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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08. 2021

차 생활 30년 만에 처음 해본 강의

차 마시며 차 공부하기

지난 토요일 6일 오후 3시에, 군산 한길문고에서 다도 강의를 했다. 찻자리도 해야 하기에 요것 저것 준비를 해야 할 짐이 꽤 많았다. 모르는 분들이 보면 차 한잔 마시는데 왠 짐이 그리 많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찻자리란 필요한 물건이 많다. 그냥 차 한잔 가볍게 마실 때와는 다른, 찻자리 미학에 맞도록 준비를 해야 할 때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찻자리에 마시는 한잔의 차는 쉼과 멋과 여유로움이다.


짐이 무거우니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말 무슨 일이던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는 어렵다. 짐을 가지고 한길문고에 도착하니 한길 문고 대표님은 벌써 가을 분위기 물씬 나도록 신경을 써서 세팅을 해 놓으셨다. 무슨 일이던 최선을 다 할 때 사람 마음은 감동을 한다. 기분이 좋다. 상대 대한 환대와 배려라는 생각에...


찻자리란 차를 마시는 공간이나 인원. 형식이나 목적에 관계없이 차를 마시는 자리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마음의 아름다움이 기초가 되는 것이다. 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차를 우려 상대에게  대접하는 행위를 '다선 일미'라고 초의 선사도 말하셨다. 찻자리에서는 맑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서...


"옛 선비들은 봇짐에 차도구와 붓, 벼루, 먹과 호리병을 소중히 가지고 다니다가 쉴 곳을 찾아 봇짐을 풀고 맑은 물로 차물 끓이고 꽃을 꺾어 호리병에 꽂아놓고 그 순간만이 라도 여유롭게 차 마시며 글을 쓰고 시를 지었다 한다. 생각만 하여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 <차의 미학 중에서>

           

                                            손님에게 질문을 받고 


한길문고에 책 사려 오신 남자분 손님은  차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차를 두어 잔 마신 다음 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차를 좋아해서 책도 몇 권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차에 대한 이론은  한 시간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처음에 다도 강의를 해 달라는 한길문고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한동안 생각을 했다. 다도란 주제가 넓은 만큼 간략하게 일반인들이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며 차에 대한 이해를 정리해서 ppt를 만들었다. 또, 차 행사할 때 사진을 정리하고 '다화' 사진들도 정리했다. 차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실 나는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오프라인 강의 듣고 리포트 쓰고 내가 꼭 할 것만 해 와서 강의 재료는 만들어 놓았지만 강의할 때 화면에 연결하는 건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분에게 부탁했고 그분은  한길문고에 보냈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메일을 받은 분이  ppt 강의 자료가 없다고 했다. 사진은 있어 보여주었다. 당황한 마음에 어떻게 강의를 했는지 모르겠다. 더듬더듬... 내가 의도했던 데로 차분히  요점을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 민망함에 마음이 내내 찜찜했다. 어쩌랴!!  다 지나간 시간인 것을... 실패가 어쩌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지 않을까, 혼잣말로 나를 다독인다.


차란 무엇인가?


 "차란 우리가 일상적으로 식사 후나 여가에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차는 산다 학과에 속하는 차나무 어린잎을 따서 가공하여 만든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차는 여러 가지 많은 가공 공정을 거쳐서 차가 만들어지는 수고로움이 있다. 그 수고로움이 있기에 차가 더 귀하고  마시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수양을 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차는 찻잎을 따면서부터 수고로움과 인내와 힘든 과정을 거친다. 차의 개념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첫째는 물질적인 개념의 차이고 둘째는 정신적인 개념의 차이다. 물질적인 차는 끓인 물에 차를 적절하게 끓여 낸 것을 말하며, 정신적인 차는 법도에 맞는 차 생활을 통해 지극한 경지에 이르러 묘경을 터득하는 것을 말한다.

차를 마시는 이유를 우리 조상들이 한 말은 첫째 건강에 이롭고 둘째 사색공간을 넓혀주어 마음의 눈을 뜨게 하며, 셋째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위함이다." <이진수의 차의 이해 중에서>


어쩌면 차를 마신다는 것은 위에 간략하게 정리한 세 가지가 다 일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건강과 정신적으로 지극히 편안한 환경에서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기를 원한다. 차 생활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담담히 마음의 여유로움과 정신적인 쉼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차를 마시며 사색하고 정신적인 위안을 많이 받았다.


다음 부분은 차의 기원에 대해


차는 중국에서부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전파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승려들이 불교를 전파하면서 전해졌거나 가야국 수로 왕비가 허 씨가 인도에서 차 씨를 가져왔다는 설, 다음은 삼국사기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설이 있다.


화계 쌍계사 아래 있는 곳에는 대렴공이 심었다는 차 시배지가 있다. 지리산 근방에는 야생 차을 많이 만들고 있는 다원들이 상당히 많다. 차를 하는 다우들과  매년 지리산 자락에 있는 다원에 가서 차를 만들어 온다. 야생차는 손으로 덖어 만들기 때문에 향이 진하고 구수한 덖음차의 맛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차의 효능(카페인, 탄닌, 엽록소, 비타민)  차는 사람에게 이로운 여러 가지 효능이 많다. 옛날 조상들은

약이 귀할 때 떡차( 찻잎을 시루에 쪄서 절구에 찧고 엽전처럼 동그랗게 만든 차) 동그란 가운데 구멍을 뚫어 지푸라기로 엮어 처마 밑 시렁에 건조를 시켜 감기가 들거나 몸살이 날 때도 차를 끓여 마시며 약으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지금도 전라남도 장흥에는 떡차를 만들어 항아리에 보관을 하면서 마신다.


세계 삼대 홍차


다즐링 홍차- 북동 인도 히말리아 산맥의 고지대인 다즐링에서 만든 차

                      우바 홍자 - 스리랑카 중부 산악지대인 우바에서 생산된 차

                      기문- 중국 안휘성 기문에서 생산된 차


차나무 종류, 차를 따는 시기에 대한 분류 (우전, 세작, 중작, 대작)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간단히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말로 전한다. 차의 구덕과 오공, 차가 가지고 있는 공덕,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대할 때 정성스러운 마음과 예의 있는 몸가짐과 대한 유의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강의를 끝냈다.



                               행다 하는 모습 차를 우리기 위해 다포를 접고 있다


행다를 하고 차를 우려 함께 마시며 차 마시는 자세의 기본적인 것을 전달해 주었다. 차 마시며 질문도 받고 다담을 즐기는 시간도 여유가 있어 좋았다. 가을 토요일, 사람들이 밖으로 나들이 나간 분들이 있었지만  강의에 오시어 함께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오랜동안 차 생활을 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가지고 있는 내 안의 쌓여 있는 보물들을 꺼내여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할 때다. 사람은 살면서 별의 순간이 있다는 말을 한다. 나처럼 범인이 별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겠지만 나이 80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내 삶의 전성기를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본다.


차는 선이고 멋이다. 그리고 절개다. 지금 까지 살아온 많은 나의 시간들이 노년의 삶을 빛나게 해  주고 있다.


 나의 시선은 글을 쓰면서 달라졌다.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 차 공부를 시작한 날이 30년이 넘었지만 여태껏 다도에 대한 강의는 처음 해 보았다. 나이 많은 나는 언제나 젊은 후배에게  사양했던 이유도 있다. 한동안 차 공부를 멈추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예전 차 공부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추억이 돼 살아난다.


 차를 만난 일은 내 인생에서 멋진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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