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플리마켓 회고 가이드 & 체크리스트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사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압박, 그리고 힘들게 굴러가는 여러 가지 상황들로 많이 지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를 긴 호흡의 글로 남기는데 많은 어려움(에너지 방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언젠가는 이 기록이 나의 피와 살이 되어 더 나은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올해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지난주에 열었던 로컬 플리마켓이다.
원래는 4월 5일 식목일에 맞춰 플리마켓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확실한 비소식이 있었고, 결국 2주를 연기했다. 그 과정도 굉장히 괴로웠다. 다채롭게 구성되었던 브랜드들이 대거 이탈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고, 좋은 콘텐츠로 플리마켓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300명 방문
16개 브랜드
총 3회 개최
이 글은 내년에도 있을 로컬 플리마켓 행사를 위해 우리 팀이 경험하고 교훈으로 삼았던 내용들을 기억하는 용도다. 그래서 새롭게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더 보완하고, 개선해서 우리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것이다. 혹시 로컬 플리마켓이나 브랜드 자체 행사를 준비하는 기획자, 마케터, 혹은 아무나.. 있다면 도움 되기를.
먼저 행사를 기획하기 전에 꼭 확인하고 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
아주 심플하고 당연하지만, 이걸 놓치고 가다 보면 행사 기획이 산으로 가는 수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야 한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도, 브랜드와 결이 다르면 오히려 돈 낭비하다 끝나는 수가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간만의 숲은 '자연 공간'을 통해 '나만의 삶을 균형 있게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셀러들을 모집했고, 그런 삶을 하루라도 경험하고 싶은 손님들을 우리 숲에 초대했다. 그래서 그런지 리뷰 중 이런 따스한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실 우리는 B2B보다 B2C, 단체 손님보다는 2-3인 손님들을 타깃 삼았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그건 글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시작하고 안을 들여다보니, 우리의 생각 그러니깐 우리가 하고 싶고 좋아하던 것과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A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시장이 반응하는 것은 Z였다는 것이다.
이번 플리마켓도 마찬가지다.
우리 브랜드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고객이 좋아하는 것들을 플리마켓에 추가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져가되, 가족 단위(그러니깐 5-6살 미만 아이들을 양육하는)들을 적극적으로 타깃 했다.
아이들이 숲을 천천히 돌아보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빙고판도 추가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피드백을 듣게 되었다.
추가로, 우리처럼 로컬 플리마켓 같은 행사를 준비 중이라면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요소가 있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신선하고 재밌는 걸 경험해 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3만 평 숲)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여 론칭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특이해 보이고, 차별성이 있어 보이지만 우리는 남들과 다른 포지션을 확실하게 차지하고 싶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매년 4월과 10월에만 숲을 개방하는데, 이때 한 손님이 이런 말을 했다.
이걸로 돈을 어떻게 벌어요..?
맞다.
사실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큰돈을 벌지 못한다.
오히려 적자면 적자지, 돈을 번다고 말할 수는 없다.(다행히 크게 적자를 본 적은 없다..ㅎ)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벌고자 플리마켓(4월)과 프라이빗 피크닉(10월)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잠재 고객들에게 '간만의 숲 철학'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하고, 그들의 마음속에 한 자리를 잡는 '브랜딩'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럼 돈을 어떻게 벌고 유지하냐고.. 묻는다면 이건 다음에 한번 풀어보겠다)
사실 외주를 받아서 행사 기획&진행을 모두 맡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단순 자체 브랜드 행사만으로는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브랜드를 알리는 '브랜딩'의 색깔이 강하다. 그러니, 돈 벌려고 행사하려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잠시 접어두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는 내년에 있을 행사를 위해 행사 피드백을 낱낱이 적어보려 한다.
* 강사: 이번에는 총 2개의 체험 프로그램(숲 요가, 백드롭 페인팅)을 진행했다. 체험 퀄리티는 훌륭했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우리가 미리 간만의 숲의 이야기와 황칠나무(간만의 숲 메인 나무)를 강사분들께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체험이 시작되기 전, 해당 체험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오늘 간만의 숲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가기를 원하는지 강사분들이 직접 이야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셀러: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체험이 아니더라도 잠깐이라도 로컬 셀러들의 상품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단순 구매 x) 요소가 있다면? 고객의 발길을 더 오래 잡아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셀러들의 판매율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다.
* 보물찾기 선물: 이것도 위에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맥락인데, 숲빙고 보물찾기 체험으로 계란판을 준비했다. 다 찾은 아이들이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탭을 계속 쳐다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서 아이들이 숲을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는 요소를 줘야겠다.
* 무조건 6개월 전부터 셀러를 모집할 것. 이번에는 1.5개월 정도 전부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니깐 셀러 풀이 확실히 좁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셀러들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해당 플리마켓을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끝까지 부스를 지킬 수 있는 셀러들만 모집할 것. 중간에 마감하고 가는 셀러 부스가 생기면, 플리마켓 전체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negative) 미친다.
* 무조건. 시간 엄수를. 잘. 지키는. 셀러를. 모을 것. 사실 이거는 아무리 말을 해도 늦게 와버리는 셀러면 어쩔 수 없다.. 부스 세팅 마감 10분 전에 오는 셀러가 많다면 스탭 입장에서는 대혼동 그 자체다. 꼼꼼하게 케어하기가 어려운 건 당연하고, 당장 고객들이 들어올 건데 준비되지 않은 부스가 보인다면 플리마켓 이미지 자체가 좋을 리가 없다. 이건 다른 방법이 없다. 셀러 모집할 때 강조하고, 또 전 날에 개인톡을 보내서 꼭 지켜줄 것을 여러 번 말하는 수밖에..
가장 큰 리스크는 '날씨'다.
우리는 100% 야외 행사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큰 외부 리스크다.
이번에도 날씨 때문에 2주를 연기했었다. 올해는 실내 공간이 완성된다고 하지만, 300명을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긴 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연기했지만, 이때 10팀이 대거 이탈했다. 어쩔 수 없었다. 셀러들에게도 다음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응 방안으로는 아래와 같다.
-처음 셀러 모집할 때 날씨로 인해 변경될 경우 0월 00일에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언급할 것
-밀린 날짜에도 참여가 가능한 셀러만 신청할 것
한편으로는 너무 '날씨'에 제한을 두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가 와도 자연 그 자체를 온몸을 경험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 또한 간만의 숲의 철학과 동일하지 않나?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잘 소개할지가 미션이긴 하다.
이번에 스탭(일일 알바)을 6명 모집했다. 나름 세세하게 역할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여기저기에서 펑크가 났다. 다음에는 더 세밀하게 롤을 정해야겠다. 예를 들면 셀러 부스 담당(모든 부스 세팅, 철거 확인), 쿠폰 담당 등.
행사 전용 웹페이지를 만들 것.
우리는 이번에 노션(셀러 모집/소개), 네이버 예약창 2개(쿠폰/체험) 총 3개를 각각 운영했다. 그런데 주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링크 3개를 넣어보니 좀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에는 1개의 링크(전용 웹페이지)를 넣고, 그 안에 예약창(연동)과 소개글을 작성하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는 훨씬 깔끔해 보일 것 같다.
이수정
로컬과 자연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합니다.(간만의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