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행복의 균형을 배우는 시간

행복을 서두르지 않게 된 이유

by JH


혼자가 되어서야 느끼게 된 것들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혼자가 되면서

이 삶을 더 잘 즐기게 된 건 아닐까 하고.


이전의 나는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무언가를 느끼면

그 감정을 나누는 일이 먼저였고,

기쁜 순간도

힘든 순간도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두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렀다.


기쁨은 나누느라 바빴고,

불편함은 삼키느라 지나갔다.


그 순간들은 분명 따뜻했고

외롭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하나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


기쁜 일이 생기면

그 기쁨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상대의 반응을 살폈고,

힘든 감정이 올라오면

그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서둘러 말로 옮겼다.


감정은 늘

나에게서 출발했지만

끝까지 머물지는 못했다.






혼자가 되고 나서

삶의 속도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 느려진 속도가

조금 불안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이 감정이 사라질 것 같았고,

나 혼자만 알고 지나가면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감정은

나누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기쁜 순간이 오면

그 기쁨이 어디에서 왔는지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그날의 공기,

마주친 문장 하나,

괜히 웃음이 났던 이유를

서둘러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힘든 감정이 밀려올 때도

이전처럼

빨리 정리하려 들지 않았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고,

이유를 찾느라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그 감정이

나에게 도착했음을

인정했다.


고통과 행복은

분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나에게 왔다.





누군가와 나누면

행복의 깊이는 두 배가 되고

고통의 무게는 반으로 나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신

그 감정들이

나에게 완전히 머무를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혼자가 된 지금은

그 반대에 가깝다.


기쁨은

조용하지만 깊어졌고,

고통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물론 고통이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통을

누군가에게 나누지 않고

온전히 감내하고 나면

그 다음에 오는 평온은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평온은

들뜨지 않았고

과장되지도 않았다.


대신

아무 일도 없는 날의 저녁에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으로,

사소한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 밤으로

나에게 왔다.


행복이 커졌기 때문이라기보다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훨씬 섬세해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는

행복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되었다.


괜찮은 하루가

그냥 괜찮게 지나가도

충분하다고 느껴졌고,

작은 기쁨이

작은 크기 그대로여도

소중했다.


기쁜 날과 힘든 날을

굳이 같은 무게로 만들지 않는다.


기쁠 때는

그만큼 기뻐하고,

힘들 때는

그 이유를 서둘러 정리하지 않는다.






감정에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하루는 하루로 남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균형이

이상하게 맞아가기 시작했다.


행복만을 붙잡지도 않고,

고통을 밀어내지도 않은 채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감정이

더 선명해진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온기나 위로 없이도

나의 감정이

나에게 도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만약 이 고통이 없었다면

이만큼의 행복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이 작은 행복들이 없었다면

이 고통은

훨씬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의 삶이

이전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고.






혼자가 되어서

행복해졌다고 말하면

어딘가 과감한 선언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조용한 변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다만

느끼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삶을 더 깊게 느끼게 되었고,

그 깊이 안에서

나는 나름의 균형을 찾고 있다.


이 균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이 감각을

놓치지 않고 싶다.


혼자가 되어

서서히 혼자를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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