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총 세 번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운이 좋다면 그 세 번째 문을 만날 수 있다.
환경 공무직 1차 시험 합격을 통보받은 후 한 층 더 기가 산 남편은 바로 2차 서류 준비에 들어갔다. 일주일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1차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노트북을 펼쳐 출력할 수 있는 서류들을 준비했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발품을 팔러 다녔다. 체력 시험을 준비하며 빠진 살로 날렵해진 얼굴이 시험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증명사진도 다시 찍었다. 한참을 뒤져 겨우 조건에 맞는 병원을 찾아냈다.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 담아 제출한 서류를 담당 공무원은 확인하더니 건강검진 서류가 잘못됐다며 돌려주었다. 알고 보니 구청에서 인정하는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하건만, 들뜬 마음에 병원 체크 제대로 하지 않고 아무 병원이나 간 것이 화근이었다. 건강검진 예약부터 결과까지는 최소 이삼일은 걸린다. 남편은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구청 근처 위치한 병원에서 빠른 검사가 가능해, 서류 마감 날짜를 딱 맞춰 접수를 했다. 시험 준비는 남편 몫이었지만, 매 순간이 내 심장도 쪼그라드는 시간이었다.
또다시 숨 막히는 일주일이 흘렀다.
오후의 나름 함을 깨는 전화 한 통이 울린다.
2차 합격!!!
그리고 이어지는 3차 면접 준비!
또다시 남편의 폭풍 준비가 시작된다. 슈퍼마켓에서 받아온 분리수거 안내 책자를 구구단 외우듯 달달 외우고 있다. 구청 홈페이지 환경과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정보란 정보는 죄다 출력하여 형광펜 그어가며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한다. 정리한 분리수거 방침을 문제집으로 만들어 질문하고 답하길 반복한다. 포털 블로그며 커뮤니티를 뒤져 예상 문제를 프린트해 읽어댄다. 관련 논문까지 돈을 내고 구입하더니 그 두터운 자료들을 졸다, 읽다 반복한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유튜브 영상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젊은 날 그 정도로 공부했음 하버드도 갔겠다며 빈정거리는 마누라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결전의 면접날이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이제는 아예 카메라를 켜둔다. 예상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찍고 확인한다. 듣기 싫은 말투와 눈에 거슬리는 동작과 자세를 수정하고, 찍고 지우기를 수번 반복한다.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로소 조금 안심이 됐다. 어떤 일이든 해낼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3차 결전의 날!
푹 자야 한다 몇 번을 잔소리했지만 알았다는 말만 하고 새벽까지 면접 영상을 찍고, 지우길 반복했던 남편의 눈이 퀭하다. 저래서 어째 본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만 앞선다. 차려놓은 밥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옷을 챙겨 입는다. 공들여 머리도 매만지고, 닦아놓은 신발도 다시 한번 닦는다. 현관문을 나서며 걱정마라는 남편에게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 대신, 어깨를 한 번 꾹 눌러줬다. 부디 그가 땀으로 쓴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를.
오늘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낸 한 사람이 시험받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