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가을비가 머무는 시간
가을꽃들도, 곡식들도
햇살에 단단해질 시기이건만
촉촉한 가을비에 먼저 익어가는 건
내 감성이다.
비의 결마다 마음이 사근사근해지는 이 계절,
시 한 권의 출간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멈춤과 반복의 계절
수없이 퇴고하고, 또 고치고,
그럼에도 뒤돌아서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구절 하나.
시집 출간보다 세월이 먼저 앞서갈까
괜히 그런 걱정까지 한다.
출간을 앞둔 시인의 시간은
언제나 멈춤과 반복의 연속이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익어가는 가을과 내 시를
조용히 바라본다.
시를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익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