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진서 돌베개 펴냄
AI에게 한 두 개의 단어나 문장을 던져주면 인간 대신에 인간 보다도 멋진 글을 써주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AI가 쓴 가짜 글로 인해 교육계가 머리가 아파오더니 이제는 가짜 논문으로 인해 학문계는 본격적인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도 '과연 인간이 글을 직접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 '글쓰기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 신문에서 이 책 광고글을 읽었고, 가위로 오린 후, 노트북 아래에 붙여 놓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책 전체 내용이 궁금해 책을 주문하였다. 이런 내 행동을 관찰해 보면 난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신문기자이자 작가, 교수로서 173-1979년 예일대 논픽션 쓰기 수업과정에서 저술한 이 책은 150만 부가 팔렸다. 글쓰기 책의 기원이라 할 정도다. 2015년 작고한 저자는 이 책을 시작으로 글쓰기의 기본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예전에 읽었던 글쓰기 책의 기본 내용과 동일하다. 글쓰기의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수원지가 바로 이 저자라고 할 정도로 작가들의 작가로도 불린다. 저자의 이 책은 글쓰기의 고전이라고 하는데, 역시 '고전'이라 그런지 재미는 없다. 그리고 노하우도 없다. 그저 '간결하게 꾸밈없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써야' 좋은 글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도 '노력'은 필수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 전체가 온똥 땀에 배어있다. AI가 쓴 '드라이하고 짜깁기 한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솔직히 (늘 너무 솔직해 문제지만) 진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최근에 AI를 이용해 글을 쓰고자 하였다. AI가 1분 만에 쓰는 글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웠다. 나의 뇌에 들어있는 한정한 지식과 정보에 비하면 그는 골리앗이다. 난 조약돌 몇 개 손에 들고 있는 어린 목동 다윗. 그래서 그와 함께라면 글쓰기가 아주 쉬울 것이라 예상했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골리앗을 업고 글을 쓰려니 힘이 들고 진전이 없다. 그가 끼어드면 내 글이 이상하고 어색해진다. 글을 쓰는데 걸리적거리며 방해가 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그의 무게에 내가 쓰러졌다.
AI를 친구 삼아 좋은 글을 쓰려던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내 계획은 AI와 함께 글을 쓰자는 것이었는데, AI는 내 글을 죽게 만든다. 회집 수족관 물고기에게 항생제를 가득 먹인 듯. 인기는 없지만 신선하고 꾸밈없던 내 글이 힘이 없이 죽어간다. 내 글을 단숨에 살리는 링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를 서서히 죽이는 모르핀이다. 고통 없이 죽이는... 그래서인지 내 글에는 힘이 없어지고 글쓰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고통없는 글쓰기가 결국은 나를 죽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일단 솔직하다. 꾸밈없고 거짓 없이 솔직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은 글은 마음에 와닿는다. 자꾸 생각나게 하고 가슴을 울리게도 뛰게도 한다. 또한 내 편견과 선입견을 깨면서 무지(ignorance)를 깨닫게 해 준다. 그런 글이 나는 좋고 그래서 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골리앗과 모르핀과 같은 AI가 내 글을 방해하고 있었음을 이렇게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글적이면서 깨닫게 된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이 저자가 말한 '글 쓰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름의 답을 찾는 희열. 이것이 글쓰기의 묘미인 것임을... 그래서 내가 글쓰기를 좋아했음을 상기시켜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