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에 기반한 인사원칙이 필요한 이유
경영학에는 ‘피터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다. 조직의 구성원은 가장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는 의미로, 관료제의 폐해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조직의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결국 무능한 관리자들만 남게 된다.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는 이 피터의 법칙을 그대로 재현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는 부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시청자에게 ‘무능한 상사’의 전형으로 각인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김부장은 정말 ‘무능한 사람’이었을까?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피터의 법칙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조직의 구성원을 ‘유능한 사람 vs 무능한 사람’으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강점이 다르듯이 성과를 올리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이 '개성(personality)'이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의 역할은 사람을 평가해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이 가장 잘 작동하는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경영이란, 이 강점들을 결합해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부장은 ‘무능한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전혀 맞지 않는 자리에 놓인 사람에 가깝다.
드라마 속 회상신을 보면 그는 조직의 최전선에서 판단을 내리기보다, 사수인 백상무의 곁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조언하며 성과를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1인자형 리더의 모습이라기보다, 참모형 인재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다. 반대로 그가 관리자 역할을 맡았을 때 드러나는 약점은 분명하다.
드라마 속 김부장의 사수였던 백상무의 대사는 이를 정확히 찌른다.
“아직도 학교에서 숙제 검사하듯이…”
→ 스스로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지 못하는 관리자
“너 송과장이 부동산 전문가인 건 알아?”
→ 팀원의 강점에 대한 무관심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나는 의사 결정자(decision maker)로서 결과를 얻는가, 또는 조언가(advisor)로서 결과를 얻는가?' 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조직원들이 직무에 더 높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어떤 유형의 인재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스스로 질문을 해보았을 때,
- 조직원들을 규합하는 것보다 개인의 성취를 우선하는가
- 또는 나서서 책임을 지기보다 옆에서 조언을 하는 게 익숙한가
두 질문에 모두 'yes'를 선택했다면 관리자보다는 참모형 인재에 더 가깝다고 할 것이다.
회사는 김부장의 강점을 더 살릴 수 있는 교육과 역할을 설계했어야 했고, 사람을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맞는 자리에 두는 인사’를 했어야 했다.
김낙수 부장은 무능한 사람이 승진한 사례가 아니다. 관리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관리자 자리에 앉힌 경영의 실패로 보아야 한다.
#김부장이야기#강점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