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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는 정말 행복했을까?

효녀 심청이는 만들어진 인물이 아닐까?

by 구름파도

죽은 남편을 따라 몸을 던진 열녀. 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손가락을 자른 효자. 가족을 위해 자신을 판 아이. 이 광경들은 조선시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 시점의 우리의 시점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이들의 행동을 추양하며 옳은 행동이라고 말하는 풍조가 팽배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열녀와 효자는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열녀비, 효자비가 세워진 마을은 세금 감면등의 해택을 주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과부를 죽이거나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가족이 아닌 타인에 의해서 운명을 끝맺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애초애 나라에서 죽음을 칭찬하는 걸 독려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이런 풍조는 근대화가 시작되기 이전까지 억울하게 죽음을 맺는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목숨을 끊는 이도 적지 않았을테죠. 죽음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번 이야기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한 이가 있습니다. 그럼 이번 동화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오늘의 동화는 효녀 심청입니다. 심청전은 판소리로 전해져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제작된 유명한 동화입니다. 가족과 효도의 가치를 담은 명작 동화 중 하나죠.


줄거리를 설명하죠. 심청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심봉사가 젖동냥을 해가며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죠. 아버지 심봉사의 노력으로 심청이는 곱게 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심봉사는 시주를 받던 스님에게 공양미 300석이면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덥썩 그 제안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심봉사에게는 300석을 마련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심청은 이 사실을 알게되자 공양미 300석을 마련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집니다. 심청의 효심에 감동한 하늘은 용왕에게 심청을 구하라는 명을 내렸고, 심청은 연꽃배에 탑승해 지상으로 보내집니다. 물 밖으로 보내진 심청은 황제와 결혼하게 되고 맹인잔치를 벌여 심봉사와 재회합니다. 심청이와 재회한 심봉사는 눈이 번쩍 뜨이게 되었고, 심청이네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를 보면 꽉 막힌 해피엔딩이죠. 하지만 어딘가 찝찝한 면이 있습니다. 심청이는 정말로 아버지가 눈을 뜨는 걸로 만족했을까요? 자신의 목숨으로 효를 다하려고 했던 심청이의 행위가 정말 옳은 걸까요? 우리는 이 두가지 논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합니다. 먼저 심청이의 심리를 분석해보죠.


심청이는 아마 부담감이 심했을 것입니다. 비록 결과가 좋았더라도 스스로 죽음으로 뛰어드는 길을 택했으니까요. 근근히 먹고 사는 아버지가 젖동냥을 해가며 자신을 힘겹게 키웠다는 사실. 효를 다하길 기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뭘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가난. 심청이의 앞날은 암울함과 불안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심청이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감으로서,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마 심청이는 자의가 아닌 상황과 타의에 의해서 인당수에 뛰어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대 조선시대의 열녀, 효자, 효녀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과연 자신의 목숨으로 효를 다하려고 한 심청이의 행위가 옳은 걸까요? 물론 심청이의 행위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자신은 황후가 되고 아버지 심봉사는 눈이 뜨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결과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심청이는 결국 죽고, 눈이 안 보이는 아버지 혼자 남아 뺑덕어멈에게 착취당하며 살아가야 했을텐데요.


아마 심청이는 체념한 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해버린 거지요. 구질구질한 가난한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효도라는 이름으로 아버지 심봉사를 내버려두고 죽음을 택한 것은 분명하게 심청이의 선택이었습니다.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이 중죄는 어떠한 선행으로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심청이의 행위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심청이는 죽음으로라도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심청이가 도망치려고 한 것일지, 타인에게 떠밀려 그렇개 한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심청이는 가족을 항상 생각했고 그랬기에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조선시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많은 효자, 효녀들처럼 말이에요.


오늘의 가치는 '효'입니다. 효녀 심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지요. 저는 심청이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효녀 심청이 전해주는 효의 가치와 가족간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열녀비, 효자비가 사라진 이후에도 사회에 떠밀려 죽음을 맞이하는 수 많은 효자, 효녀들이 있다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가족인데도 남보다 못한 사이도 많죠. 이런 사람들에게는 심청이의 행위에 대한 결과가 이해가 안 될 수도, 때론 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는 때어내고 싶어도 때어지지 않으니까요.


오늘의 동화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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