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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7. 2020
손자가 등교 이틀 만에..
식구가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한국 초등학교에 등교해 친구를 데려온 손자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한국 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큰소리를 하면서 나가는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남다른 감회가 밀려온다.
손자는 지난해 말까지 중국에서 살다가 12월 말쯤 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어왔었다. 얼마 동안 먹지 못한 한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고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도 나누기 위해서였다. 또 중국에서 배우지 못한 여러 공부도 할 겸 방학마다 늘 귀국하곤 했었다.
그러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이 찾아오면서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 달 두 달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행여나 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다리는 기간이 3개월이 넘어지면서 딸네 가족은 삶의 진로를 바꾸어야 했다.
딸네 가족은 이번 기회에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결정을 한 후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딸은 아예 우리 집에 전입신고도 했다. 손자도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전학을 해 놓고 개학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교육부에서는 등교를 미루고 온라인 개학부터 했다. 손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에 갈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지만 한국 학교생활이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친구들을 사귈 수도 만날 기회도 없고 학교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자는 어느 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
"나 중국 우리 집 가고 싶어요. 여긴 친구도 없고 놀거리도 없어요."
손자는 돌이 막 지난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중국에 들어가 8년이란 세월 동안 그곳에서 생활해 왔다. 어린 날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익숙한 장소가 그리울 법도 하다. 사람은 추억이 있는 익숙한 곳이 고향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손자는 오랫동안 살아온 중국이 마치 고향 같은 곳이다.
게다가 원래는 방학 때 잠시 한국에 오는 일정이어서 장난감도 모두 중국에 있는 집에 놓고 온 터였다. 당장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없으니 일상이 지루 한 데다가 갑자기 변화된 삶의 방식 또한 낯설고 힘겨웠던 게 아닐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얼마나 짠 했을까 싶다.
손자의 첫 등교
드디어 오래 기다려온 날이 왔다. 지난 3일, 초등학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됐다. 손자와 사위, 딸 모두 들뜬 마음으로 수업 준비를 하고 함께 학교에 갔다.
본가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축하 전화를 하셨다. 남들이 알면 웬 요란일까 싶어도 우리 집은 특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 학교에 가는 날이니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친구는 잘 사귈까, 적응은 잘할까... 한 번도 한국에 있는 학교에 다녀본 경험이 없는 손자를 보며 가족 모두 한마음으로 신경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