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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 오는 가을, 시를 익히다

비가 내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by 정써니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가을 한가운데’다.


가을비가 머무는 시간

가을꽃들도, 곡식들도

햇살에 단단해질 시기이건만

촉촉한 가을비에 먼저 익어가는 건

내 감성이다.


비의 결마다 마음이 사근사근해지는 이 계절,

시 한 권의 출간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멈춤과 반복의 계절

수없이 퇴고하고, 또 고치고,

그럼에도 뒤돌아서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구절 하나.

시집 출간보다 세월이 먼저 앞서갈까

괜히 그런 걱정까지 한다.


출간을 앞둔 시인의 시간은

언제나 멈춤과 반복의 연속이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익어가는 가을과 내 시를

조용히 바라본다.


시를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익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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