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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현 Sep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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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에 들어가 처음으로 들었던 글쓰기 강의에서 교수님이 그러셨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세요."

그도 그럴 것이 대학교 신입생에게 자신이 겪었던 위기에 대해서 쓰게 하면 수학 이야기와 수능 경험담이 대다수였고, 남자 복학생들에게 글을 쓰게 하면 군대 이야기가 전부였다. 아마 그것을 평가해야 하고, 읽어내야 하는 일종의 독자였던 교수님은 매우 지루하지 않으셨을까. 


다시 준비했던 수능 이야기에 대해서 쓰기로 결심했을 때, 교수님의 저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써도 되는 글일까.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이것이 인생의 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투정이 아닐까.

하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기록이라기보다 그때의 내 마음이 어땠는지를 나조차도 모르고 살면 그것이 더 서글플 것만 같았다.

그러니 진부한 소재일지는 몰라도 혼자서 가끔 지나온 '나'를 떠올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3년간의 생활은 꽤 치열했으나, 그것을 담아내는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즐기면서 쓴 만큼 이 기록을 읽는 사람들도 편안하기를.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의 나는 실패의 순간들을 훌훌 털고 다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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