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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Jul 27. 2022

[문화산책] 기획, 아름다운 마을 꾸리기

입력 2022-07-19   |  발행일 2022-07-19 제15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한다. 한 명의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애정 어린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시기획이라는 일을 해오면서 하나의 전시를 무사히 열었을 때 '한 명의 자식을 낳았다'는 표현을 듣곤 한다. 이러한 표현에는 그만큼 기획자로서 하나의 전시에 쏟는 애정과 노력이,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난 전시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숨어 있으리라. 마치 한 아이가 태어나듯, 머릿속의 상상으로 시작된 기획이 전시라는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애정 어린 도움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자면 미술관 관리동 안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작가, 디자이너, 테크니션, 다양한 업체 관계자, 도슨트, 운영 용역, 자원봉사자, 그리고 관람객 등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된다. 이 마을의 중심에 있는 담당자, 즉 전시기획자는 사람들을 한 마을에 끌어 모아야 한다. 이 모든 마을의 사람들을 섭외하는 것부터가 한 전시를 준비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첫 단추가 된다.

2020년 대구미술관에서는 '이인성미술상'의 제정 20주년을 맞이해 역대 수상자를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는 특별전 '위대한 서사'를 기획한 적이 있다. 이는 스무 해를 거듭해 이어져 오는 '이인성미술상' 역대 수상자들의 과거와 현재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고 미술상의 걸어온 궤적을 함께 밟아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1회 수상자 없음, 그리고 개인전을 가지는 20회 수상자를 제외하고 이강소, 이건용, 이영륭, 김구림을 비롯해 홍순명, 홍경택, 공성훈 등 총 18분의 모든 역대 수상자들이 참여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힘들었던 부분은 한국 화단의 주역들을 한분 한분 연락해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참여 요청을 드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처음 18분께 전화를 드릴 때 수상 연도의 역순으로 연락을 취한다던가, 혹여 헷갈릴까 엑셀 파일로 정리된 목록들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등 오만가지 방법들로 긴장과 설렘을 달랬었다. 어느 한분 빠지지 않고 모든 참여 작가들의 정보와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감사히도 모든 작가들을 뵙고 한자리에 전시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한다. 전시기획에도 필요한 역량들은 다양하나 그 중심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능력이 있다. 관람객으로서 전시를 관람할 때도 마을의 한 일원으로 숨은 사람들과 과정들을 한 번쯤 생각해주기를 바라본다. 공감으로 지어진 마을은 아름답고 오래가기 마련이다.
이혜원(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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