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통곡 할 수밖에 없는 책.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아서 요즘 가방에 소중하게 넣어두고 시시때때로 읽는다. 벌써 여러번 재독 중인데 읽을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머나먼 타국에서 이국의 언어를 쓰며 모국의 언어로 이렇게 산문을 작성 하는 느낌이란, 어떤 감각이 들까. 시를 읽는 듯 하기도 하고 일기장을 엿보는것 같기도 하고 시인들이 쓰는 산문이란 이래서 너무 좋다.
시인의 문장을 빌리자면, 소리없이 불평 없이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나의 욕심으로 점철된 당신을. 그렇게 내가 언젠간 너를.
타인을 감정적인 적으로 이해하는 상태에서 집단적이고도 조직적인 '타인 이데올로기'가 생겨나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빼앗아올 것이 있을 때 타인 이데올로기는 비 내리고 난 뒤의 물풀처럼 무성하게 돋아난다.
타인, 이라는 말은 아마도 나 아닌 것, 사람뿐 아니라 환경역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자연은 인류가 대면해야 했던 최초의 그리고 아마도 최후의 타인일 것이다. 타인이라는 '것' 은 이해 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들어 위협적이고, 위협적이어서 어찌해서든 위협적이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허수경, 2018,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