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오는 투명감정의 가을꽃
순우리말이 지켜낸 한 송이의 풍경
가을 들녘을 거닐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꽃, 코스모스.
그런데 이 꽃엔 더 다정한 이름이 있다.
바로 *살살이꽃
‘살살이’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가늘고 여린 꽃대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춤추듯 흔들릴 때, 그 장면을 눈여겨본 선조들은 그대로 언어 속에 담아냈다.
꽃의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섬세한 감성을 불어넣을 줄 알았던 그 마음. 그래서일까, 살살이꽃이라는 이름을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입술 끝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코스모스
살살이꽃의 꽃말은 '순정'이다.
바람이 스치면 따라 흔들리지만, 쉽게 꺾이지 않고 다시 제자리를 지켜내는 모습. 그 안에 담긴 순수하고도 단단한 마음을 닮았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꽃잎 하나하나가 수줍은 고백처럼 다가온다.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는 투명한 감정이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듯하다.
여린 것의 힘
우리는 흔히 강한 것, 굳센 것만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살이꽃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리기에 더 멀리 흔들리고, 가늘기에 더 오랫동안 바람과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마음, 작은 떨림 속에서 끝내 잃지 않는 진심. 그것이 바로 순정이 아닐까.
오늘, 살살이꽃 한 송이 마음에
가을 하늘 아래 피어난 살살이꽃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싶다.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 고운 자태를 바라보다 보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순정 또한 다시금 깨어난다.
오늘 하루, 살살이꽃 한 송이를 마음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그 이름처럼, 살살이...
살살 살아가도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