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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Oct 31. 2022

마지막 모기 한 마리까지

가정을 지키는 아빠의 자세

모기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잠들면 세상모르고 잘 자는 남편은 생전 모기로 인해 잠을 설치는 경우가 없었다. 그마저도 유전인 걸까. 우리집 작은인간 또한 앞다투어 피를 빠는 모기들에게 얼굴에서 양다리까지 전부를 양보한 채 꿈속을 유영했고, 몸 곳곳에 물린 자국이 남아 부모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4년 차, 이제 곧 36개월을 앞두고 있다. 이 나이쯤 되면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기 시작하고, 모기 자국은 이내 상처로 남아 딱지가 진다. 덕분에 흉 진 자국이 온몸 구석구석 남는데, 그 모습은 모기 자국에 애타던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미안함함께 모기를 향한 분노의 감정까지도 불러일으켰다.


남편은 전기모기채를 샀다. 전기가 흐르는 선에 닿자마자 타닥타닥 타버리는 모습이 포스러워 여태껏 사용해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빠인 남편은 용기를 내었다. 더 이상 우리집 작은인간의 뽀얀 살결에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기장 구석구석을 보수하고, 나름 모기향도 피워 공격을 차단했지만, 기승을 부리는 흡혈귀들의 뷔페 잔치는 여전했다. 왜 꼭 아기의 피만 골라 빨아대는지, 자고 일어나면 아기의 살결엔 빨간 반점이 하나 둘 늘어났다.


'나쁜놈들.. 차라리 내 피를 열 번 빨지..'


아빠의 분노는 자기 전 '에엥-'하는 모기 날갯짓 소리와 함께 발현되었다. 맛있는 피를 찾아 헤메이는 모기들은 아기가 들기 전까지 평화로운 집안이라 착각했을 것이다. 아기가 단잠에 빠졌을 때, 아빠는 온 집안 형광등을 모조리 켰다. 그리고는 전기모기채를 기세 등등하게 한 손에 쥐었다.


모기와의 사투는 보통 30분 이내로 종료되곤 했다. 평소에 창문도 최소한으로 열어왔기에, 하나 둘 보이는 모기들은 주로 현관문을 여닫을 때 들어왔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수가 많지 않아 30분만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면 전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모기의 수가 줄어들었고, 덩달아 모기의 힘도 빠져버린 게 문제였다. 기운이 없는 모기들은 활동이 적었다. 심지어 에엥하는 모기소리도 겨우 들릴까 말까 한 정도. 툭 치면 나가떨어지는 기운 빠진 흡혈귀들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잡기 힘들었다. 움직임도 좀 있고, 힘찬 날갯짓으로 소리도 잘 내줘야 찾기도 쉬울 텐데, 분명 들리는 듯한 모기소리가 대체 어디서 들리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어젯밤이다. 막 안방 문을 열고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뒷목 부근에서 모기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전기모기채를 든 아빠가 출동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남편은 온 집안 불을 켰다. 그와 동시에 다른 방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 문을 모두 닫았다. 이제 거실에서 부엌으로 연결되는 널따란 공간에는 모기와 남편, 단 둘만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죽고 죽이는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은 30분이면 족하던 모기사냥의 시간, 이 날은 1시간넘기는 장기전이 되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모기의 발자취조차 보이지 않았고, 1시간을 넘길 무렵 다리마저 아파온 남편은 소파에 철푸덕 몸을 뉘어버렸다.


십여분이 지났을까, 이미 졸기 시작한 편의 볼 언저리가 간지러웠다.


"짝!"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볼에 싸대기를 날리고 나니 손바닥에는 반쯤 압사된 모기 한 마리가 한쪽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기운 없는 이 모기는 미동 없는 남편의 볼 조차도 뚫어보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다. 남편은 재빨리 휴지로 감싸 휴지통에 버렸다. 버리기 전 주먹을 꽉 쥐어 모기의 고통을 빠르게 끝내주면서.


달밤에 체조도 이런 체조가 없다. 내 새끼 단잠을 보호하려는 남편의 아빠다움은 이렇게 마지막 모기 한 마리까지 남김없이 잡아내겠다는 집착으로 남았다.



https://brunch.co.kr/magazine/babysitter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육아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출산과정을 지나 육아에 돌입한 남편의 일상 속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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