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이 Oct 21. 2024

독서모임 플랫폼 대화상점의 8년 - 사람책 김병석 읽기


2021년에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독서가 흔치 않은 취미가 되었다보니 주변 사람들과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눈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이야기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아쉬워하던 중 대화상점이라는 독서모임 플랫폼을 알게 됐다. 독서모임은 나와 잘 맞았고 이후로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리더로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화상점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리더이기도 하고 참여자일 때도 있는 병석을 만났다.



신이 :

조금 새삼스럽지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병석 :

대화상점이라는 독서모임 만드는 브랜드 운영하고 있는 김병석이라고 합니다. 며칠전에 서른 살로 바뀌었고요. 365일 중에 360일 정도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사는게 재밌고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주목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날이 더웠으나 굉장히 좋았어요. (인터뷰는 2023년 더운 여름날 진행됐다.)



신이 :
날이 엄청 꿉꿉하던데 좋았다니...! 할 이야기가 많을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어떻게 독서모임 플랫폼을 운영하게 되셨어요?



병석 :
고등학생 때 이야기부터 해야될 것 같아요. 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세상을 올곧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대외 활동으로 들어간 정책 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어떤 목소리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걸 반영하여 정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일을 열심히 했는데, 존경하고 좋아했던 상사가 억울한 일을 당했어요. 그 분을 못본 척 할 수가 없어서 도와드렸고 이 일로 연구원 생활이 막을 내리게 됐죠.



신이 :
그러셨군요.



병석 :
네. 그런데 막상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보니 사람이 무언가를 바꾼다는게 어려워보이더라고요. 하루 아침에 정책이 휙휙 바뀌는 일이 다반사고 의사 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지도 않고요. 정책을 쓰는 사람이 달라져야 세상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교양을 쌓고 유의미한 이야기를 하는 공동체들이 생겨나면 세상은 분명 좋아지지 않을까요? 상향식 변화모델을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아리로 운영해오던 독서모임을 사업화하게 되었어요.


세상에 좋음을 더하고 싶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그 신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병석이 멋져보였다. 낙관적이고 낙천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어떤 굳은 심지가 있어보였다.



신이 :
처음 대화상점이 시작되었을 때, 그러니까 8년 전이 궁금한데요?



병석 :
처음 4년 동안은 잘 안됐어요. 한달에 버는 돈이 50만원 정도 밖에 안되었어요. 사업화가 잘 안되다보니까 같이 모임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신이 :
4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 ... 어떻게 버티셨어요?



병석 :
일이 재밌어서 버틴다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그냥 옷 안사고 어디 안놀러가면 되더라고요. 정책지원금으로 받은 법인카드로 식사는 해결하고 부모님 집에 사니까 지출이 많이 줄여지더라고요. 제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건 일이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는거더라고요. 맛있는걸 먹고 놀고 그런건 다 부차적인거더라고요.



신이 :
자신이 진짜 원하는게 뭔지 찾는데 평생이 걸리기도 하는데, 일찍 찾으셨나봐요.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어요?



병석 :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는데, 갑자기 순풍이 불더라고요. 여러 방송사에서 연락이 온거에요. mbc에서는 백분토론 패널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고, ebs와 tvn의 책 관련 프로그램에서 촬영도 나오고요. 김영하 작가님도 촬영하러 오셨었어요.



신이 :
홍보효과가 톡톡했겠는데요?



병석 :
정말 물밀듯이 모임 신청이 들어오더라고요. 반이 27개였고 정원이 350명이었는데 그게 3일 만에 싹 마감이 됐어요. 생활비도 부족했는데 한달에 돈이 수백만원씩 모이더라고요. 대화상점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출을 받아서 2호점을 열었어요.



신이 :
4년 동안 50만원도 못벌었는데 2호점이라니 반전의 서사인데요?



병석 :
근데 반전이 한 번 더 있어요. 2019년 기억하시죠?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출몰했죠.



신이 :
앗...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병석 :
3월부터 코로나가 심해지고 대부분의 회원들에게 환불해줬어요. 하루에 4시간씩 4일동안 환불만 해줬어요. 그 당시에는 모임을 하면 사회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보니 리더분들도 다 그만두더라고요. 다음달에는 좋아지겠지를 반복했는데 11월이 되니 모임 자체가 금지되더라고요. 6개월 사이에 빚이 수천이 쌓이고 보증금도 까이고 동업자도 그만뒀어요. 건물주, 법인카드사, 개인카드사, 전기요금까지 매일 4통씩 빚 독촉전화를 받았어요.



신이 :
힘드셨겠어요.



병석 :
삶을 살아가기가 싫더라고요. 법인 회사를 가지고 있으니 취업도 어려웠고요. 2021년 3월이 되니 보증금은 못낸 월세로 다 차감됐고 시설비로 7000만원을 넘게 들였는데 내쫒기듯 사업을 접게 됐어요. 2억 정도를 날리고나니 빚이 5천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근데 다시 벌어보면 되겠지 생각했어요.



신이 :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그럼에도 다시 벌면 된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원동력이 뭘까요?



병석 :
그 때 고등학교 친구 단톡방과 모임에서 만난 친한 친구들한테 나 빈털터리고 신용도 정지됐고 빚이 많으니 밥 좀 사달라고 했어요. 주변에서 밥을 엄청 사줬고 친구들 중에 몇몇이 1주일에 한 번씩 와서 자고 가곤 했어요. 그게 힘을 주더라고요. 그러다가 한 친구가 광고대행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해줘서 거기서 일을 했어요. 사람들하고 점심도 먹고 월급도 받고 동료도 생기니까 너무 행복하고 재밌더라고요. 7개월 내내 웃으면서 다녔어요.



신이 :
그러다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신건가요?



병석 :

네. 사업을 다시 시작했죠. 참여비가 2만원 오르고 대관이나 강연 같은 부가 수입도 있어서 수익적으로는 이전과 비슷한데 규모적으로는 아직 옛날을 따라가지 못해요. 얼른 이전의 규모를 찾아서 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어느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고 그러면서 더 많은 가치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같이 독서모임을 하던 분하고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분도 코로나로 일을 쉬신지가 좀 되셨는데 재밌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서로에게 힘이되는 동료로 해나가고 있어요.



신이 :

대화상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재밌었어요. 병석님한테 일이란 무엇인가요?



병석 :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저는 환경적인 이유로 돈버는 일에 집착하지 않아요. 추구하지 않아도 언젠가 벌릴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삶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취미이기도 하고 친구도 생기는 일이니까요. 저한테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었기 때문에 월 50만원으로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저한테 일은 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에요.



신이 :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앞으로의 대화상점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바람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병석 :
대화상점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요. 이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었어요.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치란 지속가능한 가치를 말해요. 그래서 이 가치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화상점이 파는 것은 지속되는 '대화'니까요. 대화가 지속되면 인연이 될수도 있고, 타인을 공감하며 이해의 끝에도 다다를 수 있겠죠.



대화상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결과 이해를 선사할 수 있기를, 병석의 앞으로의 여정에도 좋은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