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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Feb 05. 2021

꿈과 열정 많은 여성들에게 살아있는 예시가 되고 싶어요

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푸드컬쳐랩' 안태양 대표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안태양 대표님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어학연수를 위해 떠난 필리핀에서 ‘서울시스터즈’로 떡볶이 장사를 해 그야말로 대박. 필리핀 최대 식품 유통 업체 GNP 트레이딩의 회장의 눈에 들어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합류, 한국식 치킨집 '오빠치킨'과 고기집 'K펍 바비큐' 론칭해 또 대박. GNP에서 독립한 이후 푸드컬쳐랩을 설립해 뿌리는 김치 가루인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개발해 아마존 칠리파우더 부분 1위(2020년 11월 기준) 등극!


이러한 안태양 대표님의 성공 신화는 이미 많은 인터뷰에서 다룬 바 있죠. 최근 tvN 예능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할 정도였으니까요. 우리는 그보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안태양, 인간 안태양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요?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은 안태양 대표의 진짜 인생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노력의 결실


푸드컬쳐랩 안태양 대표


Q. 월드클래스 안태양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여일삶 멤버들에게 대표님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미 유명하지만, 푸드컬쳐랩은 어떤 회사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세계 최초로 김치 유산균이 들어있는 가루 형태의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개발한 ‘푸드컬쳐랩’ 대표 안태양입니다. ‘전세계인의 부엌 찬장에 우리 제품이 있도록 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K푸드 브랜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는가격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고유함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하는 일에 가장 집중하고 있어요.  



Q. 최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셨죠. 방송 이후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나요?


요즘엔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어요. (웃음) 최근 신세계 백화점 명동, 강남점 두 곳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했어요. 코로나 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느라 적극적인 호객 행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사실 우리처럼 인지도가 없는 신생 브랜드는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하면 홍보하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때  지나가는 고객들이 “어, 유퀴즈!” 하면서 많이 다가와 주셨어요. 그러면 옆에 서 있던 직원들이 저를 가리키며 “이분이 거기 출연한 바로 그분입니다!”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하고요.

 

저는 한국에서는 시즈닝이 잘 안 될 줄 알았어요. 우리 나라 조미료 시장은 규모가 작은 편인데다 파우더 형태의 조미료는 MSG를 연상시켜 몸에 안 좋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방송을 통해 20~30대 고객들이 급격하게 늘고 피드백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구매평도 좋았고 재구매율도 높았죠. 반응을 기다리기까지 너무 떨렸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기쁩니다. 



Q.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만든 계기와, 본격적인 확장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출처: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상품페이지



처음부터 미국 아마존에 진출하고 싶었어요. 식품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생전 처음 보는 지구 반대편 브랜드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에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채널에 발을 들이지 말고 하나의 확실한 시장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우리는 인력도 시간도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이다보니 다양한 채널의 CS, 물류 등을 일일이 관리할 여력이 없었어요. 귀한 시간과 노력을 분산시키면 안 됐죠. 작은 카테고리라도 무조건 ‘1등’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1등을 해야 고객에게 더 신뢰를 주고 일하는 우리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장사를 하면서 배운 건 ‘하늘 아래 새로운 제품은 없다’는 거예요. 기존에 있는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더 좋은 제품이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제 자신이 트렌드의 선구자가 되려면 막대한 비용을 소모해야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트렌드에 올라타서 함께 성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일단 우리가 목표한 카테고리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을 전부 분석했어요. 잘 되는 제품은 왜 좋은지, 고객 리뷰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사람들이 반응하는 지점을 살폈습니다. 뉴욕타임스나 포브스 등 해외 언론들의 기사도 수없이 읽고, (미국) 홀푸드마켓 등 거대 식품기업들의 푸드 트렌드 리포트를 샅샅이 분석하고, 관련 논문들도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그렇게 연구하는 중에 건강기능식품과 일상 음식간 경계가 모호해질 것을 예측하는 내용을 재차 발견했습니다. 사실 저도 종종 했던 생각이거든요. “밥이랑 유산균이랑 같이 먹으면 좋은데, 굳이 유산균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하나?” 번거로움에서 착안하여 양념 소스 안에 유산균을 넣는 식품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치 양념을 가루로 만든 유사 제품은 많지만, 식품 안에 유산균이 직접 들어간 제품은 우리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이 최초이고 유일해요.



Q.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은 그런 디테일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쓴 제품 같아요.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이 비건이라는 것도 저희가 중요하게 차별점을 가져가는 지점입니다. 사실 비건 식품은 허가 절차도 몹시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대기업들조차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옵션인데요. 저희가 바라보는 비건은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필수(must)가 되어가는 흐름입니다. Non-GMO, 글루텐프리 등 미국 시장에서 매우 인기있는 요소들도 저희는 무조건 포함했어요.


저희 제품을 보고 “나도 생각했던 거야”, “예전에도 있던 거야”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희가 만든 김치시즈닝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대가 원하는 요소로 무장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제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게 차별화된 푸드컬쳐랩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음식이란 그저 ‘맛있고 싸면 된다’는 인식 뿐이었는데, 이제는 이 음식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버려지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어요. 환경과 인간 모두에게 건강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식물성 단백질, 식물성 유산균 등 식물성 원료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김치시즈닝에 들어간 유산균도 동물성이 아니라 식물성 유산균이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plant-based) 제품들을 개발하고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올 봄을 목표로, 파우더가 아닌 액상형 ‘고추장 핫소스’(가칭) 출시를 준비 중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는 ‘고추장’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어요. ‘Korean Chili Paste’ 라고 표기해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미국 슈퍼마켓 식료품 판매대에 ‘Gochujang’이라는 이름의 제품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만큼 K푸드가 성장한 거예요.


한편으로는 이제 중국과 일본에서도 한국 음식을 만들다보니 우리 회사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더 고민해야 했어요. 현지 공장을 갖지 않아 비용을 낮출 수 없는 대신 우리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야 했어요. 결국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발효 기술에서 나오는 감칠맛은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거든요. 


아쉽게도 시중의 고추장은 맛있지만 사용이 불편합니다. 한 통 사면 몇 번 안 쓰고 냉장고에 방치되기 일쑤죠. (일동 격공감) 반면에 스리라차 소스(베트남식 칠리소스)는 소진도 빠르고 평균 두 달에 한 번씩 재구매가 일어나요. 이번에 핫소스를 개발하면서 이런 불편을 개선하고 고추장 특유의 맛과 향을 잘 담아내기 위해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봄, 커밍순 입니다!



Part 2. 끊임없이 개선하고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인간 안태양



Q. 중요한 멘토, 롤모델, 또는 레퍼런스 삼는 인물이 있나요?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은 ‘스노우폭스(세계1위 규모의 도시락회사)’의 김승호 회장님이세요. 사업을 하다 보면 현실과 타협하거나 주저앉고 싶은 상황이 정말 많은데, 그럴 때마다 더 큰 꿈 꾸는 걸 포기하지 않게 북돋워 주셨어요. 사실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을 만들어온 1년 여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매일같이 들은 말이 “안될 거니까 그만해” 였는데요, 반대로 회장님은 독려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디어 너무 좋다, 계속 밀고 나가라고요. 


하루는 제가 ‘돈이 더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돈이 없으니 이렇게 절박하고 집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유가 있었다면 어느 시점에서 합리화했을 수도 있다.’ 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정말 없는 돈 부족한 시간 절대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 지금의 결과에까지 이르게 된 힘인 것 같습니다.



Q.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동생과의 자매애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서로는 동업자로 어떤 존재인가요?


필리핀에서 '서울시스터즈'로 떡볶이 장사하던 당시 안태양님(좌), 동생 안찬양님 (우) 


제가 동생과 같이 사업하려던 이유는 하나였어요. 같은 부모님에게서 났으니 가치관도 스타일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함께 일해보니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사람이 동생이더라고요. 저와 동생은 일하는 성향이 정반대예요. 저는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동생은 돌다리도 백번 두드리는 사람이에요. 가야할 이유가 명확해야 움직이는 거죠. 지금은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져서 동생은 물류와 운영 전반을, 저는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동생에게 가장 고마운 건, 지금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예요(웃음).



Q. 푸드컬쳐랩은 짧은 시간 동안 소수 인원으로 폭발 적인 성장을 해왔잖아요.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처음 사업을 중국 화교 회사에서 배웠고 일하는 사소한 디테일까지 다 그곳에서 익혔어요. 그곳에서는 일단 회의실에 들어서면 회장님부터 말단 직원까지 계급장 다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요. 회의가 끝나면 정해진 결과를 향해 함께 전력질주 하고요. 


지금도 그곳에서 배운 원칙대로 일하고 있어요. 저와 동생도 회의할 땐 서로 전투적으로 변하지만 항상 두 가지 전제를 잊지 않아요. 우리가 싸우는 건 개인적인 게 아니라 회사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 싸움이 끝나면 서로의 상황과 직책을 존중한다는 것.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한국 회사의 눈치 보느라 할 말 못 하는 문화가 싫었어요. 대표를 제외하고 전부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상황 있잖아요. 그러다 나중에 누구 한 명이 총대 메고 눈치보며 말을 꺼내야 하는.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회사도 빠르게 커야 하는데, 그 와중에 윗사람의 기분을 살피다 중요한 결정을 늦추게 된다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하게 되는 것은 정말 성장을 저해하는 것 같아요. (일동 격공)



Q. 현재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12월까지는 동생과 저 둘이 일했어요. CS, 물류, 통관, 마케팅, 영업을 전부 둘이서 했어요. (호탕한 웃음)  사실 아직은 회사의 구조가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받거나 사람을 채용하거나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와 동생은 워라밸이 없고, 삶의 99.9%가 일로 채워져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분을 맞이하기 위해 굉장히 고심했습니다. 우리의 이런 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드디어 이번 1월에 한 분이 새로 합류하셨는데요, 이 분 역시 모든 업무를 다 하고 있습니다. (웃음) 채용 과정에서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한 가지 일만 할 수 없다, 다양한 일을 소화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어요. 지금은 인턴이지만 리더가 되실 분이 필요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일이 죽을 만큼 힘들지만 일하는 게 즐거워서 내일 또 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요. 우리와 같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걸 만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싶은 분과 함께 하면 좋겠어요. 일에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분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지금 함께 일하는 외부 파트너사도 다 그런 분들이에요. 여러 방면을 외주로 맡길 수 밖에 없는데, 정말 모두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세요. 팀워크가 정말 좋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Q. 보통 외주 회사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다들 대표님의 열정에 반한 것 같아요. 확실히 흡입력이 남다른 분인 게 느껴져요.


저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나와 창업한 경우가 아니다 보니 모르는 걸 물어보고 도움 요청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어요.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회사가 망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실력은 좋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도 어필하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 기억 저편에 우리 회사가 박혔나 봐요. 이제는 주변에서 먼저 도움을 주려고 하세요. “저번에 이런 거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니?” “이런 회사가 있는데 한 번 만나봐.” 하면서요.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식이랄까요. (웃음)


도움 주신 분들께는 꼭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해요. 그 도움 덕분에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앞으로 어떤 일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도 함께 말씀드리면서요. 반대로 제가 누군가를 돕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이 사람을 또 돕고 싶다 (혹은 돕지 않겠다) 하는 마음을 만든다는 걸 느꼈거든요.



Part 3. “저처럼 돈도, 인맥도 없이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봐. 안태양도 했잖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Q. 살면서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 싶은 선택이 있나요? 

필리핀에서 한참 떡볶이 장사 잘 되고 있을 때 화교 회사(GNP)로 들어간 것이요. 사람들 눈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당시 운영하던 떡볶이 회사는 그야말로 매일 전쟁이었어요. 장사도 경영도 처음이었고, 스스로 리더 역할에 대한 확신도 없고, 구성원들에게 비전도 보여줄 수 없고 동기부여도 할 수 없고요. 회사는 성장하는데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때 우연히 GNP 회장님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라갔어요. 돈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계속 떡볶이를 팔았겠죠. 저는 제대로 된 사업가가 되고 싶었어요. 책으로 사업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결국 그분 밑으로 들어가서 5년 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고 매일 혼났어요. 무서운 분이었지만 정말 작은 디테일까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죠.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 거예요. 그때 저라는 사람이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고, 그 모든 것이 지금의 회사를 키우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예요.



Q. 사업이나 삶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자신만의 대원칙이 있나요?


첫 번째는 만난 사람과의 느낌을 믿는 것이요. 상대의 말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들, 세밀한 행동이나 태도에서 다가오는 느낌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두 번째는 계약서죠. 사업은 그야말로 수만 가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최대한 상세한 경우의 수를 포함하려고 해요. 세 번째는 할 수 없는데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경계하는 것이요. 누군가의 달콤한 말들에 저 역시 혹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는 거리를 두고 혼자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우리 회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 1000명만 있어도 우리는 절대 망하지 않을 거예요. 구매자나 사용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진심을 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예산으로 영업을 하는 동안에도 진심이 통하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거든요. 저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의 힘을 믿습니다. (이 때 두 에디터는 1000명 중의 2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



Q. 먼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페이스북 CEO 셰릴 샌드버그를 좋아해요. 그분이 이런 말을 했거든요.“꿈과 열정만 있는 소녀들에게 살아있는 예시가 되고 싶다.”


저도 더 잘 돼서 돈도 인맥도 없는 친구들에게 “봐, 안태양도 됐잖아.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마음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예시가 되고 싶어요. 이 이야기는 동생과도 항상 나누고 있어요. “우리는 절대 포기하면 안돼. 우리는 꼭 잘 되어야 해. 우리가 그들의 살아있는 예시가 되자.”



Q. 2021년 스여일삶 슬로건은 ‘better than yesterday’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일하는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주변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말고 더 큰 세상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은 내가 질투하는 영역보다 훨씬 더 넓더라고요. 제가 만약 주변 회사만을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면 아마존에 갈 생각도, 스리라차나 타바스코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 목표가 세계 1등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전부 “장난해?” “한국에서 1위 하고 말해.”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마존 시즈닝 부문 1위를 하면서 그 꿈에 조금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제 꿈을 점점 믿어주고 응원 하더라고요. 


내가 꿀 수 있는 최대한 큰 꿈을 꾸길 바라요. 그럴 때 내 비전과 계획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어요. 어차피 경쟁 상대는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잖아요?






스여일삶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인간 안태양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와 상황을 분석하고 회고하며 개선점을 찾는 사람, 어딘가 기록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내면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내 마음에 아쉬웠던 일은 절대로 타인에게 행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 인터뷰 시간 동안 그의 이야기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치열하게’ 그리고 ‘최선’이었습니다.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안태양 대표의 에너지와 기백에 에디터 두 사람 모두 속절없이 치이고 말았다는 후문. 출시될 신제품도, 그의 집요한 노력이 만들어갈 더 나은 미래도,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가는 여성들의 가슴에 피어날 불꽃까지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김수경 , 윤성원 에디터 / 편집 : 구아정 , 김지영 에디터 / 사진 : 안태양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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