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황 Apr 04. 2023

친구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손님 초대의 하이라이트

남편과 아내, 그리고 우리집 작은인간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집은 30년이 훌쩍 넘은 30평짜리 구축 아파트다.


배 속에 새 생명이 자리 잡았다는 소식과 함께 이사를 결심한 남편과 아내는 베란다를 제외한 모든 공간의 인테리어를 새로 했고, 깔끔한 새 집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그래서일까, 아쉽지만 신혼의 기억을 머금은 장소는 지금 사는 이 집이 아니다.


남편은 손님 초대를 좋아하고, 아내도 마찬가지다. 신혼을 책임졌던 원룸에서부터 3개의 방이 있는 지금의 집까지, 부부의 친구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집 한켠에서 수다의 꽃을 피우곤 한다.


친구들이 방문하면 우리집 작은인간은 아직 조금 낯을 가리지만, 예전처럼 방에 숨지는 않는다. 어른들의 대화가 궁금하기 때문에 용기 내어 식탁의자 하나를 차지한다. 엄마아빠의 친구들이 말을 걸면 웃으며 고개를 돌리곤 하지만, 이제 자리를 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내의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한 날, 우리집 작은인간은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자리를 지켰다. 남편과 아내는 번갈아가며 아기에게 말을 건넸고, 친구들은 아기의 리액션을 보며 하하호호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세 명의 친구 중에는 우리집 작은인간보다 한 살 많은 형아를 키우는 친구가 있었고, 그래서일까 말은 안 통해도 아이를 십분 이해했다.


집에서의 티타임 시간에는 결혼식 영상을 함께 봤다. 우리 가족의 영상은 물론, 친구 가족의 영상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집 작은인간은 제 역할을 다했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제는 편의 대학원 친구가 집에 방문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 친구는 예전부터 우리 부부를 예쁘게 봐주던 친구였다. 남편의 친구였지만 아내가 더 좋아하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라서 남편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집 작은인간은 그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평소보다 일찍 친구에게 관심을 보였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고, 공원산책을 함께 하며 5살(만으로는 3살) 아이와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공유했다.


무난무난한 집의 인테리어만큼이나, 무던무던한 부부의 성격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 가족의 모습이 친구는 참 보기 좋다고 했다.


결혼생활이 주변에서 말하듯 힘든 생활이 아니듯, 육아 또한 밖에서 떠도는 얘기들처럼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보여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남편은 뿌듯했다. 그리고 5년간의 시간 동안 탈없이 함께한 아내에게 감사하고, 3년 6개월의 기간 동안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도록 성장한 우리집 작은인간도 고마웠다.


남편은 아기에게 "이모 좋아?"라고 물었고, 아기는 그렇다 했다. 직접, 잘 들리도록 크게 말해줘야 이모가 알 수 있다고 아기에게 말하자 아기는 굳은 결심을 하듯 비장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할 수 있어"


우리집 작은인간은 큰 용기를 내어 버스를 타러 가는 이모에게 말했다.


"사랑해"


또 오라고 말하기로 해놓고 단계를 훌쩍 뛰어넘는 아기였다.


그렇게 수줍음을 극복하고, 말을 건넨 작은인간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느낀 남편이었다.



남편의 친구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며 힐링이 되었다고 했다. 남편은 어깨가 올라갔다. 뿌듯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우리집 작은인간이 오래도록 평범한 방 세 개짜리 집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찬사를 보내준 친구를 다시 한번 초대해야겠다. 좀 더 커서 말썽쟁이가 되어버린 우리집 작은인간을 보더라도 같은 찬사를 보내올지 한번 보고 싶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babysitter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육아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출산과정을 지나 육아에 돌입한 남편의 일상 속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