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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on couch Nov 29. 2018

창업판에서 내가 만난 최악의 멘토 5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셋중 하나는 하시라

학부때 공부한 법학은 적성에도 맞고 논리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학과 사람들의 커리어는 그 어떤 학과보다도 단순명료했는데, 1학년때 열심히 놀고 2학년때부터 슬슬, 빠르면 2학년 2학기부터, 늦어도 3학년때부터는 사회와 단절하고 사법고시의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고독한 사람이 된다.



그러다보니 창업을 결심했을때(결심 자체도 우리 과에서는 너무 생경했지만) 가까이 지내는 같은 하과 사람들 가운데 험난한 창업의 길에 도움을 줄 선배가 한명도 없었다.


만약 좋은 조언과 멘토가 있었다면 내 창업의 7년의 시간을 조금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온갖 허접한 멘토들을 만나느라 시간이 이렇게 지체된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좋은 멘토도 많은데 난 왜 하필 그렇게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멘토들만 주로 만난걸까)


너무 오랜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보내며 만났던 멘토들 중에는 좋은 분들도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형편없는 멘토와 심사위원들이 많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공통된 5가지가 있었는데, 그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는 꼭 멘토링이 들어가는데, 지원 기관으로 하여금 이런 멘토들을 제발 섭외하지 좀 말기를 부탁하고자,(국가 기관이라면 세금 이렇게 쓰면 너무너무 안된다.)


창업가로 하여금 그런 멘토를 만났을 때 과감히 당신의 시간 투입을 중지하는 것을 추천하고자,


마지막으로, 이런 멘토들이 이 글을 보고 뜨끔해서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창업가에게 해가 되는 멘토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5


1.사업계획서를 안 읽고 온다.


보통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꼭 기간을 1년 정도로 잡으면서 한달에 한번씩 멘토를 만나라고 하는데, 그 멘토가 매월 사업계획서를 도무지 안읽고 왔다.


매월 만날 때마다 우리 사업을 설명하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느라 바쁘다. 


매월 우리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10%씩 높여가다가 사업을 잘 이해한다 싶으니 1년이 끝났다. 그렇게 커피 한잔 마시는 출석만 하면서 얼마를 받았을까 그 멘토는.


심사 위원도 마찬가지. 심사하려는 대상의 사업 계획서를 제대로 파악도 못한채로 심사에 들어와서 이상한 이야기만 질의하다가 정작 짚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이야기도 못한채 발표/질의 시간이 끝난다.


"다 읽기에는 심사할 팀이 너무 많다.", "자료를 기관이 늦게 줬다."고 변명하면 안되는게, 어쨋든 잘 파악하지 못한 사람 주제에 어찌나 무례하고 거만하게 창업팀을 대했는지 되짚어 보시길.


소개팅을 해도 사전 정보를 파악은 기본이다.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항목까지 다 지정해서 써내라고 한거 힘들게 다 써냈으면 제발 좀 봐주고, 안볼거면 그렇게 내라고 하질 말기를.



2.자기네 정보는 꽁꽁 숨긴다.


서점에 가면 창업 관련 서적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 있는데, 꽤 유용한 툴들이 많다.


많은 창업 프로그램의 멘토, 강사들이 그런 툴을 가지고 와서 교육을 하거나 멘토링을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라든지, 린캔버스라든지, 그런 기본적인 툴이나 프라이싱도 초기 창업가로서는 쉽지가 않다.



보통은 멘토가 동종 업계 대선배인 경우가 많으니 자기 케이스로 설명을 해주면 굉장히 빨리 쉽게 이해가 될텐데, 그건 안된다고 하면서 자꾸 말을 돌리고 인터넷에 보면 정보들이 있으니 어쨋든 멘티보고는 하라고 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케이스들은 너무 크거나 내가 속한 업계가 아니라 특성이 너무 다르고, 내가 이미 해왔는데 누가 봐도 이거 엉망이라 도와달라고 한거잖아요..)



보통 이런 경우는 세가지인데,


1)본인도 잘 모르거나


2)업계에서의 명성이 허황된게 많아서 정보를 공유하기 부끄러운 상태거나,


3)귀찮은 거다.


멘토링 시간은 때워야 하고, 보고서도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데, 사실 툴 하나 던져주고 작성하라고 시키는 것만큼 편한게 없다.


다 써와도 리뷰도 그냥 누구나 하는 뻔한 이야기들 뿐이다. 심지어 다음 멘토링때 자기가 던져둔 것도 까먹는 경우도 봤다.



멘토링을 하기로 했다면 멘티가 내부 사정을 고백하는 만큼, 멘토도 자기의 정보를 충분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상호 오프더레코드면 문제될게 없다.)


3.어설프게 알면서 자존심은 세다.


최근에도 있었던 일인데, 우리가 힘들게 이뤄온 성과에 대해 "아 저도 주변에 거기 입점한 사람 좀 있어서 아는데요, 그거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딴거는 더 뭐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좀, 그랬다.


미혼모의 수공예 작가 아이디어스 앱 데뷔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일단 어려움의 정도에 대한 사실과도 달랐고(당신 지인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평균이 아니다. 당신이 미혼모로 살아본 것도 아니면서 그 사람의 대단한 한걸음을 그렇게 비하할게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태도로 깎아내리면서 무시하는 태도로 말하면 안된다.


더구나 이런 사람이 자존심이 세면 답도 없다. 심지어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 하는 답변을 중간에 자르고 듣기 싫다는 듯 쳐내는 태도는 어설픈 지식에 자존심만 센 사람이 타인에게 얼마나 무례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근데 문제는, 본인들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그런 태도로 말하지 않을 사람들이 심사위원, 멘토링 자리에만 앉으면 뭔가 날카롭게 지적을 해야 자리값을 하고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이 무례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못하거나, 별것 아닌걸 가지고 상대방이 과민한 것이라고 치부한다.


심사나 멘토링을 받기도, 하기도 하면서 느낀 점은, 멘토링/심사라고 하는 갑을 관계가 명확한 맥락에서는 상대방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훨씬 크고, 멘토로서, 심사위원으로서, 내가 한 말은 창업팀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불편하지만 중요한 말이었다고 무의식적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4.말만 한다.


사실 멘토링의 기본은 명료하다.


1)도움되는 정보를 주거나,

2)내가 그럴 사람이 못되면 도움되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거나,

3)그것도 못하겠으면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거나,


이 셋 중 하나만 해도 충분히 좋은 멘토다. 그런데 꼭 말로는 자기가 이 사람도 알고 저 사람도 알고, 그 사업도 해봤고, 저 사업도 해봤고, 그 회사도 내가 잘 알고 저 회사도 잘 아는데, 막상 깊이 들어가면 잘 모르거나, 소개시켜달라고 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안해준다.


능력은 없는데 잘난척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제품이라도 사주고 그러던가..)



5.창업 컨설턴트와 창업학 교수라는 직함이 있다.


창업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자격증이 있다는 것도 너무 놀랐다. 자격증을 주는 기관 여러개 중 한개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60만원 정도 내고 30시간 강의를 들으면 발급해 준다고 써있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가르쳐 준다고 써있었다.


보통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영업/교육 분야를 위해 만들어진 코스/자격증이 창업 붐이 일면서 이름도 딱 절묘하게 맞다보니 스타트업 쪽으로도 넘어와서 여기로 쏟아지는 정부/민간 예산에 빨대를 꽂는 것이다.


창업 컨설턴트라는 사람도 물론이지만 창업학 교수라는 사람도 거의 차이가 없다. 모든 교수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쪽은 정말 학술적인 내용에만 빠져서 실제 시장을 너무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한테 멘토링비를 주는 지원 기관 앞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 뭔가 영 관계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 아닌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하거나,

-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별로 의미없는 비판에 열올리거나,

- 위 2번에서 말한 툴들을 내세워 자신의 비전문성을 숨긴다.


자기한테 멘토링비를 주는 지원 기관 앞에서 있어보이니즘을 통해 자기 증명을 해서 계속 이런 알짜 멘토링 수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질문들, 비판들이다. 그냥 들으면 잘 모르는데 깊이 보면, 실제 창업팀의 흥망성쇠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자기가 이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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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좋은 이야기들만 나열했지만, 사실 좋은 멘토들, 심사 위원분들도 많이 만났고, 그런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쁨이 좋음보다 더 강하고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하고, 창업자는 항상 을이기 때문에 표현도 잘 못했던게 한이 되었던 것 같다.



길게 썼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서로의 시간과 마음에 예를 갖추고 존중하자, 그뿐이다.


못하겠으면 방해말고 비키시라.

안그래도 갈길이 바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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