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것들과 흘러가는 것들
어떤 인연은
계절처럼 다가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허기가 남고,
허기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크기를 배운다.
오래도록 함께일 거라 믿었던 이들이
조용히 멀어질 때,
그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것일지도.
한편으로,
새로 다가오는 인연들은
내 안의 지금을 알아본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빛깔을 알아보는 사람들.
이별은 늘 서운하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온도가 피어난다.
그 온도는
내가 흘려보낸 시간의 향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나는 멈추어 선다.
사라지는 인연에게는
“그동안 고마웠어”라 속삭이고,
다가오는 인연에게는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라 인사한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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