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돔’ 내 생애 첫 돔 경기장

한일전이 열렸던 삿포로돔의 기억

by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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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스카이돔(사진=키움 히어로즈)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돔’ 경기장을 가볼 것이다. 지붕이 있는 야구장이나 축구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국내에도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고척 스카이돔이 있다. 2015년에 완공된 돔구장으로 16,000석 규모의 중소형 돔구장이다. 여기서 프로야구 경기도하고 콘서트도 열린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개막전도 열렸다.


돔구장은 미국, 유럽 등지에도 꽤 있는데 일본에도 11개의 돔 경기장이 있다. 그중 도쿄돔, 후쿠오카돔, 오사카돔, 나고야돔, 삿포로돔을 5대 돔구장이라고 부른다. 일본 가수 중에는 5대 돔구장에서 ‘5대 돔 투어’라고 콘서트를 여는데, 인기의 척도이자 아티스트의 입지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5대 돔구장 중 도쿄돔, 후쿠오카돔, 삿포로돔 등 세 곳을 갔다. 이중 삿포로돔이 첫 돔 경기장 방문이었다. (2024년 8월부터 삿포로돔은 네이밍 라이츠로 다이와하우스 프레미스트 돔으로 불린다)



IMG_0233.jpg 한일전이 열리기 전날의 고요한 삿포로돔


삿포로돔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건설됐다. 흔치 않은 축구/야구 겸용 경기장이다. 야구 경기를 할 때는 카펫 같은 인조 잔디를 설치하고, 축구 경기를 할 때는 경기장 밖에서 천연 잔디가 돔 안으로 들어온다. 경기장이 변신하는데 약 1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https://youtu.be/dS-sHNDosHA?si=Xmri99M1rKMkDVyu



여느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경기장에는 다양한 상점이 있었다. 콘사도레 삿포로(축구),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야구, 2023년부터 홋카이도의 다른 지역으로 홈을 옮겼다)의 공동 홈 경기장이어서 기념품 샵은 두 팀 및 축구, 야구 관련 용품으로 즐비했다.


경기장 안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었다. 특히 한일 월드컵 관련 전시물이 눈에 띄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삿포로돔에서는 독일-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에콰도르, 아르헨티나-잉글랜드 등 조별리그 3경기가 열렸다. 그래서 해당 경기 때 물건들이 남아 있었다.


IMG_0196.jpg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 잉글랜드의 세트피스 전술


그중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잉글랜드의 작전판이었다. 세트피스 전술을 화이트보드에 그려놓았던 건데, 당시 경기는 마이클 오언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데이비드 베컴이 성공하며 잉글랜드의 1-0 승리로 끝났다.


https://youtu.be/qvTBTKloKyM?si=i9L7Z5Qm3iQzlwSE&t=244

J-POP을 대표한 스맵(SMAP)이나 글레이(GLAY) 등 위에 언급한 대로 5대 돔 투어를 했던 가수들의 사인도 있었다.


인기 만화 원피스의 작가인 오다 에이지로의 사인도 볼 수 있었다.


IMG_0206.jpg 원피스는 한 번도 안 읽어봤다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경기 관전도 좋았다. 지붕이 있어 몰입감을 높이고 라이트를 켜니 야간 경기의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함성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더 크게 들리고 심장을 콩닥콩닥하게 했다. 외부 소음이나 방해 없이 온전히 경기 관전을 즐기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일전이 열렸다. 2011년 8월 10일이었다. 그 유명한 0-3 완패의 ‘삿포로 참패’의 그 경기다. 당시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멘붕이 왔던 기억이 난다. 잠시 일을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많은 축구장, 야구장이 경기 외의 영업 일수를 놓고 고민이 많다. 다양한 상점을 유치하고 전시 공간도 설치해서 방문객을 유도한다. 일본도 그런 점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더구나 삿포로돔은 도쿄돔과 달리 삿포로의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사람이 찾지 않으면 휑한 대형 건축물일 뿐이다.


IMG_0213.jpg 삿포로돔에는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었다


다양한 공간과 즐길 거리는 고민을 통해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여전히 경기장 활용을 놓고 고민이 많은 국내 많은 축구장, 야구장의 참고 모델로 삼을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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