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와 함께 삽니다 1

고속도로를 못 가요

by 김작가입니다

2023년 늦여름, 언니네 식구가 해외여행을 길게 가면서 반려견을 우리 집에 맡기고 갔다. 2주 동안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산책하며 잘 지냈고 언니네 식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언니와는 차로 3시간 남짓한 거리에 살고 있었기에 바로 강이를 데려다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언니는 한 주를 더 보낸 후에 직접 와서 강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내가 강이를 데려다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이미 서울도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고, 언니집도 혼자 운전해서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길을 나섰다.


일요일 저녁 5시에 퇴근을 하고는 짐과 강이를 챙겨 언니집으로 향했다. 비소식이 있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 시간쯤 달렸을 까, 재를 넘어가는 구간에서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앞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폭우가 내렸고 차선과 앞에서 달리고 있는 차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황이 오기 시작했다.


'아직 두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어쩌지? 나는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지?'


수만 가지 생각과 불안이 지나갔다. 그런 상황에서의 공황은 처음이었다. 손과 발이 제어가 안 될 것만 같은 상태에 이르렀다. 근육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서 핸들에서 손을 떼버린다거나 발을 떼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휴게소를 가서 형부랑 언니더러 데리러 오라고 해야 하나? 휴게소에서 멈추면 다시 못 달릴 거 같은데 어쩌지? 약을 먹어야 하나? 운전할 때 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약 먹고 졸리면 어쩌지?'


감당이 안 되는 불안과 공포였다. 졸음쉼터에 급하게 차를 세웠다. 일단은 약을 꺼내먹고는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다시 출발했다.


'그래 조금만 가면 돼, 20분만 더 가면 톨케이트야. 할 수 있어.'

'이제 비도 덜 오니깐 괜찮아, 고속도로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나를 다독이면서 핸들을 부여잡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언니 집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는 데 비가 억수같이 와서 고생했다며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태연하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울고 싶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도로 위에서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고 오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니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다시 돌아갈 걱정이 몰려왔다. 고속도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커졌다. 언니에게 막상 얘기하지도 못하다 아침에 출발 전이 되어서야 꾸역꾸역 언니한테 얘기를 꺼냈다.


"언니 내가 어제 비 때문에 운전하다가 공황이 와서 혼자 운전을 해서 못 가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결국 언니와 함께 내려왔다가 언니는 다시 바로 기차를 타고 올라는 방법을 택했다. 옆에 누가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국도를 잘 지나고 IC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심장이 두군 거리기 시작했고 공황이 올 것만 같았다. 바로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언니와 운전대를 바꿨다. 차를 멈추기로 한 순간부터 공황증상은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무사고 운전 10년 경력에, 여름, 겨울 할 것이 없이 전국을 누비고 다니던 나에게 고속도로는 공황이 오는 무서운 곳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