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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관하여
by 티거 Jang Dec 29. 2016

한국에 관하여

나라 전체가 말 뿐인 삶이 되었다



1.

나는 한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하다.

지난 수개월간 하루 종일 퇴사학교 걱정에 매달리고 매일 밤 창업 생각으로 잠 못 이루다가도,

어느새 습관처럼 뉴스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요 몇 개월간의 한국을 바라보며,

아니 더 정확히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잠시 묻어 두었던 생각들을 다시금 꺼내보며,

최근 무한도전의 설민석 선생님의 강의에서 우리의 역사적인 리더들의 헌신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그리고 여러 정치인과 재벌들 및 현재 나라의 리더들이라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온 이 나라에 대해 드는 단 한 가지 생각,

이 나라를 관통하는 단 한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말 뿐인 삶'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한 마디가 오늘날 병든 한국 사회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말은 너무 잘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계의 리더들과 책임자들은 밥먹듯이 온갖 미사여구의 화려한 말들을 쏟아낸다. SNS와 포털과 뉴스와 온 세상은 온갖 말들의 향연뿐인 것처럼 보인다.

변명이든 해명이든 항변이든 주장이든 - 다들 입이 있고 혀가 길만큼 길며 성대가 멀쩡하고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습득했으니 - 말 하나는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물론, 재벌이며 십상시들이며 그 주변의 온갖 이합집산하는 사람들, 청문회에서 나는 모르오 라는 말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한국 사회의 권력 엘리트가 된 것일까?


말 뿐인 삶은 곧 아무 행동이나 책임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 겉치레, 표면적인 것,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시함을 의미한다. 그 외의 보이지 않는 것, 진짜 가치, 내면적인 것, 책임과 의무, 헌신과 같은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의전사회'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박근혜가 꼭두각시로 전락한 이유는, 결국 '의전사회'가 만든 '의전 대통령'의 재앙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의전 공화국'이다. 우리나라는 진짜 필요한 최소한의 의전이 아니라,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나라 전체가 의전 공화국,
의전 강박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의전 속에서 살아왔다.

학교와 군대는 물론, 회사에서도 매일 의전을 수행해야 하는 삶이다.

학교에선 SKY라는 명문대 학 의전 강박에 매몰되어 학교 정문 앞 현수막 의전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군대에서는 사단장이 한 번 슬쩍 지나가는 의전을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새 삽질만 한다.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오면 엘리베이터가 대기를 해야 하고 임원들이 일자로 도열하여 인사를 하며, 매일같이 밥먹듯이 의전용 보고서를 작성하며 야근을 한다.

의전은 말 그대로 형식이다. 겉치레이다. 알맹이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임원들이 보고서의 겉치레, 형식, 줄 간격, 색깔, 그럴싸하게 혼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와꾸?'를 잘 갖추어 적절하게 나의 성실과 충성!충성!충성!의 결과물이 잘 보이게끔 하는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일 년 내내 상사의 의전을 위해 충성을 다 하면,
나 역시 그 의전의 자리로 올라간다.

그러면 또다시 내 아랫사람? 에게 의전을 강요하고, 그 의전이 다시금 나의 자리를 영광스럽게? 만들어준다.

의전은 눈에 보이는 것, 형식적인 것, 단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화려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단기 계약직인 임원들은 사업을 추진할 때에도 이러한 속성을 반영한다.

겉으로 성과가 잘 보이고, 화려하고, 당장에 단기간에 빠른 시일 내에 있어 보이는 그런 사업들에만 치중한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조직개편이 되고 그럴싸한 요즘 트렌드, 경쟁사가 하는 것들로 비슷하게 짜깁기 도배가 되고, 전략 자료는 글로벌 초일류 미국 중국 진출 멋들어지게 작성되지만, 1년 뒤 실행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의전용 성과, 말 뿐인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이 이와 같은 의전 놀이, 사업 놀이, 보고를 위한 보고, 단기 성과주의, 더 나아가 최고 윗사람의 눈치에 맞추기 위한 꼭두각시 리더들로 전락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관료, 기타 한국 사회의 조직들 역시 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

진짜 사업의 가치, 진짜 성과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예산 따먹기, 돈 놓고 돈 먹기, 화려한 보고서,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어떻게든 기획안이 통과되어 실적을 채우고 그럴싸한 숫자들로 연말에 보도블록이나 갈아엎는 그런 말뿐인 사업들로 올해 내년 또 후년을 매번 연명하고 또 그렇게 세금을 축내며 살아간다.




2.

그 최고 정점이 이번 박근혜를 통해 드러나게 된 것뿐이다.

박근혜야말로 말 뿐인 삶의 상징, 의전 자본의 결정체였다. 그에게는 '18년간 청와대에서 거주하면서 익힌 의전 감각과 어머니의 사후 5년간 의전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으면서 갈고닦은 실력이 있었다.'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인물과 사상사



그가 가진 유일한 힘은 바로 의전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이 지금도 계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을 적재적소에 이미지 메이킹하며 선거를 이기는 선거의 여왕.

나는 지금껏 박근혜가 (또한 그를 위시한 부패 리더들이) 무슨 국민을 위한 법안을 입안했다거나 민생을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주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을 본 적이 없다.

정치인들은 '당의 승리'를 위해, '정권 탈환'을 위해 온갖 멋진 말들을 내뱉지만,
그 누구도 '진짜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조용히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력 인사들의 화려한 말만이 부각되고, 진짜 가치를 만드는 조용한 행동은 보이지 않는 미디어/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2012년 박근혜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 '국민행복시대', '반값등록금', '규제완화'와 같은 '화려한 말(공약)'들이 남발되었지만, 모두 다 폐지되거나 사라졌다. 이것은 박근혜 개인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치인들의 공약이 전부 말 뿐인 삶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현실이다. 매번 그것들을 알면서도 또 그 말(공약)에 속아 그러한 화려하고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말'들이 정말로 이뤄질 것 같다는 희망으로 선거를 하지만, 선거 이후의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될 뿐이다.

처음부터 '말 뿐인 삶'이었으니, 그것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말, 더 큰 의전들이 필요해지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화려한 말, 더 화려한 의전, 그것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더 많은 그들만의 돈과 권력, 정경유착, 부정부패가 생겨나는 것이다.

박근혜가 (또는 그를 위시한 기존 부패 리더들이) 가진 유일한 힘이
'의전(말)' 뿐이었으니, 그가 그렇게도 '외모'에 신경을 쓰고,
심지어 세월호 7시간 동안 굳이 머리를 손질하는
의전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청와대는 20분만 손질했다고 하나, 전문가는 통상 90분 정도 소요되는 머리라고 한다. 심지어 그 긴박한 시간에 20분 손질한 것 자체도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여전히 그는 (또는 그를 위시한 기존 부패 리더들은) '의전', 또는 그럴싸한 '말'에 힘입어 수명을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전의 힘, 말뿐인 사람의 힘을 만들어 준 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말 뿐인 삶이 가능하게 만든 구조와 프레임, 여기에 편승하고 방관하고, 또는 적극적으로 이용한, 정치, 경제, 언론 각계의 말 뿐인 리더들 모두가 지금의 병든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3.

이에 관해 강준만 교수는 아주 재미있는 사례를 들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가 쓴 현대의 '주술 정치'에 관한 글인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들이 하는 행동은 샤머니즘, 즉 주술사가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합시다' 춤 Let's-Solve-a-Social Problem dance을 춘다.
대통령은 보통 '연설'이라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악령을 죽이면 (원인을 규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약속한다. 가난, 범죄, 공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엄청난 팡파르가 끝나고 나면 원로들이 의식적인 회동을 갖고, 대통령은 의회에 어떤 프로그램을 실천하겠다고 요청하고, 그러면 새로운 기구가 탄생하게 된다.

1년 남짓 지나면 우리는 그 새로운 기구의 실적에 대해 듣게 된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원래의 사회적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있다. (중략)
그들은 그 기구를 재편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우두머리를 임명한다. 아니면 그들은 무엇이 성공인지, 그 성공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릴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금연을 했는지를 듣는 대신에 얼마나 많은 금연 학교가 새로 문을 열었는지에 대해 듣게 된다. 우리는 환경오염이 약화되었다는 것에 관해 읽는 대신에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의 증액을 놓고 벌어지는 소동에 대해 읽게 된다.

-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나는 여기까지 읽으면서 실소를 내뿜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우리들의 정치권과 공공기관, 기업에서 행해지는 숱한 일들이 이와 같이 않은가.


'말 뿐인 삶'에서는 이름만 바꾸면, 사람만 바뀌면, 조직 개편만 되면,
시간만 지나면 모든 게 알아서 해결될 거라는 '주술' 속에 빠져 있다.


모두가 말 뿐인 삶, 의전 사회, 단기 성과주의, 허례허식, 보고를 위한 보고, 표면적인 미루기,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겉핥기 등에만 빠져 있으니, 아무도 제대로 진짜 가치와 결과물을 위해 신경 쓰지 않는다. 더군다나 더 큰 문제는 그럴 실력과 역량, 지식과 콘텐츠 자체가 심히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십수 년간 배워온 것이 의전과 말 뿐이며, 또 그러한 형식들이 먹히는? 사회를 살아왔으니, 굳이 지금 또 진짜 실력을 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력이 없으니 더더욱 말 뿐인 말, 의전, 형식, 화려한 보고서, 컨설팅, 학벌, 스펙, 사내정치, 사적인 권력관계, 줄타기, 정경유착 에만 더욱 치중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리더들이 직면한,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정치 경제의 권력 조직 구조가 직면한 가장 큰 뿌리 깊은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4.

'주술 정치화'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더욱 현혹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 미디어가 주관적으로 거르고 제시하는 메시지에 현혹된다. 소위 말하는 목소리 크고 떼 부리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의 연예인화가 되어, 단지 내가 감성적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만 내 편,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

지난 청문회는 이러한 주술 정치, 말 뿐인 삶의 코미디를 여실히 보여준 쇼였다. 결국 진짜 청문회의 목적, 진짜 밝혀야 할 진실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르쇠, 외모, 말투, 아니면 이완용의 물타기와 같은 것들로 또 다른 주술 정치가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결국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이, 몇 년 전 '구조본'을 없애겠다는 아버지의 말과 오버랩되면서, 그 이후 또 다른 '미래전략실'의 대체재인 '비밀조직 A'가 생겨났을 때, 또 그 후손들이 그 이름을 바꾸겠다고 청문회에 나서서 또다시 기업의 최고 리더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한? 리더 콘셉트로 꾸역꾸역 가야 할까.


주술 정치, 의전 사회에 갇힌 사람들이 하는 일이 고작 '미래전략실'을 없애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주입식으로 건설하고, '행정안정부'였다가, '안전행정부'였다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에서 또 무슨 당으로 내용물은 똑같은데 포장만 화려하게 바꾸고, 숱한 부서들을 개명시키고, 성형외과 시술로 얼굴만 고치고, 빚은 늘어다는데 카드만 돌려 막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주술'을 펼치고, 또 다른 선전과 포장과 선포와 연설과 주장을 펼치고,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름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이 속는 사이, 기존의 부정부패 악습들은 여전히 지속된다.


그렇게 늘어난 사회적 비용들은 전부 힘없는 서민들, 절대 다수인 시민들에게 가중되고,

정작 그렇게 주술 정치를 만든 장본인들은, 조용히 온갖 이득을 다 취하면서 숨거나 도피하거나, 또 다른 얼굴로 포지셔닝만 바꿔서 살아남는 것이다.




5.

한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한국 사회의 소수 권력 엘리트와 사회 특권층들의 부조리한 이익은 점점 커지는데, 다수의 시민들과 대중들의 손해와 피해가 심해져도 어떻게 손 쓸 수가 없는 사회 구조인 것이다.


'혁신하라 한국경제'의 저자 박창기는 이를 '내쉬평형이론'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원래 '내쉬평형이론(Nash Equilibrium)'은 '개인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경우 모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터널이 무너졌는데 작은 구멍이 생겼다.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거기로 달려가면 작은 구멍에 병목현상이 일어나 모두가 끼여서 아무도 나가지 못한다. 차례대로 한 명씩 나가면 모두가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데도 개인별 파편화된 집단행동으로 인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태가 유는 것이다. (이때, 지혜로운 리더가 다 같이 차례대로 나가자고 설득하고 가이드를 줄 경우, 집단이 행복해질 수 있다.)

출처 : 박창기, <혁신하라 한국경제>


이와 같이, '부조리한 평형'의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내쉬평형이론에 빗대자면, 소수는 이득을 보지만 (맨 앞에서 혼자 탈출한 사람), 나머지 다수는 피해를 본다. (나머지 뒤에서 병목에 갇힌 대다수 사람들) 그리고 이 상태가 지속된다.

정치와 경제의 소수의 엘리트 권력 리더들은 정경유착으로 이득을 보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다수의 일반 대중 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새로운 혁신보다는 대부분 '이권 경제' 성격이 강하다.

정경유착을 중심으로 한 인허가, 담합, 독과점, 기업에 우호적인 규제 (원샷법 등) 등을 통한 극소수의 이권집단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득을 취하기 쉽다. 반면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 서민,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다. 다수의 대중들이 이것에 대항하려고 해도 장벽이 높다. 일단 이러한 소수가 몰래 벌이는 범죄를 알기도 어렵거니와, 그들을 둘러싼 정치 경제 언론 사법 등 엘리트 집단들이 모두 공범이라 알게 되더라도 일개 개인 대 권력집단의 구도가 된다.

이렇게 파편화된 개인들인 다수는 모이기도 어렵고 집단행동의 비용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규모도 그렇게 크리티컬 하게 신경 쓸 만큼 크지 않다면, 저절로 합리적인 무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 박창기는 이를 설탕 담합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국내 빅 3 제당업체인 CJ, 삼양, 대한제당은 2008년 설탕 담합 혐의로 공정위 적발되어 유죄 판결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들 3사는 1994년부터 약 15년간, 원료인 원당을 3% 관세로 수입하고 완제품은 35% 관세로 막아놓아, 국내에서 국제 가격보다 30%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취한 폭리는 15년간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을지라도 그 벌금은 3조 원의 이익에 비하면 극도로 미미한 것이었다. 대신 그 피해는 다수의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설탕 가격 몇 백 원 정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것 때문에 전국의 모든 소비자 집단이 모여서 집단행동으로 항의하고 고소하고 하는 행동을 할 만한 장벽이 너무 높은 것이다.

출처 : 박창기, <혁신하라 한국경제>


출처 : 박창기, <혁신하라 한국경제>, 창비 : 평범한 제목과 달리 굉장한 내공과 인사이트가 있는 반전 매력의 경제 비평서



이처럼 '부조리한 평형' 상태는 부패 엘리트들의 '말 뿐인 삶'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소수의 이권집단들의 이득은 매우 거대한데 비해,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의 개별적 피해에는 속수무책이니, 이러한 부조리한 평형이 계속 유지되고,

저 위의 정경 유착한 정치 경제 권력 엘리트 리더들은 여전히 지금도,

영화 '내부자들'의 저 유명한 대사처럼,

"어차피 저들은 개돼지일 뿐입니다. 지금은 짖어대지만 금방 또 잊어버릴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조용히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6.

이러한 정경유착의 역사는 실로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것인데, (여기서는 다 다룰 수 없지만) 친일파의 잔재들이 소탕되지 않고, 다른 이름들로 주술 정치를 하며 그럴싸한 이미지들로 여기저기 엘리트들로 포진되어 있음은 우리 모두가 공공연히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경제의 역사는 말 그대로 이권 경제와 대기업 몰아주기를 기반으로 한 정경유착의 역사였다.

한국의 기업들을 '재벌', '기업', '회사'라는 3가지 프레임으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 관점에서는 삼성과 현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삼성과 현대의 광고가 나오면 뿌듯해진다. '회사'라는 관점에서는 조직 문화가 힘들고 상사 눈치로 답답한 요소도 있겠으나, 대기업으로서의 혜택과 보상 역시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운 요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뿌리가 되는, 지금까지의 삼성과 현대라는 '기업'과 '회사'를 만든 뿌리인 '재벌'로서 바라볼 때는 역시나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로 인해 이러한 한국의 '재벌' 성격의 대기업들이 표상하는 것들이, 진정한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포함한 고객 만족, 비즈니스 본연의 가치들을 추구하기보다는, 불법 승계, 내부 일감 몰아주기, 이권 경제 결탁, 담합, 골목상권 침해, 갤럭시 노트7이 터져도 나몰라라, 현대차 부품 오류 나서 사고 나도 나몰라라, 통신사들은 통신비 과다 책정과 복잡한 약관 정책, 과자업체는 질소 봉지로 양 줄이고 포장만 늘리고, 외식업계는 아르바이트생의 수당을 착취하고 미지급하는 등 정상적인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동시다발적인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가 수십 년째 지속되는데도 여태껏 아무런 개선이나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회 전반적으로 '말 뿐인 삶'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 중 뭐 하나 걸리면,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앞으로 잘할게요."

한 마디면 된다. 이렇게 듣기 좋은 애매모호한 말들로 대충 둘러대면 끝이다. 그 이후에는 아무런 제재도 조치도 변화도 없고, 벌금이나 처벌은 미미하고, 그 후의 이득은 더 커진다.

가해 당사자도 말만 하면 되지만, 그것을 심판 처벌 비난? 하는 자들도 말 뿐이니 시간만 지나면 다 지나갈 뿐이다.

어차피 몇 마디 말만 그럴싸하게 해 주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계속 회사는 돈 잘 벌고 현금은 쌓여가고 대기업들은 더 쉽고 더 쉽고 더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면 그만이다.

그 쉬운 방법이란 바로 '내부 일감 몰아주기'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한국 경제의 미래다. 그리고 LG 전자와 SK 에너지도 한국 경제의 미래다.
그러나 삼성 SDS와 제일기획, 그리고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볼 수 없다. 이 들 회사들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상태에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될 수 없다.

- 출처 :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출처 :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헤이북스



장하성 교수의 지적처럼, '기업'으로서의 삼성은 한국의 경쟁력이지만, '재벌'로서 문어발식 삼성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 역시 그런지는 의문이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의 대상은 국내 산업 전반적으로 걸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I 사업이다. SI는 System Ingetration으로 쉽게 말해 그룹사 내부에 필요한 각종 IT 시스템 관련 사업들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삼성 SDS, LG CNS, SK C&C, 현대정보기술 등은 모두 SI 사업인데, 30대 재벌 그룹 중 22개 그룹이 SI 사업을 하고 있다.      

건설업, 물류업, 광고업, 단체급식 사업 등도 대표적인 내부 일감 몰아주기 사업이다. 건설업은 30대 재벌 중 23개가, 물류업은 20개, 광고도 10대 재벌 중 7개가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들은 그룹 내부의 수요만으로도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새로운 혁신보다는 기존 자본과 인프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 것이다.

출처 :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이러니 비즈니스 혁신이니 신사업 창조니 하는 어려운? 것들보다는, 그저 쉽게 이미 있는 것들을 가지고 통행세 부과, 이권 결탁 등으로 쉽게 쉽게 또 쉽게 사업을 할 수 있으니, 굳이 뭐하러 도전을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진짜 혁신과 실력보다는, 이권경제 (로비), 정경유착, 그리고 갑을관계, 의전 같은 것들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는 이러한 '재벌들이 모든 것을 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하는' 세태가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어느 선진국도 한국 재벌처럼 소수 대기업이 모든 사업을 다 하는 경우는 없다.

미국의 창업자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수성가에,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거나, 자식에게 경영을 물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3세 승계에, 대부분 병역 미필이다. 해외 유명 MBA와 황태자식 경영 수업을 받았다곤 했지만 특별한 성과나 경영 능력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서 총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의 자리에 올라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고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도박에 베팅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라고 장하성 교수는 우려를 표한다.

출처 :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7.

이대로 한국의 정치와 경제가 말 뿐인 삶으로 포장된 권력 엘리트 리더들로 인해 침몰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말 뿐인 삶'이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중략)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중략)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중략)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 온통 혼란스러웠달까. 아니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중고생과 다름없었던 거 같아.

출처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출처 :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민음사


우리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직장인들은 매일 출퇴근 지옥철을 타야 하고, 상사의 스트레스와 야근의 눈치를 감내하며 매월 월급이 스쳐가는 것을 바라보며 또 그렇게 주말을 기다리며 소소한 행복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강명 소설의 주인공은 호주로 이민을 갔다. '한국이 싫어서' 떠났다기보다는, '나의 행복'을 위한 마지막 생존의 선택이었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선택을 너무나 잘 이해한다.

퇴사학교를 하면서도, 신규 과목으로 '퇴사 후 이민하는 법' 과정을 열어 달라고 요청이 많으니까.


지난 한 해동안 퇴사학교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직장인들을 만났다.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나를 포함하여, 그저 이대로 '말 뿐인 삶'을 지속하지 말아야겠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행복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 거대한 국가의 정치 경제 언론 문화 사법 리더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말 뿐인 삶'을 태연하게 지속하는 '부조리한 평형' 상태라는 구조에서,

일개 개인인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내년을 준비하면서,

퇴사 이후 형용사가 아닌 동사로 살겠노라는 다짐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조용히 반문한다.


그저 단기적으로 사람 몇 명을 교체하고, 이름만 바꿔 다는,

언론에 그럴싸한 말들로 교언영색하고, 포장하고, 또 다른 주술 정치로

또 다른 의전 정치로, 정치인과 기업인 리더들이 우물우물 조용히 넘어가려는,

그런 '말 뿐인 삶'이 아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소설 '상도'에는 사업을 하는 이유가 '이문'을 남기기 위함이 아닌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라는데,

나는, 우리들은, 앞으로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 나라를 어떻게 살아가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역설적이게도,
'말 뿐인 삶'에 병든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건,
바로 '말'이다.


이 한낱 '세치 혀'가, 나는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와 같은 글처럼,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말'들을 전파하고 공유하며, 또 다른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에게도 유리하니까. 사회 지도층,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에게 유리하니까 '말 뿐인 삶'으로 포장하고 '진짜 해야 할 말'은 하지 않은 채 수년간 그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그러다 이제 국정농단이 드러나니,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또 다른 말로 코스프레한다.

이러한 나라에 뿌리 깊은 '말 뿐인 삶'의 구조를 조금씩 깰 수 있는 건, 바로 '진짜 해야 할 말'을 하는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강준만 교수는 다음과 같은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대안'과 '개혁'과 '변화'를 이야기한다. 모든 언론과 리더들과 각계각층에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 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늘 문제는 비전이나 목표보다는 실천의 구체적 방법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 때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실천된 것은 전혀 없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언론과 검찰이 그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도 대통령의 임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언론과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열심히 파헤치는 것도 임기 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국가운영 패러다임 개혁, 대통령제 개헌, 모든 것들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거대 담론과 말 뿐인 '주술 정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 우리의 일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일 내내 일하는 그것들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의 부조리, 불의, 부정부패, 부당한 상사의 지시, 거짓, 이해할 수 없는 업무, 성희롱, 폭력 등과 같은 것들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런 것들을 말하고 고발하고 제보할 때에,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이나 단체/조직이 믿을 수 없고 또 다른 말 뿐인 삶으로 무마하거나, 오히려 제보자에게 피해를 주고 눈치를 준다면, 우리는 영원한 최순실의 나라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다 말할 수 없지만, 그간 내부고발자, 양심선언자, 공익제보자들이 얼마나 많은 불이익과 피해, 눈치와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며 고통당했는지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우리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집단주의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그것들이, 암암리에 또 다른 최순실과 박근혜를 양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내쉬평형이론처럼, 나는 몰라, 나랑은 상관없어, 쟤는 고발자네, 쟤는 부적응자네, 나만 아니면 돼, 세상이 좀 지저분하고 잘못되었어도 나만 큰 피해가 없으면 돼, 당장 나 혼자 먹고살기에도 급급해. 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부조리한 평형' 상태를 어쩌면 계속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라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동일한 책에 인용된 아래의 기사는, 우리가 단기적 개인이 아니라, 근본적 구조적인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우리 사회의 무수한 제보자들이 두려움 없이 말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대통령 박근혜, 국회의원 박근혜, 검사 박근혜, 재벌 총수 박근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견제 장치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입'이다. 언론인, 공무원, 일반 시민들이 언제든 두려움 없이 권력의 비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행정부 수반을 수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 제보자들의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것이 당신들을 또 다른 '박근혜'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출처 : 제보자들의 사회, 서복경 연구원, 한겨레, '16.12.1


이제 앞으로의 말은
'말 뿐인 삶'이 아닌
'말을 통해 행동'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어느 언론이 보여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행동하는 신뢰받는 말,

어느 초선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탄핵 찬반 현황 리스트라는 우직한 말,

지금도 계속되는 촛불집회에서의 우리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그 행동하는 말들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서 각자의 조직과 일터에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부패 권력 엘리트들의 의전용 말, 면피용 말, 주술적 말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 우리 시민들이 당신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하는 '행동하는 말'을

내년에는 더 많이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형용사가 아닌 동사를,

단기적 겉치레가 아닌 장기적 내면의 가치를,

포장이 아닌 콘텐츠를,

거짓 공약이 아닌 실제 변화와 성과를,

만들 수 있기를 나 자신부터 다짐해 본다.


그런 무력감은 시민들이 능동적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 대신 포기, 체념, 냉소주의를 습관적으로 갖게 되는 '무력감의 사회화'로 이어져왔으며, 이는 잘못된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적응하려는 각자도생형 투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스스로 일상적 삶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 스스로 자율성과 능동성을 갖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것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모든 기제, 관행, 의식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업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급박한 순간에 미용사를 부르는 정신 나간 일을 했을 때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직접 말하거나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게끔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다.

- 출처 :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그리하여 위의 강준만 교수의 주장처럼, 우리 스스로가, 나 스스로가 실천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일상적 의제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것들이 쌓일 때에 이 세상의 박근혜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현실의 우리들에겐, 내년에도 여전히 먹고사니즘의 부담이 크고 피곤하고 바삐 지내겠지만,

분명 역사는 흐르고 변하고 있다.

조금씩 대안을 찾고 작은 말들을 내뱉어보고, 그것을 실천할 것이다.

조금씩 의제를 설정하고 공부하고 공유할 것이다.

조금씩 토론하고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 돕고 의지하며,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그렇게 희망을 찾아갈 것이다.  


새해에는. 나부터.






<참고서적>

강준만, <박근혜의 권력 중독>

박창기, <혁신하라 한국경제>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각자도생, 말뿐인 삶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먹고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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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출간작가
<퇴사학교> 대표 저서 <퇴사의 추억>, <퇴사학교> 외 tiger@t-scho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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