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랑이와 가족이 될 때

서로 다른 가족이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by 구름파도

사람은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사람이 가진 지위, 위치, 가치관, 재산 등의 가치로 급을 판단하고 서로 나누려고 하죠.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위가 비슷하더라도 그 사이에서 급을 나누고 위에 서려고 합니다. 같은 사람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특히 단단한 인연으로 묶여있는 동등한 위치에 서있는 관계는 애착으로 인해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죠. 저는 이러한 관계를 가족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말이 통하는 가족이어도 남보다 못한 관계도 있지만, 말이 안 통하더라도 남보다 더 특별한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태어난 순간을 함께하지 않았더라도 말이에요. 이번 동화는 이런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의 동화는 '호랑이 형님'입니다. 어린이날의 아버지 '소파 방정환'님이 쓰신 동화입니다. 가족애와 사람이 가져야 할 도리를 다룬 심금을 울리는 명작이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나무를 베러 갔던 어느 지혜로운 나무꾼이 호랑이와 맞닥뜨렸습니다. 배가 고팠던 호랑이는 나무꾼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지혜로운 나무꾼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궁리하고, 호랑이가 나무꾼의 잃어버린 형님이라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호랑이는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나무꾼을 돌려보낸 뒤 매일 밤 나무꾼의 집으로 찾아가 고기를 나무꾼의 가족에게 바치며 나무꾼의 어머니에게 정성껏 효도를 다합니다. 호랑이의 효심이 어찌나 강했던지 나무꾼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식음을 전패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나무꾼은 이 사실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호랑이를 나무꾼의 어머니 옆에 묻고 다음 생엔 가족으로 만나자며 염해줍니다.


호랑이 형님 줄거리를 간략하게 읽어보니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비록 진짜 가족이라고 철썩 같이 믿기는 했지만, 기억도 없는 가족인 나무꾼의 어머니와 나무꾼에게 어찌 가족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가 있을까요? 아마도 '호랑이 형님'의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들과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 호랑이는 범접할 수 없는 신적인 존재나 권선징악의 악의 축을 담당하는 권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대표적으로 전래동화 속 토끼와 호랑이의 관계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아마 호랑이는 옛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위협의 상징으로서 동화에 등장한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형님' 속 호랑이는 다른 동화의 호랑이와 다릅니다. 범접할 수 없는 신적인 존재는 절대 아닙니다. '호랑이 형님' 속 호랑이는 사람을 괴롭히는 불한당 같은 존재에서 한 사람의 가족으로 거듭납니다. 처음에는 나무꾼을 잡아먹기 위해 위협했지만 나무꾼에게 가족이었다는 말을 듣고 그들과 정을 나누면서 나무꾼의 진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나무꾼이 마지막에 그의 죽음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그를 가족으로 인정했다는 것이겠죠?)


어째서 '호랑이 형님' 속 호랑이만 다른 호랑이들과 달랐을까요? 어떻게 나무꾼은 배다른 가족인 호랑이를 사랑할 수 있던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은 호랑이 형님이 집필될 당시의 호랑이의 지위와 호랑이 형님의 내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 형님이 집필될 당시는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였습니다. 더 이상 호랑이가 밤중에 물고 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죠. 호랑이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진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이 옅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호랑이 형님 속 호랑이가 보다 더 친근해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어떻게 배다른 가족인 호랑이를 나무꾼 가족은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어째서 호랑이는 기억도 없는 나무꾼 가족을 가족이라 여기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나무꾼이 호랑이를 가족이라고 말한 순간부터 호랑이와 나무꾼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인연으로 묶였기 때문일 겁니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대단합니다. 갑과 을로 나뉜 지위가 다른 관계일지라도.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삶과 죽음에 경계에서 만난 사이지만 가족이라는 말은 호랑이의 마음을 녹였고 나무꾼을 울게 했습니다. 가족만이 결국 죽음까지 슬퍼해주며 끝까지 함께하는 관계인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이렇게 단단한 인연의 끈입니다.


'호랑이 형님' 속 호랑이가 다른 호랑이들과 달랐던 점은 비록 속은 것일지라도 사랑할 줄 알았다는 거고, 도리를 다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나무꾼과 나무꾼 가족이 아니었더라면 이 호랑이도 다른 호랑이처럼 비참한 결말을 맞았겠죠?


'호랑이 형님'이 보여주는 가치는 '가족애'라는 이름의 가치입니다. 가족애는 다른 사랑과는 다릅니다. 아빠, 엄마와 아이, 부부, 형재, 자매 등. 다양한 이름의 사랑이 있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의 실로 묶여있는 것입니다.


비록 서로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호랑이와 나무꾼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가족이어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들의 가족애는 비록 다르더라도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건강한 가족애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의 생각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니 다양한 의견을 비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 글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동화 제보받습니다^^ 늦더라도 꼭 쓸 테니 자유롭게 의견 남겨주세요

keyword
이전 02화어린 왕자와 어린 장미, 그리고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