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마인드셋
지난 5화에서는 가장 위험한 합리화를 다뤘다.그건 바로 미루기를 성격으로, 정체성으로 굳히는 것이다.
"나는 원래 그런 스타일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바꿀 이유가 사라진다. "원래 그런 사람"인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더 쉽게 할까? 그리고 왜 이 생각이 심리적으로 위험할까?
같은 F학점을 받은 두 학생이 있다.
한 명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번엔 망했네. 공부 방법이 잘못됐나? 다음엔 다르게 해봐야겠다."
다른 한 명은 이렇게 생각한다.
"역시 나는 이 과목에 소질이 없어. 원래 이쪽은 안 맞아."
이들은 같은 결과지를 받았지만 결과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 해석의 차이가 이후의 많은 것들을 바꾼다.
첫 번째 학생은 다음 시험에서 방법을 바꿔본다. 두 번째 학생은 아예 그 과목을 피하거나, 해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적당히만 또는 대충 한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이 차이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십 년간 연구한 끝에 하나의 개념을 제안했다. 그건 바로 '마인드셋(mindset)'이다.
드웩에 따르면 사람들은 능력에 대해 두 가지 다른 믿음을 가질 수 있다.
하나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다. 이는 능력이 타고난다고 믿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원래 똑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으며, 재능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다. 이 마인드셋은 능력이 노력과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금 못하는 건 아직 못하는 것일 뿐, 배우면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 두 믿음은 실패에 대한 반응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실패는 '정보'로 기능한다. "이 방법은 안 되는구나. 다른 걸 시도해보자." 실패가 불쾌하긴 해도, 자기 자신의 능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실패는 실패자라는 낙인이다. "나는 이걸 못하는 사람이구나." 실패가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능력의 한계는 곧 나라는 사람의 한계가 된다. 3화에서 다룬 자기가치 이론이 여기에서 작동한다. 능력이 곧 나의 가치라고 믿으면, 능력 부족은 곧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실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정체성의 위협이다.
3화에서 "노력을 숨기는 사람들"을 다뤘다. 열심히 했는데 "별로 안 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나왔던 질문이 있다. "노력은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어떤 이들은 열심히 한 것을 숨기려고 할까?"
마인드셋 이론이 여기에 답을 제공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들에게 노력은 성장의 과정이다. 이들에게는 노력해서 나아지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열심히 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노력이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들에게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곧 재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진짜 똑똑한 사람은 노력 없이도 잘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건 천재가 아니라는 증거일 뿐이다.
그래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노력을 숨긴다. 노력한 티를 내면 "재능 없는 사람이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 없는 성취(effortless achievement)'를 선호한다.
드웩 박사는 1998년에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 연구는 칭찬 방식이 아이들의 마인드셋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쉬운 퍼즐을 풀게 했다. 다 풀고 나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다른 방식으로 칭찬했다.
한 그룹에게는 "똑똑하구나!"라며 능력을 칭찬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열심히 했구나!"라며 노력을 칭찬했다.
그다음, 더 어려운 퍼즐을 선택할 기회를 줬다.
그 결과,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의 90%가 어려운 퍼즐에 도전했다. 반면 똑똑하다고 칭찬받은 아이들의 대다수는 쉬운 퍼즐을 선택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못 풀면 "똑똑하다"는 이미지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칭찬이 아이들의 선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실험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일부러 너무 어려운 퍼즐을 줘서 모두 실패하게 했다. 그리고 반응을 관찰했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실패 후에도 문제에 매달렸다. 오히려 재미있어했다. 반면 똑똑하다고 칭찬받은 아이들은 금방 포기했다. 좌절했다. 심지어 나중에 "얼마나 맞췄어?"라고 물었을 때 자기 점수를 부풀리며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능력을 칭찬하면 고정 마인드셋이 강화된다. 그리고 고정 마인드셋은 도전을 피하고, 실패에 취약하고, 심지어 자기기만까지 하게 만든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중요한 과제는 위협이다. 왜냐하면 잘하면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못하면 "나는 이걸 못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어진다. 시험대에 오르지 않으면 실패도 없기 때문이다.
셀프 핸디캐핑도 강화된다. 2화에서 다뤘듯이, 핑계를 미리 만들어두면 실패해도 능력 탓이 아니게 된다. "시간이 없었어", "컨디션이 안 좋았어." 고정 마인드셋이 강할수록 이런 전략을 더 많이 쓴다.
일을 미루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마감 직전까지 미루면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 결과가 안 좋아도 "제대로 못 해서 그래"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진짜 능력은 시험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5화에서 등장한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과도 연결된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미루고 난 후에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라고 합리화한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내뱉는 말. "원래". 이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를 함축한다.
지금까지 다룬 셀프 핸디캐핑, 자기가치 이론, 자기고양 동기, 인지부조화는 모두 고정 마인드셋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을수록, 실패가 더 무섭고, 방어 전략을 더 많이 쓰게 된다.
아래 문항을 읽고 자신에게 해당되는지 체크해보자.
고정 마인드셋
1. "나는 원래 ~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2.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3. 노력해서 하는 것보다 쉽게 해내는 게 더 자랑스럽다.
4. 실패하면 "나는 이걸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5. 잘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6. 비판이나 피드백을 받으면 방어적이 된다.
성장 마인드셋
1. 실패하면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생각한다.
2.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느낀다.
3. 못하는 일도 배우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4. 피드백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5. 어려운 도전에 끌린다.
고정 마인드셋 신호에 3개 이상 해당된다면, 마인드셋이 당신의 미루는 습관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고정 마인드셋은 '사실'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특정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다. 그리고 믿음은 바꿀 수 있다.
드웩의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칭찬 방식 하나로도 마인드셋이 달라진다. 뇌과학 연구들은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확인했다. 뇌는 평생 변한다.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고, 능력이 발전할 수 있다. "원래 이렇다"는 믿음은 과학적으로도 틀렸다.
문제는 믿음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못해"라고 믿으면 도전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늘지 않으면 "역시 못해"가 확인된다. 믿음이 현실을 만든다.
반대로, "배우면 나아질 수 있어"라고 믿으면 도전한다. 도전하면 실패도 하지만 배운다. 배우면 나아진다. 나아지면 믿음이 강화된다. 이것도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다만 방향이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고정 마인드셋을 다뤘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미루기를 강화하는지, 그리고 앞선 이야기들에 나온 개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우리의 결론은 간단하다. 마인드셋은 우리의 동기 부여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이 마인드셋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이 챕터의 마지막 주제를 다룬다. 메타인지, 즉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에 대해 다룰 것이다.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는 "알아차리기"이다. 그 알아차림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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