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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Jul 30. 2020

떠도는 마음을 즐기는 시간

떠도는 마음 사용법

“저는 떠도는 마음을 즐기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떠도는 마음에 대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를 물었을 때 그가 말한 첫마디였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십 대 초반의 그는 자신만의 시간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마음이 떠도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에 호기심이 커졌다. 나는 그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떤 의미를 물어보았다. 그는 초연결사회에서 필요한 사고와 행동방식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업기회를 만들고, 또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연결망인 스마트폰의 스위치를 꺼 놓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두 개의 핸드폰을 꺼내서 보여줬다. 처음에는 한 개의 핸드폰을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사용했다. 그는 어느 날 하나의 폰으로 서로 다른 두 집단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무감각한 삶을 산다고 느꼈다. 그래서 가족과 친척, 지인과의 소통과 비즈니스 소통을 구분하기 위해 폰을 새로 구입했다. 가족 등과 사용하는 폰은 흰색을 택했고, 비즈니스용은 검은색을 택했다. 명확하게 대비되는 색을 통해 전화벨이 울리면 색에 맞는 생각과 느낌으로 전화를 받는다. 흰색은 백지와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소소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려고 하고, 검은색은 앞이 안 보이는 현실에서 사업 기회를 만드는 치열한 마음의 자세를 갖는다고 말했다. 전화기마다 용도와 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 소통을 하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시선을 안으로 두었을 때 만나는 존재 being와 시선을 밖에 두었을 때 만나는 실행 doing의 개념을 떠올렸다. 치열한 경쟁과 바쁜 세상에서 사람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기의 시선을 주로 밖을 향해 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급변하는 환경의 변화에 사업 기회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다. 다윈은 그의 책 ‘종의 기원’에서 생존을 위한 극심한 투쟁이 있으며,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일어나는지 여부가 생명체의 생존을 결정한다는 적자생존을 주장했다. 적자생존을 위해서는 시선을 안과 밖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발달심리학자인 피아제는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조절과 순응으로 보았다. 자신의 인식체계를 환경에 맞추기도 하지만, 환경을 자신 틀로 가져오는 인지활동이 균형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인의 삶은 어떤가? 

모두 바쁘게 하루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상태인지를 깊게 들여야 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의미와 정신 건강에 관심과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개인과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성 코칭을 개발했다(이석재, 2014). 일터에서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코칭하면서 실행 중심의 삶에서 존재 중심의 비중을 높이고, 잠재성을 끌어내 더 나은 실행과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 존재를 통해 실행을 촉진시키고, 그 과정에서 존재와 실행이 균형 잡힌 삶을 살아보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의 흰색 스마트폰은 존재와의 소통을 위한 것이고 검은색 스마트폰이 실행을 위한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두 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존재와 실행의 균형 잡힌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 통찰이 왔다. 그러한 삶을 사는데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섬세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사고 틀을 깨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다. 그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떠도는 마음에 대해 궁금해졌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떠도는 마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그는 떠도는 마음을 복잡한 도심의 곳곳을 연결하는 지하철 노선도나 버스 노선도에 비유했다. 그는 가능하면 출발과 도착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을 타면, 마음이 떠도는 대로 둔다. 그는 한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즐긴다. 어떤 때는 강의에서 강조할 주제어들이 헤쳐 모여를 반복하다가, 새로운 개념 구조가 불현듯 떠오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개념이다. 또는 지난 미팅에서 나눈 코칭 대화를 제3의 시각에서 되새기면서 어떤 통찰을 가졌고, 코칭 대상자에게 의미 있는 관점을 제안했다. 그 떠도는 마음의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을 편하게 맡겨둘 수 있는 공간이 지하철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떠도는 마음을 즐기다 보면, 한두 역을 지나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큰 지하철 역은 상행선과 하행선의 탑승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지나쳤다면, 그런 역에서 내려서 쉽게 역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는 불편할 수 있는 상황에 유연한 마음으로 대응했다.


사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날은 도착 역을 지나치면 난감하다. 그러나 그는 감내하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긴장하고 민감하게 대하고 서둘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차분히 대응한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해 택한 생활 습관을 비즈니스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보통 약속이 있으면 한 시간 정도 일찍 서두른다. 하루에 자신이 누리고 싶은 시간을 가능한 많이 만들려고 한다. 그는 사회 인프라가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하면 할수록 편의성과 효율성은 향상되지만, 시간이란 개념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개념이 편의성과 효율성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라지는 시간을 붙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편의성과 효율성을 누린다고 원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와 헤어진 후 낭만이 느껴지는 커피숍을 찾아갔다. 왠지 그와 보낸 시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떠도는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밝힌 떠도는 마음은 상황 자극에 의해 유발되지 않은 생각, 일과 무관한 생각, 자생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다. 떠도는 마음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주의가 작동하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순간순간은 빈 마음이다. 아무런 주의를 요구하지 않는 상태로서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이석재(2014). 경영심리학자의 효과성 코칭. 서울: 김앤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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