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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Mar 16. 2020

아내와의 주차 연습

다른 건 쉬운데, 주차에서 자꾸 떨어져.


결혼 전, 기능시험까지 합격했던 아내는 기한 내에 도로 주행시험을 보지 않아 필기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 했다. 다행히(?) 필기시험은 한 번에 붙었지만, 기능시험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 어려워졌어. 특히 주차가 너무 어려워. 몇 차례 시험에서 떨어진 아내가 말했다. 연습하러 가자. 면허를 따더라도 주차는 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일단 해봐. 우리는 집 근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차가 없는 곳을 찾아 연습을 시작했다. 난 아내의 실력을 먼저 파악하고자, 핸들을 넘겨주었다.


오잉, 잘하는데? 조금 느리긴 했지만, 아내는 특별히 지적할 구석 없이 주차를 잘했다. 여기선 어렵지 않은데, 시험장은 너무 좁고 시간이 촉박해서 되게 긴장되더라고. 흠.. 그렇단 말이지? 이번엔 내가 한번 해볼게.


시험장이 어떻게 생겼는진 모르겠지만, 원리를 알면 어디서든 잘할 수 있어. 내가 천천히 주차해볼 테니까,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감을 잡게 될 테지만,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하면서 연습하면 훨씬 도움이 될 거야.


이렇게 나갔다가, 다시 뒤로.. 가볍게 주차하던 내게 아내가 말했다. 아냐, 그렇게 하면 시험장에선 앞에가 닿아. 세상에.. 그렇게 좁단 말이야? 그럼 안 되겠다. (ㅎㅎㅎㅎㅎㅎㅎ)


작전변경. 꼭 만점을 받을 필욘 없잖아. 다른 곳에선 어차피 감점을 안 당하니까, 주차에서는 조금 감점받자. 주차는 앞으로 계속 연습하면 돼. 시간은 그냥 초과한다고 생각하고, 선만 안 밟게 조심해서. 아냐, 너무 느리게 해도 떨어져. 30초마다 계속 감점되더라고.


시간제한이 있단 말이지.. 그럼, 상대적으로 시간을 줄일 방법을 생각해보자. 일명 천천히 들어갔다가 빨리 나오기 전략! 들어갈 때 최소한의 핸들링으로 후진하는 게 포인트야. 주차지역에 S자로 진입한 뒤에 핸들을 끝에서 끝까지 돌려서 두 번 만에 주차하는 거지.


나의 시끄럽고 복잡한 TMI 시범이 끝나고, 아내의 차례. 브레이크를 밟은 채 핸들만 돌리는 아내에게 다시 쏟아지는 (나의) 잔소리. 자기, 차를 움직이는 건 핸들이 아니라 엑셀이야. 우리가 고개만 돌린다고 몸이 움직이지 않잖아. (ㅎㅎㅎㅎㅎㅎㅎ) 다시 해봐.


며칠 뒤 아내는 다시 한번 시험에 떨어졌지만, 그전보다 훨씬 밝은 목소리였다. 이번엔 거의 다 됐는데, 나올 때 갑자기 긴장돼서 턱에 올라탔어. 근데, 한 번만 더 보면 붙을 것 같아. 그래, 잘하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 파이팅!


그 주 토요일, 어느 공원 주차장에서 이어진 우리들의 두 번째 주차 연습. 거의 만차였는데,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그야말로 실전. 첫 연습 때와는 달리 양옆에 차들이 있었지만, 아내의 핸들링은 거침없었다. 어어어어어.. 잠깐만!


차폭은 정해져 있어서 한쪽 간격을 맞추면 다른 쪽은 맞아. 그렇지만 돌면서 왼쪽 오른쪽이 잘 맞는지 한 번씩은 봐야 해. 좋아, 스톱. 나갈 땐 왼쪽으로 핸들을 반 바퀴만 돌려서 조금 나갔다가 오른쪽으로 끝까지 꺾어서. 왼쪽으로 가는 이유는.. 그냥 나가면 오른쪽이 닿으니까? 맞았어!


다음 주, 다시 시험을 본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붙었어! 어머 세상에. 감격의 순간. 어땠어? 만점은 아니었고, 주차할 때랑 다른 곳에서 선 한 번씩 밟아서 감점됐어. 괜찮아, 그래도 연습한 보람이 있네. 주차는 내가 알려준 대로 했어?


아, 그건 유튜브에 기능시험 주차 꿀팁 찾아보고 그대로 했어.


오냐, 잘했다..




아내와의 주행 연습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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