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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향기로운 최후의 의식

검은 가루가 남긴 철학

by 정써니

뜨거움 속에 피어난 짧고 강렬한 삶,

그 향을 마신다.


몸이 으스러지도록 갈린 검은 가루는 뜨거운 물의 샤워를 받으며 비명을 삼킨다.

그러나 그 최후의 순간마저 고혹적인 향내로 품어내며, 스스로의 파멸을 한 잔의 깊이로 완성한다.

또르륵 떨어지는 검은 눈물은 참회의 흔적처럼 잔을 채우고, 주변에 흐르는 음악은 이 의식의 배경이 된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일 같은 의식을 반복한다. 날이 더워도, 바쁜 아침에도, 잠시의 여유를 위해, 나는 오늘도 너를 마신다. 짧은 삶의 끝에서 피어난 향기는 오히려 삶을 더 길게 만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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