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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오메가 Mar 23. 2020

삼 년에 한 개씩은 너의 허리춤에 빛나는 명품가방을

루이뷔통 보마르셰


 아내에게 쓰는 일곱 번째 편지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리며, 우리는 서로에게 결혼하고 꼭 지켜야 할 것들은 성혼 서약서에 적었지. 그리고 수많은 하객들 앞에서 서로의 약속을 맹세했지. 


 너는 일주일에 한 번은 집밥을 차려서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나는 삼 년에 한 개씩은 너의 허리춤에 빛나는 명품 가방을 사주기로 했지.


 바쁜 직장 생활을 하는 너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따뜻한 집밥을 차려주었어. 나도 그런 너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맛있는 밥을 받아먹으면서, 내가 한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돈이 되는 일은 이것저것 하게 되었고, 드디어 너에게 명품 가방을 하나 살 돈을 모았지.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을 뒤흔들기 전, 우리는 결혼 1주년을 기념했어. 그리고 그때 모아둔 내 돈으로 너에게 네가 원하는 명품가방을 사준다고 말했지. 


 너는 '직장에서 명품 가방을 메고 다녀도 될까?'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머뭇거렸지. 그리고는 귀엽게도 바로 휴대폰으로는 20대 명품 가방을 검색하기 시작했어. 그런 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어.


 '얼마나 갖고 싶었을까.'


너와 비슷한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을 함께 만날 때면, 너의 친구들은 매번 금장된 명품 로고가 박힌 가방을 테이블에 올려 두곤 했지. 그때마다, 너는 안보는 척하지만, 샤넬,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입생 로랑의 로고를 부러운 눈으로 힐끔힐끔 봤어.


 그렇게 너의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나는 괜히 미안해져서 너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 


 너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내가 안 보이게 휴대폰으로 명품 가방을 검색하곤 했지. 나는 안보는 척했지만, 반대편 유리창으로 비추는 너의 휴대폰 화면에는 친구들의 명품가방이 보였어. 


 누군가는 기분 전환하기 위해서 가볍게 사는, 누군가는 조금만 무리를 한다면 살 수 있는, 그 명품 가방.


 그 명품 가방을 위해, 나는 돈을 작정하고 모으고, 너는 돈이 있어도 '사도 될까?'라는 불확신과 걱정을 여러 번 해야 했어. 내가 돈을 작정하고 모아야 한다는 것보다, 네가 그 명품 가방으로 자격지심을 가지는 게, 그게 안타까웠어. 


 그래서 이번에 돈을 모으면서, 가성비 생각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거 한 번에 사주자'라고, 생각을 했어.


 '루이뷔통 포쉐트 메티스 모노그램'


 네가 원하는 명품 가방. 메티스를 사려고 서울의 루이뷔통 매장을 돌았는데, 네가 원하는 건 없었지. 같은 제품이지만, 리버스 제품이 1개 있었긴 하지만, 네가 원하는 게 아니었지. 너는 곧, 울적해하며, "오빠 그냥 안 살래."라고 말했어.


 그런 너에게, 나는, "그거 말고 예쁜 거도 있으면 그거 사줄게. 나중에 3년 되기 전에, 하나 더 살 때 그때는 있겠지"라고 달랬어. 


 이미 들렸던 루이뷔통 매장을 다시 돌면서, 네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말하고, 제품을 둘러봤어, 그리고 드디어 찾은, 너의 명품 가방. 


 '루이뷔통 보마르셰'


 너는 그 가방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고, 구매하기 전까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방긋방긋 웃었지. 그런 너를 보면서, 나는 선물을 위해 돈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 


 너는 나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너에게 3년에 한 번은 빛나는 명품 가방을 너의 허리춤에 감아줄게. 


너의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을 때, 반짝반짝 빛나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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