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의 본질 : 재능인가 지독한 반복인가
과거 한 거래처 직원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식장 입구부터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축하 화환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매체들의 화환 사이로 유난히 많은 하객이 붐볐다.
그 주인공은 나보다 한참 어린 직원이었다. 광고대행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놀라운 실적을 올리던 인물이다. 그는 불과 4년도 채 되지 않아 거래처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회사를 업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로 키워냈다.
솔직히 의아한 면이 있었다. 함께 일해보면 자잘한 실수가 잦았고, 심지어 계약서의 단어를 틀리게 써서 보내는 일도 있었다. 세부적인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결코 뛰어난 실력자라 평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업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가 점유율을 넓히는 동안 경쟁사들은 하나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과거 GM에는 '조 지라드(Joe Girard)'라는 전설적인 세일즈맨이 있었다. 평생 판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단일 영업사원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연락의 밀도’였다. 조 지라드는 자신의 고객 명부에 있는 모든 이에게 매달 직접 카드를 보냈다. 1월에는 신년 카드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자필로 서명했고, 2월 밸런타인데이에도 같은 문구를 잊지 않았다. 매달 봉투의 색상과 크기를 바꿨으며 주소도 직접 손으로 썼다. 우표 역시 하나하나 직접 붙였다.
그는 ‘성의’를 시스템으로 구축한 것이다. 은퇴 무렵 그가 매달 보내던 카드는 무려 1만 3천 장에 달했다.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비서를 고용해야 할 정도였다.
앞서 말한 그 영업사원 역시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였다. 문서 작성이나 디테일한 행정 업무는 서툴렀을지언정, 분기마다 빠짐없이 연락해 안부를 물었고 업계 정보를 꾸준히 전달했다.
그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총 7번의 거절을 당했다. 그러나 결코 조급하게 계약을 종용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관계를 유지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기존 거래처에 문제가 생겼다. 그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바로 그였다. 그렇게 우리는 거래를 시작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업사원의 50%가 첫 연락 후 포기하고, 80%에 가까운 이들이 세 번째 시도에서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즉, 10명 중 8명은 잠재 고객에게 세 번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 직원에게 연락했던 건 그 직원이 파는 상품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장 곤란했던 순간, 내 연락처 목록 최상단에 그의 이름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란한 말솜씨나 화려한 기술 대신, 거절의 빗장을 여는 '성실한 밀도'를 택했다.
수많은 언론사의 화환이 늘어서 있던 그 화려한 결혼식장은, 사실 수만 장의 카드와 반복된 거절을 견뎌낸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훈장이었다.
비단 영업뿐만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의 이치가 이와 같다. 화려한 재능보다 무서운 것은 남들이 포기하고 돌아설 때 한 번 더 우표를 붙이는 지독한 꾸준함이다.
진짜 실력이란 번뜩이는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어쩌면 지난하고 고된 반복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