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전상서

by 나를


천식이라는 병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술과 담배 없인 견디기 힘들어하셨다. 기관지 확장제를 수시로 흡입하셨지만 숨 쉬는 일조차 버거워 보였다. 아버지의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기침 소리는 집 안의 어두운 정적에 긴장감을 더해 주었다. 나는 늘 불안했다.


편의점이 생긴 이후로 나는 자다가도 새벽에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 와야만 했다. 새벽의 어두운 도로를 지나 술을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자는 사람을 깨워 끊임없이 캐묻다가 결국에는 때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엄마와 아버지가 이혼하길 바랐다.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성인이 되어 회사와 집을 오가며 사는 내 삶에는 숨구멍이 없는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늘 불안하였고 남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괜찮은 척 살았다.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했었는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으리라.


나의 결혼 후 아버지의 폭력은 더 심해지신 것 같았다. 때때로 아버지의 마음 깊은 곳에선 자신의 삶을 잠식한 불행을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내가 결혼한 후 아버지는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다.

새벽 전화벨 소리에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예감했다. 비로소 아버지에게서 놓여났다는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어리석었다. 한 사람의 삶을 나는 제대로 스며들어 안아주질 못했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아버지는 떠났다.


늦었지만 아버지, 사랑했노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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