에 댄 채로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다이빙대에 서자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더 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공기를 채운 조끼가 몸을 조여 왔다. 팔을 교차해 마스크를 잡고, 오리발 사이의 간격을 조절했다. 먼 바다는 말 그대로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바다에 먼저 뛰어들어야 저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그대로 오른발을 공중으로 내딛었다.
까마득히 깊은 블루 홀의 바닥은 해저 30m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 캄캄한 푸른색에 질색한 것도 잠시, 붉은색의 물고기 떼가 산호를 둘러싼 것에 감탄했다. 노란 지느러미에 파란 입을 가진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자 수면 아래에서 오히려 더 시야가 또렷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마지막이었다. 홍해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때가 언제 또 올지를 생각하면 지나가는 물고기 하나하나가 아깝게 느껴졌다.
두께가 일 센티미터도 안 되어 보이는 길고 넓적한 물고기가 내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다가가면 부리나케 흩어지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일행 주변을 둥글게 돌며 헤엄치는 모습이 생경했다. 바다 속 해양 생물들은 몇 번을 보아도 새로웠다. 몇 번을 보아도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넋을 놓고 구경하게 되었다. 다이빙 구역을 조금씩 다르게 할 때마다 처음 보는 생물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는 꼭 핸드폰 화면을 캡쳐 하듯 이 순간이 모두 저장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유영하며 느끼는 자유로움은 그 순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짐을 알았다. 손과 발을 뻗으며 태아가 양수 속에서 놀이하듯 물속에서 나아가는 그 느낌은 찰나이기에 빛이 났다. 더 이상 겁은 나지 않았다. 바다 속에서 나는 완전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고, 다른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숨을 뱉어내면 만들어지는 공기방울들조차 아름다웠다. 물속에서 호흡하며 헤엄치는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버디는 태형이었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다이빙이었다. 자파리가 선두로 이동하면 나머지 일행이 서로를 확인하며 헤엄쳐 따라갔다. 산호 벽 근처에서 고프로를 든 자파리가 손짓하자 재희 언니가 내 왼손을 잡아 끌었다.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자파리가 재차 오른손을 들자, 이번에는 태형이 내 오른팔을 채갔다. 단체사진을 찍자는 뜻이었다. 부부는 이미 태형의 오른편에 서 있었다. 생각해보면 태형과 둘이 찍은 사진은 물론, 제대로 된 사진 자체가 없었다. 뭍에 나가면 모두와의 사진 촬영을 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내 팔을 잡아당긴 태형이 손을 내려 오른손에 깍지를 끼는 게 느껴졌다. 깍지를 낀 태형의 손가락은 힘을 주어 웅크려진 내 손등을 한 번 꾹 누른 뒤 바로 빠져나갔다.
“얘기 좀 해.”
다이빙 수트를 채 갈아입지도 못한 태형을 데리고 일행에게서 벗어났다. 손목을 붙잡고 모래 언덕 옆 계단을 오르자 간판에 감자튀김이 그려진 식당이 나왔다.
“무슨 얘기. 나 할 얘기 없어.”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태형은 고개를 내저으며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나한테 왜 이래?”
“잘못한 거 없어.”
미간을 찌푸린 태형은 햇살에 눈이 부신건지 기분이 나쁜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럼, 내가 누나 앞에서 구차하게 변명이라도 해야 돼?”
식당 테라스 석에 앉은 한국인 무리가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어. 변명이라도 해, 입 꾹 닫고 있지 말고.”
“그니까, 이렇게 초라해지는 게 싫다고. 작아지고 눈치보고 하는 거, 이거 다 안하고 싶다고. 내가 처음부터 사랑하는 거 무섭다고 했잖아.”
“그래서 평생 안하고 살게?”
“나 다음 주에 모로코 가.”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처럼 말문이 막혔다.
“한인민박 스탭으로 가는거라 오래 있을 거야. 이미 다 정해졌어.”
설득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다는 듯 태형이 덧붙였다.
“나 먼저 갈게.”
“진짜 이유를 말해봐.”
계단을 반쯤 내려간 태형이 우뚝 멈춰 섰다.
“우리 사이 여기서 끝인 거 나도 알아. 근데 알고 싶어. 네가 이러는 진짜 이유.”
태형에게서 지난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빠져들지 못하고 도망치는 데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태형 역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훗날 이 순간을 곱씹으며 후회하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겁이 나.”
고개를 돌린 태형의 두 눈은 잔뜩 충혈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있었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다이빙 수트에서는 쉴 새 없이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정착할 생각하면 겁이 나. 할 수 있을까. 널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래.”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무줄이 탁 풀리는 듯한 말이었다. 들어야 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느껴졌다. 끝내 이겨내지 못한 두려움의 말들이 오히려 와 닿았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을 붙잡고 깊은 바다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에 가는 게 두려운 거야, 아님 한 사람한테 정착하는 게 두려운 거야.”
“둘 다야. 아니 모르겠어.”
활은 시위를 떠났고, 과녁을 맞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내 힘으로 활을 쏴 본 것 자체가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탓에 불어오는 미풍에도 몸이 떨려왔다.
“난 후회 안 해.”
왼쪽 눈에서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지자 태형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늘 평온해보였던 어깨가 감정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채로 태형이 말했다.
“나도 후회는 안 해.”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진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태형에게 바라거나 서운한 게 없었다. 테라스의 한국인 일행은 우리에게 관심을 잃은 지 오래였다. 태형과 나는 나란히 자파리 일행에게로 돌아갔다. 걸어간 자리마다 수트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발자국처럼 남았다.
저녁이 되면 샴엘셰이크 공항으로 가야했다. 짐을 꾸려 체크 아웃을 하고 카운터에 캐리어를 맡기자 졸지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구글 맵 별표를 훑자 태형과 가지 못했던 카페가 눈에 띄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고 에어컨이 시원한 곳, 혼자였지만 못갈 것도 없었다. 도착지를 설정하고 구글 맵을 보면서 길을 걸으니 다시 한 번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알록달록한 간판과 파라솔, 선 베드가 즐비한 곳을 지나니 붉은 등을 달아놓은 카페가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커피 위에 동동 띄운 그림에 홀려 아메리카노가 아닌 시그니쳐 커피를 주문해버렸지만 기분은 산뜻했다. 단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합에 온 뒤로 평일에 스쿠버를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갑에서 네모난 플라스틱 카드를 두 장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스쿠버 다이빙의 오픈워터, 어드밴스 자격증 카드였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은 있어도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 생길 줄은 몰랐다. 몇 번의 고배 끝에 땄던 컴활 1급 자격증보다 배는 뿌듯했다. 살아가면서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늘 보다 유용한 것만 찾아 헤매다가 비로소 윤택해지는 길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뱃속부터 충만하게 차올랐다.
자격증 카드 속 사진은 다이빙 샵을 배경으로 즉석에서 찍은 것이었다. 가지고 있는 증명사진 파일이 없었고, 오전 강습을 끝낸 뒤 급하게 머리를 말리고 찍은 것이라 입술 색 하나 없이 꾀죄죄했다. 한국이었다면 어떻게든 그런 식으로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겠지만 이곳은 다합이었다. 평소의 홍지연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찍는다, 하나, 둘, 셋. 태형이 찍어준 사진은 그렇게 네모난 카드 형태로 지갑 안에 들어갔다. 이름 밑에 붙은 다이버라는 각인이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다이빙 샵에 들렀다. 자파리는 처음 봤던 날처럼 뚫려 있는 카운터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무스타파와 재희 언니는 소파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를 발견하자 무스타파는 내 어깨를 힘껏 끌어안으며 등을 두드렸다.
자파리와 무스타파 사이에서 팔짱을 끼고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연락할게요. 또 올게요. 자파리가 카운터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 무스타파에게 맡겼다. 나와 재희 언니, 자파리가 담긴 사진이 다이빙 샵 기둥에 걸렸다. 부부와 소희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바다에 나간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다. 태형의 인솔 아래 나갔으니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언니, 메시지 할게. 한국에서 보자.”
“조심히 가. 연락해.”
다이빙 샵 문 바깥까지 나와 테이크 케어, 킵 인 터치,를 외치는 자파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라이트하우스 거리를 벗어났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별다른 호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던 곳이었다. 그러나 떠나는 지금, 이 곳에서 얻은 자격증보다도 함께 보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빛바랜 간판을 몇 번이고 되돌아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짐을 찾으러 가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마을을 걸었다. 나무다리를 건너고, 야채를 늘어놓은 가판대를 지나 수리 중인 집들을 지나쳤다.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는 항상 고양이가 사람에게 기웃대며 당당하게 음식을 요구했다. 쪼리를 신은 사람들이 젖은 수건과 수영복을 팔에 걸치고 천천히 걷는 모습도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다합은 정말 블랙홀이 맞았다. 생각 같아서는 이 곳에 몇 달이고 있고 싶었다. 그러나 가야했다. 또 다른 블랙홀을 찾으려면 계속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예약해 둔 택시가 올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할 때였다. 이미 캄캄해진 밤하늘에는 별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서울에서 하늘을 보고 있겠지. 정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행동을 굼뜨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카운터로 가서 캐리어를 찾고 큰 길로 나섰다.
원래 만나기로 한 시각에서 오 분을 기다렸는데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운전 중이라 그런지 확인 표시가 뜨지 않았다. 혹여나 지나칠까 대로변에 지나가는 차들을 주시하며 전화를 걸려던 찰나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누나.”
태형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뛰어온 건지 나를 부르고도 양 무릎에 손을 얹은 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엇갈리는 줄 알고. 이거 사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보내긴 싫었어.”
두서없이 말을 건넨 태형이 손을 펼쳐 작은 종이봉투를 쥐어주었다. 헤드라이트를 켠 택시가 캐리어 옆으로 천천히 차를 세우는 게 보였다. 수염이 덥수룩한 현지인이 운전석에서 내려 나와 태형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어포트? 예스.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었어.”
아저씨는 군말 없이 트렁크를 열더니 캐리어를 집어 들었다.
“연락은.”
“안 할 거야. 나 너 차단했어.”
뒷 자석 문을 열어젖힌 기사 아저씨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담, 허리 업.
“가, 잘 가.”
태형이 어깨를 끌어당겨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직도 쿵쿵 뛰는 심장의 박동이 전해졌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촉박한 시간 탓인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의 재촉이 이어졌다. 마담. 선택권이 없었다.
“잘 있어.”
택시 문을 닫기가 무섭게 차는 출발했다. 빠른 속도로 작아지는 태형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그 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모두 다 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듣고 싶은 말도, 기대하는 것도 없었다. 태형이 나를 차단했다는 말을 듣고서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놀랍지 않은 선택이었다.
태형이 나에게 준 종이봉투에는 새하얀 드림 캐쳐가 들어있었다. 언젠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고 스치듯 이야기한 걸 기억한 모양이었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세심하게 챙기는 모양새가 끝까지 태형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으로는 색색의 조명이 켜진 다합의 시가지가 보였다. 불이 드문드문 들어와 있는 주택단지를 지나 외곽도로에 접어들자 옆에 따라붙던 바다도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속도를 올리는 택시의 창문을 통해 멀어져가는 바다의 끝자락을 눈으로 담았다. 캄캄한 바다의 모습은 정말 블랙홀 같았다. 먹고, 자고, 헤엄치기를 반복했던 열흘간의 꿈 같았던 시간에서 얻은 것은 지갑에 들어있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이상의 것이었다.
누군가 홍해 바다가 명성만큼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겉보기에는 다른 바다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 수면 아래로 들어갔을 때, 나를 흔드는 조류에 몸을 맡기고 호흡했을 때 보이는 세계는 분명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다시 다합에 오게 될까. 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다합은 내게 깊이 잠수했을 때만 볼 수 있는 세계에 온 몸으로 부딪혀 보았다는 자신감을 남겨주었다.
다합에 다시 올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니어도 괜찮았다. 다른 어디서라도 다시 잠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