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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y 31. 2021

봄을 보내며 뽕잎차를 만들었어요

5월이 가기 전 뽕잎차를 만드는 즐거움

사람이 매일 먹고살아야 하는 음식은 그 종류가 가 다양하다. 무엇을 먹고 건강한 몸으로 잘 살아야 할지 사람들은 날마다 신경을 쓰고 산다. 그중에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차도 건강을 도와주는 먹거리 중 하나다. 자연에서 나오는 나뭇잎과 각종 꽃과 풀들도 독이 있는 것만 빼고 거의 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차를 만들어 마시는 식물은 다양하다.


차와 연관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우리가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다. 특히 봄이 되고 부지런을 떨면 차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나뭇잎이나 꽃들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아 사는 것이 꽃처럼 예쁘고  재미있을 수 있나 싶어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차를 만드는 일은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마음만 내면 되는 일이다. 사람의 행복이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남편은 나이 70세가 되면서 직장을 퇴직하고 나와 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 노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남편은 나와 함께 놀았다. 다도 행사도 같이 다니고 차 생활도 같이 하면서. 봄만 되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채취해서 차를 만들어 먹는 재미에 봄이란 계절에 몸과 마음을 푹 담그고  나날을 맞이 했다. 날마다 해야 할 일들이 우리를 기다렸다. 자연과 함께 하는 노는 일은 마음이 풍요롭고 즐거웠다.


우리가 만드는 차는 봄이 오면 생명을 가득 담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쑥이 나오면 쑥차에서부터 민들레, 아까시, 감잎차, 뽕잎차 등을 만들었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것들이 모두 차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봄은 우리에게 선물처럼 자연을 내어준다. 조금만 마음을 내고 부지런을 떨면 여러 가지 차를 만들어 일 년 동안 즐기면서 마실 수 있는 풍요를 누린다.


10년을 넘게 여러 가지 차를 만들고 그렇게 열정을 다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삶이란 세월이 가면서 변하는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게 삶의 질서인 것이다. 우리도 변화에 발맞추어 적응하고 살아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나이가 들고 삶이 자꾸 흔들린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데로 살아야 하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나이는 자꾸 마음의 열정도 사라지게 한다. 옛 어른들 말씀에 '나이 들면은 장사 없다'는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다. 남편에게 봄이 되어서 "차 만들게요" 하면서 권해 보지만 별로 호응이 없다. 남편 나이 80살이 훌쩍 넘게 되니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한다. 이것저것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참, 세월이란 삶의 의욕도  변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제는  나이에 맞게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여행도 젊어서 해야 즐겁고 재미가 있듯, 나이가 들면 호기심이 줄어든다. 나는 원래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날마다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살아가는 모든 일을 남편 같이 할 수는 없다. 서로가 좋아하는 데로 살면 그뿐이다.


지난주 큰집에 갔다. 코로나로 명절에도 못 가고 제사에도 못 갔는데 다행히 백신을 모두 맞아 이제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큰집 형님이 몸이 아프다고 하신다. 나는 밥맛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찰밥을 쪘다. 형님은 찰밥이 먹고 싶다 하신다. 밥은 생명이라서  먹어야 사니까 입맛에 맞는 걸 먹어야 한다. 과일과 간식도 샀다. 사람이 가까운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은 사람 사는 일이 아니었다.



비가 제법 오는 주말이었다. 나는 점심을 먹은 다음 큰집 뒷산에 올라가 뽕잎을 땄다. 비를 맞으면서 뽕잎을 따는 느낌이 싫지 않다. 오히려 상쾌했다. 뽕나무에는 어린 오디가 많아 초록의 열매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귀엽다. '에고 이걸 놔두면 오디가 되는데' 하면서 혼잣말을 하면서 뽕잎을 딴다. 어린 오디에게 미안해진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그 사물이 지닌 값은 소멸된다.


뽕잎은 어릴 때는 나물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 뽕잎은 여러 가지 효능이 많다. 뽕잎도 잎이 넓은 뽕잎보다 산속이나 차가 다니지 않는 곳에 따는 곳이 좋다. 잎이 적은 꾸지뽕나무가 효능이 좋다. 청열 작용과 뇌혈관에도 좋고 뽕잎에는 단백질도 많아 누에가 뽕잎을 먹고 비단 실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3년 전부터 당뇨가 오기 시작했다.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밥도 잡곡밥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혼자 따로 먹는다. 남편은 잡곡밥을 안 드시니 하얀 밥을 해서 먹고 있다. 정말 당뇨를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건강관리를 해야 하므로 당뇨에 좋은 차인 뽕잎차를 만들어 먹으려 비를 맞고 뽕잎을 딴다. 너무 늦으면 잎이 질겨 맛이 덜한다.

             

                           뽕잎차 만들기 약간 건조가 안된 뽕잎을 프라이팬에 건조한다.


약간 건조되기 전기 프라이팬에 뽕잎을 덖는다. 다른 때와 달리 비를 맞은 뽕잎이다. 집에 가지고 와서 나뭇가지와 줄기를 떼어내고 뽕잎을 잘 골라 씻어 그늘에서 물기가 조금 걷히면 프라이팬에 덖는다.


김이 나올 때 뒤집어 물기가 걷히면 꺼내어 채반 위에서 유념을 한다. 유념은 손으로 빨래를 비벼 빠는 것처럼 하면 된다. 그런 다음 다시 불 위 온도를 적당히 높여 뽕잎을 덖는다. 그 과정을 두 번 한 후 팬에서 건조하면 뽕잎차 만드는 것은 끝난다.

              

                             만들어 놓은 뽕잎차 유리병에 담아 보관한다.


건조된 뽕 잎차는 유리병 같은 곳에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보관한다. 물을 뜨겁게 끓여서 적당량을 유리 다관에 넣고 우려 마시면 향이 풋풋하고 달큼한 맛이 건강에 좋다. 이런 차를 일 년 동안 마실 수 있어 좋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리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차도 만들어 마시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뽕잎차 우려 마시기 덖어 놓은 뽕잎 차를 우려 마신다.


모든 사람들 희망은 사는 동안 아프지 않고 살다가 세상과 이별하기를 원한다.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은 비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인간들이 지구를 아프게 해서 화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름도 모르는 전염병이 찾아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을 격게 되었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 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일 우리가 먹어야 하는 음식과 버리는 쓰레기 하나에도 나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이 든 우리는 세상 살날이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우리 뒤에 후손을 위해서 라도.


오월이 가고 있다. 오월은 봄의 끝자락이다. 오월이 가기 전 뽕잎차를 만들어 마시고 내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삶은 언제나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흔들림이 오더라도, 작은 일에 만족하고 담담히 살아갈 것이다. 뽕잎차를 만들고 남편과 함께 야생화 한 송이 꽂아 놓고 마시는 차 한잔은 소소한 작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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