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어서 좋은 하루

by 수인살롱


6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주 하고 3일째다. 절반을 약간 넘겼다. 하루도 빼지 않고 잘 쓰던 못 쓰던 글 하나씩을 썼다. 이제 하루 한 편 글쓰기가 몸에 익었다. 루틴이 되었다.


습관은 의지로 시작되지만 반복으로 완성된다. 행동심리학에서는 보통 21일에서 66일 사이를 습관 형성의 구간으로 본다. 개인차는 있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같은 행동을, 같은 맥락에서, 생각을 최소화한 채 반복하는 것. 지금의 나는 ‘오늘 쓸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쓰는 건 이미 결정된 일이고, 무엇을 쓸지만 고민한다. 습관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면 찝찝한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글쓰기가 바로 그 단계로 넘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막막하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글감이 떠오르지 않음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하루를 가만히 떠올려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평소처럼 출근하고 업무 보고 퇴근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도 글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한 하루였다는 뜻일 것이다. 사건사고 없이 흘러간 평온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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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평온함을 불편해했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내곤 했다.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마저 재미없다며 트집을 잡아 갈등을 키웠다. 갈등이 기본값이고, 편안함은 낯선 상태였다. 그러고는 왜 내 인생에는 사건사고가 이렇게 많을까 하며 환경 탓, 사람 탓을 했다. 사실은 내가 평온을 견디지 못했던 것뿐인데.


오늘처럼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는 하루가 진짜 평화로운 하루다. 물론 하루의 중간에는 많은 업무가 있었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쳐내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일’이었을 뿐, 내 마음속은 비교적 고요했다. 이 평온함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또 갈등의 바람이 불어올지, 감정이 요동치며 버거운 순간이 찾아올지는 모른다. 그래도 그 또한 지나가는 바람처럼 결국은 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을 괜히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누려야겠다. 별일 없어서 더 소중한 하루. 오늘은 편안하게 두 다리 뻗고 자야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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