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수 인력이 조용히 떠나는 경우

by 크네이트

2장. 우수 인력이 조용히 떠나는 경우

이 회사에서 인사팀 메일함에 사직서가 도착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연 매출이 천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 업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어 경력 쌓기 좋은 곳처럼 보였지만, 오래 버티는 사람은 드물었다. 채용은 늘 열려 있었고, 자리가 비면 금세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

나도 입사할 때는 이런 분위기를 잘 몰랐다. 초반엔 배울 것도 많고, 새로운 시장 경험에 몰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였다. 회사의 전략은 CEO 한 사람의 판단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고, 중요한 프로젝트는 공식 절차가 아니라 ‘누구와 가까운가’로 담당자가 결정됐다. 성과평가도 마지막 순간 CEO의 한마디로 뒤집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사전에 합의된 절차나 승인 과정을 건너뛰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기업이윤을 위해 견적서에 포함된 부자재를 실제보다 저가의 대체품으로 사용하거나,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하지 않은 채 납품하는 경우가 있었다. 모두가 그게 규정에 어긋난다는 걸 알았지만, 단기 실적을 위해서라면 묵인되었고, 때로는 이런 ‘빠른 판단’이 실행력으로 칭찬받았다. 나 역시 그 자리에선 웃으며 동의했지만, 돌아서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이런 상황들이 점점 나를 지치게 했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기회가 생기면 바로 떠나는 사람과 갈 곳이 없어 버티는 사람.”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남아 있는 이유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당장 떠났을 때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인사팀 메일함에 또 한 통의 사직서가 도착했다. 이번엔 매출 상위 5% 안에 드는 영업사원,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협상가였다. 사직 사유는 짧았다.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

며칠 뒤,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사로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건은 알 수 없었지만, 이곳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얘기가 오갔다.


1. AS-IS ― 아무 일 없던 듯, 그러나 오래 준비된 퇴사

그의 성과와 업무 품질은 여전히 괜찮았다. 보고는 기한 내에 정확했고, 고객 불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정서적인 변화는 뚜렷했다. 회식이나 팀 점심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예전처럼 농담에 웃는 모습도 줄었다. 회의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던 사람이, 필요한 자료만 전달하고 말을 아꼈다. 사실 그는 작년 인사평가에서 상위 점수를 받고도 승진에서 제외됐다(절차공정성 침해). 이유는 없었지만, 모두가 CEO의 임의 조정을 알고 있었다. 이후 중요한 신규 프로젝트는 CEO와 가까운 다른 직원이 맡았다(분배공정성 침해). 그는 기존 고객 관리라는 변함없는 역할만 이어갔다. 이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역시 내가 사람을 잘 썼다”는 CEO의 말이 나왔지만, 실패하면 다른 임원이 책임을 졌다(상호작용공정성 침해).

이 사례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커리어 업그레이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유지적 몰입(Continuance Commitment)의 전형적인 흐름이 있었다. 즉, 유지적 몰입은 직원이 인식하는 조직의 불공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유지적 몰입은 정서적 애착이 아니라, 조직을 떠날 경우 잃게 될 것들 때문에 남아 있는 상태다. 남아 있는 이유가 ‘머물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나면 손해이기 때문에’로 바뀌는 것이다. 이번 사례의 그는 이미 정서적 몰입을 잃었고, 반복된 공정성 침해가 그 마음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지적 몰입 상태에 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기회가 오면 바로 떠나는 부류와 대안이 없어 버티는 부류다. 그는 첫 번째 부류였다. 이미 마음은 떠났고, 외부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자, 주저 없이 회사를 떠났다.

이 장면을 단순히 한 사람의 커리어 이동으로 본다면, 해법은 ‘연봉을 올려서 잡자’나 ‘퇴사 사유를 물어보자’라는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이탈 뒤에는 평가·기회·보상에서의 불공정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불균형은 전략, 구조, 시스템, 인재 정책 등 조직의 여러 요소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 이번에는 맥킨지 7S 모델을 기반으로 조직의 현 상태를 분석해 볼 것이다.


2. 원인 규명의 출발점 ― 왜 McKinsey 7S 모델인가?

이번 사례는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여러 축이 동시에 어긋나 있었다. 전략은 수시로 바뀌었고(Strategy), 조직 구조는 공식 절차보다 관계 중심으로 운영됐으며(Structure), 프로젝트와 인사평가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했다(Systems). 여기에 CEO의 리더십 스타일은 변덕스러웠고(Style),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와 실제 운영 방식은 달랐다(Shared Values). 핵심 인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책도 부재했으며(Staff), 장기적인 역량 개발은 뒷전이었다(Skills).

맥킨지 7S 모델은 조직을 구성하는 7개의 핵심 요소—전략(Strategy), 구조(Structure), 시스템(Systems), 공유가치(Shared Values), 스타일(Style), 인재(Staff), 역량(Skills)—가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고 본다. 이 가운데 전략·구조·시스템은 ‘하드 요소(Hard S)’, 공유가치·스타일·인재·역량은 ‘소프트 요소(Soft S)’로 구분되며, 어느 하나라도 불일치하면 실행력 전체가 흔들린다. 하드 요소는 전략·구조·시스템처럼 눈에 보이고 문서로 규정할 수 있는 ‘뼈대’이고, 소프트 요소는 인재·역량·스타일·공유가치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직을 실제로 움직이는 ‘근육과 혈관’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전략이 훌륭해도(하드 요소) 구성원의 역량과 리더십 스타일(소프트 요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은 책상 위에서 끝난다. 문제는 이 톱니바퀴들이 따로 놀 때다. “성과 중심”을 외치면서 보상은 친분으로 주면, 구성원은 금세 신뢰를 잃는다. 전략이 바뀌면 구조·시스템·역량·관계가 따라가야 하는데, 이 중 한두 가지만 바뀌어도 불균형이 심화된다. 이번 사례처럼 전략·구조·문화·인재정책이 동시에 얽혀 있는 복합 상황에서는, 단일 제도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맥킨지 7S 모델은 정성·정량 지표를 함께 다루면서, 각 요소의 현재 상태와 목표 상태 간의 차이를 진단하고, 변화 설계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이제 7S 모델을 기반으로, 이번 사례에서 우수 인력의 정서적 몰입이 어떻게 유지적 몰입으로 변질되고 결국 이탈로 이어졌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3. 원인 분석 ― 7S 모델을 통한 우수 인력 이탈 구조 진단

퇴사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동료들은 “아깝다”는 한마디로 반응을 끝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질문이 생겼다. “그는 왜 떠났을까? 우리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겉으로는 평범한 인사 이동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조직의 여러 요소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어긋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전략과 구조, 시스템, 문화, 인재 관리 전반에서 조금씩 누적된 결과였다. 이 복합적인 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McKinsey 7S 모델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조직을 ‘전략(Strategy), 구조(Structure), 시스템(Systems), 공유가치(Shared Values), 스타일(Style), 인재(Staff), 역량(Skills)’의 일곱 가지 요소로 나누어 살펴보며, 각 요소가 어떻게 맞물려 조직 성과와 구성원의 몰입을 형성하는지를 분석한다. 한 요소의 결핍은 다른 요소에도 파급효과를 주기 때문에, 원인을 부분적으로만 보는 대신 전체 구조 속에서 진단하는 데 적합하다.

1) 전략(Strategy) ― 전략적 일관성 결여(Lack of Strategic Consistency)

7S 모델에서 전략은 조직이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하는 방향성과 그 실행계획을 의미한다. 이번 사례에서는 전략의 일관성이 뚜렷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중요한 프로젝트 방향이 장기 계획이나 공식 절차를 따르기 보다,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고, 담당자 배정 역시 성과나 역량보다 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전략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켰다. 전략이 이렇게 불안정하면, 구성원은 자신의 목표와 역할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일하게 된다. 반복되는 방향전환은 업무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약화시킨다.

이러한 상황은 전략 분야에서 말하는 Lack of Strategic Consistency(전략적 일관성 결여)와 조직설계 이론에서 지적하는 의사결정의 과도한 집중(Decision Centralization)이라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전략이 개인 의중에 따라 변동하고,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구성원들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잃게 된다.

Porter(1996)는 전략을 선택과 집중의 일관성으로 정의하며, 방향성이 잦게 바뀌면 장기 경쟁우위가 훼손된다고 지적했으며, Chandler(1962)는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전략 변화와 구조 변화의 불일치가 실행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이번 사례의 전략은 일관성과 제도적 뒷받침 모두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전략이 이렇게 불안정하면, 구성원은 자신의 목표와 역할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일하게 된다. 반복되는 방향 전환은 업무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약화시킨다. 정서적 몰입은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맞물릴 때 유지되지만, 그 기반이 흔들리면 감정적 유대는 빠르게 약해진다. 남는 이유는 ‘함께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날 경우 잃게 될 것들’로 바뀌게 되고, 이는 전형적인 유지적 몰입(Continuance Commitment)의 심리 구조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 역시 핵심 역할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외부 기회를 탐색했고, 적절한 제안이 오자 주저 없이 회사를 떠났다.

2) 구조(Structure) ― 권한과 책임의 모호성(Structural Ambiguity)

7S 모델에서 구조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조직의 역할과 책임, 보고체계, 자원배분 방식을 설계하는 틀을 말한다. 이번 사례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못했고,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게 얽혀 있었다.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와 자원배분이 공식적인 라인보다 비공식적인 관계망에 의해 결정되었고, 성과에 대한 책임은 상황에 따라 전가되거나 분산되었다. 성공하면 공이 특정인에게 집중되었지만, 실패하면 명확한 책임 소재 없이 다른 부서나 임원에게 넘어갔다.

이러한 구조는 절차공정성, 분배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 모두를 침해한다. 절차공정성 측면에서는 기회와 자원배분이 공식 기준이 아닌 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며, 결정 과정에 일관성이 결여되었다. 분배공정성 측면에서는 성과가 노력이나 기여도와 비례해 보상되지 않고, 인정과 혜택이 불균형하게 돌아갔다. 상호작용공정성 측면에서는 프로젝트 배제나 성과 귀속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존중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정성 침해가 반복되면, 구성원의 몰입도는 정서적 몰입에서 규범적 몰입, 그리고 ‘머물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나면 손해이기 때문에’ 남는 유지적 몰입으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는 조직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이미 약화되어, 외부 기회를 기다리거나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도 주요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성과 인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유지적 몰입 상태에 이르렀고, 적절한 제안이 오자 주저 없이 회사를 떠났다.

조직이 전략을 실행하는 방식은 구조적 설계에 달려 있다. Chandler(1962)는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명제를 통해, 전략 변화에 맞춰 구조가 적시에 조정되지 않으면 실행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Mintzberg(1979) 또한 구조적 모호성이 자원배분의 비효율과 책임회피 문화를 촉진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례처럼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구조에서는 개인이 성과를 내도 공정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애착이 약화된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된 구성원은 ‘머물 이유’를 잃고, 외부 기회가 나타나면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도 주요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성과 인정의 기회가 불투명해지면서 외부 제안을 받아들였다. Dessler(2019)는 인사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직원 몰입과 유지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3) 시스템(Systems) ― 평가·보상 절차의 불투명성(Lack of Transparency in Performance and Reward Systems)

7S 모델에서 시스템은 조직이 전략을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용하는 공식 절차, 프로세스, 평가·보상 체계를 의미한다. 이번 사례에서 시스템은 특히 인사평가와 보상 절차에서 불투명성과 임의성이 두드러졌다. 인사평가 점수가 상위권이었음에도 승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이유에 대한 공식 설명이 없었다. 이후 중요한 프로젝트는 사전에 합의된 기준이 아니라 경영진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배정되었다. 이는 설계상의 문제 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와 절차가 실제 운영 단계에서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 사례다.

평가·보상 절차가 이렇게 불투명하게 운영되면,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가 어떻게 판단되고 보상되는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절차공정성 측면에서는 평가 기준과 실행 절차가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고, 분배공정성 측면에서는 성과와 보상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호작용공정성은 부차적으로 약화된다. 왜냐하면 결정의 배경과 이유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구성원이 조직과 맺는 관계의 성격이 변한다. 처음에는 성과를 통해 인정받고 성장하려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가 사라지고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안정된 급여나 경력 유지뿐”이라는 현실적 계산이 남는다. 심리적 에너지가 목표 달성보다 손실 회피에 쓰이게 되고, 더 나은 기회가 보이면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Colquitt et al.(2001)의 메타분석 연구도 조직 내 공정성 인식이 이직 의도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평가·보상 과정의 불투명성이 이 관계를 강화한다고 보고했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 역시 불공정하게 운영된 평가·보상 절차 속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했고, 경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된 구성원은 조직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불확실성과 손실 회피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머물 이유’를 잃고, 외부 기회가 나타나면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Greenberg(1990)는 공정성 인식이 손상되면 조직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고, 이는 이직 의도로 직결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 역시 불투명하게 운영된 평가·보상 절차 속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했고, 경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4) 공유가치(Shared Values) ― 성과 압박과 비윤리적 친조직 행동(Unethical Pro-Organizational Behavior, UPB)

7S 모델에서 공유가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핵심 신념과 행동규범을 의미하며, 전략과 구조, 시스템을 관통하는 근간 역할을 한다. 이번 사례에서 표면적인 가치 선언은 ‘고객중심’과 ‘팀워크’였지만, 실제 문화는 단기 성과 달성을 최우선시했다. 매출·계약 건수·처리 속도 같은 지표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되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정 위반이나 절차 무시는 묵인되거나 오히려 ‘실행력’으로 칭찬받았다. 예를 들어, 기업이윤을 위해 견적서에 포함된 부자재를 실제보다 저가의 대체품으로 변경하거나,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하지 않은 채 납품하는 경우가 있었다. 모두가 그게 규정에 어긋난다는 걸 알았지만, 단기 실적을 위해서라면 넘어갔고, 이런 행동이 ‘빠른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Umphress와 Bingham(2011)은 이를 비윤리적 친 조직 행동(UPB)이라고 정의하며, 조직 동일시와 과도한 성과 압박이 결합될 때 이러한 행동이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치 체계에서는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이 동시에 약화된다. 요청이 타 부서 성과에 불리하면 쉽게 거절되고, 과정에서의 존중·정보 공유·상호 이해 노력은 뒷전으로 밀린다.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위해서라면 어떤 절차도 무시할 수 있다’는 묵시적 규범이 자리 잡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조차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결국 구성원의 몰입은 ‘함께 성과를 만드는 즐거움’에서 ‘성과 압박을 피하거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생존’으로 이동한다. 심리적 유대가 약해지고, 남아 있는 이유는 비전과 가치공유가 아니라 안정된 보상이나 경력 유지같은 계산 가능한 요소로 바뀐다. Schein(2010) 역시 왜곡된 가치체계가 장기적으로 조직 신뢰와 유지율을 동시에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도 단기 성과를 위해 협력과 절차가 무시되는 환경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고, 경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5) 스타일(Style) ― 의사결정의 과도한 집중(Decision Centralization)

7S 모델에서 스타일은 리더십의 의사결정 방식, 소통 패턴,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리더십 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결정 권한이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방향은 공식 전략 회의나 데이터 분석 결과보다 CEO의 직관과 판단에 따라 바뀌었고, 담당자 배정 역시 객관적인 역량이나 성과보다 개인적 친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성과평가도 마지막 순간 CEO의 한마디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나 피드백은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부서장조차 의사결정 권한이 제한되어, 자신의 팀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Vroom과 Yetton(1973)의 리더십 의사결정 모델에 따르면, 의사결정 권한이 지나치게 중앙집중화 되면 구성원의 참여기회가 줄어들고, 결정에 대한 수용과 몰입도가 낮아진다. 또한 Yukl(2013)은 의사결정 집중이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을 동시에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절차공정성은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일관되게 운영될 때 유지되지만, 한 사람의 재량에 의존하면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일관성이 깨진다. 상호작용공정성 역시 결정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 약화된다.

이러한 공정성 침해가 누적되면 구성원의 몰입도는 정서적 → 규범적 → 유지적 몰입으로 변화한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 역시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성과 인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접었다. 결국 그는 외부에서 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와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경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6) 스태프(Staff) ― 인재 배치의 불공정성(Inequitable Talent Deployment)

7S 모델에서 스태프는 조직이 보유한 인력과 그 배치 방식, 그리고 이를 유지·육성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채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성장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번 사례에서는 인재 배치가 성과나 역량보다 비공식적 관계망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요한 신규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객관적인 성과지표나 명확한 선정기준 없이,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받거나 사내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과 가까운 사람에게 돌아갔다. 반면, 성과가 우수하더라도 관계가 약한 구성원은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승진 역시 공식절차나 명문화된 평가기준보다 비공식 추천과 사적 친분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절차공정성, 분배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 모두를 침해한다. 절차공정성 측면에서는 기회 배분의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했고, 분배공정성 측면에서는 노력·성과와 무관하게 혜택이 돌아갔다. 상호작용공정성 측면에서는 배제된 직원에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거나 향후 기회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절차가 없었다.

McCulloch와 Turban(2007)은 인재 배치와 성장기회에서 불공정성이 존재할 경우, 고성과자 일수록 조직을 더 빨리 떠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Ng, Eby, Sorensen & Feldman(2005)의 메타분석 역시, 경력 발전 기회와 공정한 배치가 ‘주관적 경력 성공감’을 높이며, 이 감각이 결여되면 이직 의도가 크게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 역시 업계 최상위 5% 성과를 기록했지만, 핵심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면서 장기적인 성장 경로를 그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이곳 에서의 경력 정체가 장기적으로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투명한 기회와 성장 계획을 제시한 경쟁사의 제안을 선택했다.

7) 스킬(Skills) ― 핵심역량 개발 부재(Lack of Core Competency Development)

7S 모델에서 스킬은 조직이 보유한 핵심역량과 이를 유지·강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전략적 목표에 맞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체계를 포함한다.

이번 사례에서는 우수 인력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역량개발이 부재했다. 사내교육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 운영되었고, 개인의 강점이나 커리어 목표에 맞춘 맞춤형 개발 계획이 없었다. 특히, 핵심 프로젝트 경험이 인재 육성의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가 특정 인맥과 관계가 깊은 구성원에게 편중되었다. 이로 인해 일부 인재는 자신이 보유한 역량을 새로운 분야나 도전적인 과업에 적용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직무 능력이 정체되는 상황에 놓였다.

Noe, Clarke & Klein (2014)은 인재개발 기회가 제한될 경우, 직원들은 ‘역량이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장기적으로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De Vos, De Hauw & Van der Heijden (2011)의 연구에 따르면, 조직이 경력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때, 특히 고성과자는 경력 지속성을 위해 외부 기회를 탐색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도 핵심 프로젝트 배제로 인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었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로 남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렸다.

역량 개발은 단기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수 인력 유지와 조직 경쟁력을 좌우한다. 체계적인 교육·경험·멘토링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조직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핵심인재를 잃게 된다.


∙ 7S 진단의 4대 핵심 문제

7S 모델을 적용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이번 사례의 우수 인력 이탈은 일곱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 만든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을 성격별로 묶어보면, 하드요소(Hard S: Strategy · Structure· Systems)와 소프트요소(Soft S: Shared Values · Style · Staff · Skills)의 두 축에서 총 4개의 핵심 문제 영역으로 수렴된다.

1)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 (Hard S: Strategy + Structure)

2)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 (Hard S: Systems)

3) 가치-리더십 불일치 (Soft S: Shared Values + Style)

4)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 (Soft S: Staff + Skills)

이제 각 핵심 문제를 순서대로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공정성 침해와 몰입도 변화를 유발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


1)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전략 Strategy + 구조 Structure)

조직의 장기 방향과 실행 체계가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중요한 프로젝트 방향과 담당자 배정이 장기 계획보다 최고경영자의 즉흥적 판단에 좌우되었고, 구조는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평가·보상 절차 역시 불투명해, 성과와 기여도가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불일치는 절차공정성과 분배공정성을 동시에 약화시키며, 구성원으로 하여금 “내 역할과 성과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몰입이 약화되고, 외부 기회에 민감해지는 유지적 몰입 상태로 이동한다.

2)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시스템 Systems)

단기 실적 달성을 위해 사전에 합의된 절차나 승인 과정을 무시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예를 들어, 견적서에 포함된 부자재를 저가 대체품으로 변경하거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납품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규정 위반임에도 ‘빠른 판단’과 ‘실행력’으로 칭찬받았다. Umphress와 Bingham(2011)의 연구처럼, 과도한 성과 압박과 조직 동일시가 결합될 때 나타나는 비윤리적 친 조직행동이 제도운영의 신뢰성을 훼손했고, 장기적으로 조직 신뢰와 협업 기반을 약화시켰다.

3) 가치-리더십 불일치(공유가치 Shared Values + 스타일 Style)

표면적으로는 ‘고객 중심’과 ‘팀워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단기 성과 달성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리더십 스타일은 의사결정 권한이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형태였고, 중요한 사안도 투명한 절차보다 개인적 재량에 따라 결정되었다. Schein(2010)은 선언된 가치와 실제 관행의 괴리가 클수록 구성원의 냉소주의가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이런 환경은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을 동시에 약화시키며, 구성원에게 “이 조직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는 불신을 심어준다.

4)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스태프 Staff + 스킬 Skills)

인재 배치와 성장 기회가 성과나 역량보다 비공식적 관계망에 좌우되었다. 핵심 프로젝트 참여와 승진 기회가 특정 인맥에 편중되었고, 배제된 인재에게는 명확한 이유나 향후 성장 경로가 제시되지 않았다. McCulloch와 Turban(2007)은 이런 불공정성이 존재할 경우, 고성과자 일수록 더 빨리 조직을 떠난다고 밝혔다. Ng et al.(2005)도 경력 발전 기회와 공정한 배치가 주관적 경력 성공감을 높이며, 이 감각이 결여되면 이직 의도가 크게 상승한다고 보고했다. 이번 사례의 퇴직자도 핵심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며 성장 가능성을 잃었고, 결국 더 투명한 기회를 제공한 경쟁사로 이동했다.

이처럼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 가치-리더십 불일치,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의 네 영역은 서로 맞물려 조직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정서적 몰입을 약화시켜 유지적 몰입 상태로 밀어 넣었다. 이 구조를 끊어내지 않는 한, 우수 인력의 이탈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4. 해법 설계 ― 공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회복하는 길

우수 인력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형성된 불신과 성장 한계 때문이다. 성과와 보상이 일관된 기준 없이 변하고, 기회와 자원 배분에서 공정성이 흔들리면, 몰입도는 정서적 몰입에서 규범적 몰입, 그리고 ‘떠나면 손해이기 때문에’ 머무는 유지적 몰입으로 변한다. 이 흐름을 되돌리려면, 공정성의 회복성장 가능성의 재설계라는 두 축에서 접근해야 한다.

∙ 구조적 재설계: 평가·보상·기회 배분 구조를 정비해, 노력과 성과가 공정하게 연결되는 체계를 만든다.

∙ 개별적 조정: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와 조건을 몰입하기 좋은 형태로 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Colquitt et al.(2001)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절차·분배·상호작용 공정성이 모두 높은 조직일수록 직원의 조직 신뢰와 잔류 의도가 강하게 유지된다고 보고했다. 이제,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첫 번째 단계, 구조적 재설계의 구체적 방안을 살펴보자.


4.1 구조적 재설계

이 두 축은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구조적 재설계는 제도와 절차의 틀을 안정시키고,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시킨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더라도 모든 구성원이 곧바로 몰입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개별적 조정이 각자의 상황과 동기에 맞춰 몰입 회복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먼저 제도의 틀을 바로 세우고, 그 위에서 개인이 스스로 업무 환경과 조건을 최적화하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제, 첫 번째 축인 구조적 재설계부터 살펴본다.

구조적 재설계의 핵심은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보상·기회 배분을 담당하는 핵심절차를 표준화하고, 변경 시 투명한 소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첫째, 평가·보상 절차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구성원은 노력과 성과가 공정하게 인정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가기준과 절차를 문서화해 전사에 공표하고, 변경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설명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프로젝트 배정과 자원 배분 역시 공식 기준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 Leventhal(1980)은 공정한 절차 설계의 6대 원칙—일관성, 편견 배제, 정보 정확성, 오류 수정, 대표성, 윤리성—을 제시하며, 이러한 절차 기준이 조직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Folger & Konovsky(1989)의 연구도 절차공정성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과 조직 몰입이 유의하게 향상된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 모두 평가·보상 절차의 표준화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와 이직률 감소에 직결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둘째, 성장 경로의 가시화다.

승진 요건과 경력개발 기회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면, 구성원은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단순히 문서 제공에 그치지 않고, 교육·멘토링·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연계해야 효과가 크다. Ng et al.(2005)의 연구는 경력개발 기회의 명확성이 우수 인재의 장기 잔류 의도를 크게 높인다고 보고했다. SHRM(2020) 보고서 역시 경력개발 지원이 체계적인 기업의 평균 이직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낮다고 밝혔다. 추가로, De Vos & Meganck(2009)는 경력 경로의 명확성이 높은 조직에서 구성원의 경력몰입과 조직 충성도가 동시에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즉, 성장 경로의 가시화는 단기 성과 중심 조직에도 장기 신뢰의 기반을 제공한다.

셋째, 성과 귀속의 명확화다.

성과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기여인지 분명히 하고, 실패 시에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성과 귀속이 불투명하면, 책임회피 문화가 생기고, 공이 특정인에게만 집중되거나 반대로 모든 책임이 애매하게 흩어진다. Folger & Konovsky(1989)는 성과 귀속의 명확성이 공정성 인식을 강화하고, 이는 조직 신뢰와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요인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Korsgaard et al.(1995)의 연구도 성과평가에서 기여도가 투명하게 인정될 때 구성원의 수용도와 팀 내 협력이 모두 향상된다고 보고했다. 이런 구조는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유지하는 데에도 결정적이다.


4.2 개별적 조정 ― 이직의 문턱에서 붙잡는 방법

조직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기 전, 우수 인력은 종종 ‘당장 그만두지는 않지만,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다’는 판단에 도달한다. 이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불공정 경험과 성장 기회의 상실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개인의 몰입을 되살릴 기회는 남아 있다. 그 핵심이 바로 개별적 조정이다.

1장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Job Crafting과 I-deals는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와 조건을 몰입하기 좋은 형태로 재설계하도록 돕는 도구다. 이번 장에서는 이를 이직 방지 장치로 재해석한다. 먼저, Job Crafting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Job Crafting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과업·관계·인지 측면을 재구성해, 일의 의미와 직무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 고객유지 업무만 맡던 직원이 스스로 인지적 변화를 일으켜 업무 자체를 새롭게 파악하여 과업과 타 부서와 협력할 기회를 늘려 ‘일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Wrzesniewski & Dutton, 2001). 다른 하나는 직무자원과 직무요구의 균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Tims & Bakker, 2010, 2012). 과도한 보고 절차를 줄이고, 필요한 의사결정 권한이나 교육 기회를 제공해 과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Leana et al.(2009)의 연구에 따르면, 관계·인지 재구성을 중심으로 한 협력적 Job Crafting은 팀 내 신뢰와 상호 지원을 높이고, 구성원의 직무 의미 부여를 강화하여 이직 의도를 유의하게 낮췄다. 반면, Lichtenthaler & Fischbach(2019)은 자원 확대와 요구 감소를 병행한 전략이 단일 전략보다 이직 의도 감소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순히 과업을 조정하는 것보다,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는 구조적 조정이 병행될 때 효과가 극대화됨을 보여준다. 또한 Rudolph et al.(2017)의 122개 표본 메타분석 결과, Job Crafting의 모든 하위 요소(과업·관계·인지 재구성, 자원 확대·요구 감소)가 직무 만족 및 몰입과 정(+)의 상관, 이직 의도와 부(-)의 상관을 나타냈다.

I-deals는 다른 접근을 취한다. 이는 구성원과 조직이 합의해 시간, 장소, 역할, 성장 기회를 맞춤형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에서 제안 받은 조건 중 일부를 내부에서 반영하거나, 승진 대신 원하는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주는 식이다. Rousseau et al.(2006)은 이런 맞춤형 합의가 ‘조직이 나를 존중한다’는 신호를 주어 신뢰와 장기 잔류 의도를 높인다고 했다. Hornung et al.(2014)의 연구에서는, I-deals를 제공받은 직원 집단이 1년 뒤 실제 이직률이 유의하게 낮았다.

결국, Job Crafting이 업무의 내용과 의미를 복원한다면, I-deals는 조건과 환경을 최적화한다.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구성원은 ‘떠날 이유’보다 ‘머물 이유’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5. 실행 시나리오 ― McKinsey 7S 진단으로 드러난 네 가지 구조적·문화적 과제와 회복 전략

McKinsey 7S 모델로 이번 사례를 진단한 결과, 하드요소(Strategy, Structure, Systems)와 소프트요소(Shared Values, Style, Staff, Skills)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전략은 한 방향을 가리키지만 운영체계는 다른 방향을 향했고, 제도는 압박에 눌려 변형되었으며, 선언된 가치와 리더십의 실제 행동은 어긋났다. 인재 운용과 성장 기회는 공식 기준보다 비공식적 관계망의 논리에 좌우됐다. 진단 결과는 네 가지 핵심 문제로 수렴된다. 1)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 2)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 3) 가치–리더십 불일치, 4)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

이 네 가지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정서적 몰입을 약화시키고 있었다.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구조–행동–개인의 세 축을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 Job Crafting과 I-deals는 이러한 다층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 도구다. 두 접근은 과업과 관계, 자원과 조건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맥락과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도 전략·제도·가치·인재운용 등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다. 예를 들면, 협력적 Job Crafting은 부서 간 목표 공유와 상호의존을 높여 갈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Leana, Appelbaum & Shevchuk, 2009), 자원 확대와 방해 요구 축소를 병행할 때 몰입·성과 향상 효과가 극대화된다(Lichtenthaler & Fischbach, 2019; Rudolph et al., 2017). I-deals는 맞춤형 근무조건을 통해 심리적 계약을 강화하며(Rousseau, Ho & Greenberg, 2006), 경력개발 중심 I-deals는 이직의도를 낮추고 직무성과를 높인다(Anand et al., 2010; Liao, Wayne & Rousseau, 2016).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반복 검증된 이 결과들은, 이번 사례의 네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데 이 두 도구가 실증적으로 검증된 신뢰할 만한 선택지임을 보여준다. 이제 이 두 도구를 토대로,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부터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까지 네 가지 과제를 순서대로 풀어내는 실행 과정을 살펴본다.

1) 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Strategy–Structure Misalignment)

McKinsey 7S 진단에서 드러난 첫 번째 과제는 전략(Strategy)과 구조(Structure)의 불일치였다. 장기 방향은 문서와 회의에서 제시되었지만, 실제 실행은 단기 판단과 비공식 절차에 좌우되었고, 이에 따른 역할·자원 조정은 사후적으로 이뤄졌다. 프로젝트 배정·평가·보상 기준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특히 핵심인재는 “내 역할과 성과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안을 내면화 한다. 이는 절차공정성과 분배공정성을 동시에 약화시키고, 정서적 몰입을 유지적 몰입으로 전환시키며 조용한 이탈로 이어지는 기반을 만든다. Colquitt et al.(2001)의 메타분석은 절차·분배공정성이 모두 낮을 때 조직 신뢰와 정서적 몰입이 유의하게 감소하며 이직의도가 높아진다고 보고했고, Masterson et al.(2000)은 공정성 인식이 낮을수록 조직 동일시가 약화되고 장기 잔류의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패턴을 확인했다. 이런 불일치는 단일 행동 변화나 단기 캠페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전략과 실행의 틀 자체를 맞물리게 하는 구조적 개입이 선행돼야, 이후의 행동 변화와 개인 차원의 몰입 회복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

구조차원에서는 전략과 운영체계의 연계를 제도화했다. 모든 핵심 프로젝트는 착수 전에 전략 맵과 조직 구조에 반영하고, 변경 시 전사 공지와 사전 협의를 필수 절차로 두었다. 평가·보상 기준과 프로젝트 배정 원칙을 문서화해 전사에 공개하며, 절차의 일관성·대표성·오류 수정 경로를 공식 제도에 내재화했다. 절차공정성 강화가 조직 신뢰와 몰입을 높인다는 점은 Brockner et al.(2000) 등 다수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그 결과, 전략 변경 시 혼선과 불확실성이 줄고,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핵심 인재가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행동차원에서는 핵심 인재가 전략 실행의 초기 단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 구조를 재설계했다. 이는 협업의 경계를 조정하는 협력적 Job Crafting으로, 마케팅 부서가 콘셉트를 확정하기 전에 품질·법무 부서가 참여해 잠재적 규제·안전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게 하였다(관계 Crafting). 동시에 생산 부서가 초기 수율과 원가 시뮬레이션을 기획 단계에서 공유해 현실적인 실행안을 마련하도록 했다(과업 Crafting). 이 과정에서 각 부서는 전략적 맥락을 함께 검토하며 “내 역할이 조직 전략에 직결된다”는 의미를 재정의했다(인지 Crafting). Petrou et al.(2012)은 직무 요구–자원의 조기 조정이 몰입과 적응행동을 높이고 이직의도를 낮춘다고 보고한다. 그 결과, 부서 간 사전 조율 비율이 높아지고 출시 직전의 대규모 수정·재작업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핵심인재는 전략 실행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이 초기부터 반영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몰입도와 잔류 의지가 동시에 강화됐다.

개인차원에서는 핵심인재가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맞춤형 I-deals를 설계했다. 이를 위해 개인별 경력 목표와 현재 역할의 간극을 진단하고, 성과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절차·보고를 최소화했으며, 원하는 프로젝트·학습 기회를 우선 배정했다(개발기회 I-deals). 또한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는 유연 근무시간과 원격 근무를 병행해 몰입 환경을 보장했다(근무시간·장소 I-deals). 이러한 개인화된 합의는 심리적 계약과 자율성을 강화해 이직의도를 낮추고 직무성과를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돼 있다(Hornung, Rousseau & Glaser, 2010; Liao, Wayne & Rousseau, 2016). 그 결과, 핵심 인재가 단기 성과 압박 속에서도 중장기 성장 경로를 체감하며 잔류 의사를 유지하게 됐다.

결국, 구조는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으로 불안을 완화하고, 행동은 전략과 일상의 연결성을 강화하며, 개인은 성장 기회와 자율성으로 잔류의 합리적 이유를 제공한다. 이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전략–구조의 불일치가 만들어내는 조용한 이탈의 경로는 약화되고, 핵심인재의 몰입도는 안정적으로 회복된다.

2)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Systems Distortion under Performance Pressure)

McKinsey 7S 진단의 두 번째 과제는 성과 압박 속에서의 시스템(Systems) 왜곡이다. 단기 실적과 기업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압박 속에서, 사전에 합의된 절차나 승인 과정이 반복적으로 무력화됐다. 예를 들어, 견적서에 포함된 부자재를 저가 대체품으로 변경하거나, 원산지 표시 없이 납품하는 행위가 만연한다. 이는 명백히 규정 위반임에도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칭찬받았다. Umphress & Bingham(2011)의 연구는 과도한 성과 압박과 조직 동일시가 결합될 때 비윤리적 친 조직 행동(UPB)이 급증하며, 제도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보고한다. 이런 왜곡은 두 가지 측면에서 조직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왔다.

첫째, 절차공정성(procedural justice)의 저하다. 절차의 일관성·중립성·투명성이 무시되면, 구성원은 “규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학습을 하게 된다. Brockner & Wiesenfeld(1996)의 메타분석에서도 절차공정성이 낮을수록 부정적 정서와 냉소주의가 증가하고, 이직의도가 유의하게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Folger & Konovsky(1989) 또한 절차공정성이 낮으면 조직 신뢰와 직무만족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둘째, 조직정체성(organizational identification)의 약화다. 조직이 선언한 가치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이 조직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자신이 조직의 일부라는 감각을 잃는다. Ashforth & Mael(1989)과 Dutton, Dukerich & Harquail(1994)은 가치–행동 불일치가 구성원의 냉소주의와 이탈 의도를 촉발한다고 밝혔다. Edwards & Peccei(2010)는 조직의 지원 인식이 높을수록 조직정체성이 강화되며, 이는 이직 의도 감소 및 조직 내 참여도와 직무열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핵심 인재일수록 이러한 괴리를 민감하게 감지하며, “내가 이곳에서 왜 일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도달한다.

이처럼 성과 압박에 따른 시스템 왜곡은 단순히 절차를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인재의 심리적 기반과 정체성을 동시에 흔든다. 연구들에 따르면 UPB는 절차 미비 하나로 발생하지 않는다. 성과 압박·몰입 왜곡·조직 동일시의 부정적 결합이 맞물릴 때, 규정을 우회하는 심리적·문화적 유인이 강화된다(Umphress & Bingham, 2011). 따라서 구조차원의 개입만으로는 ‘형식적 준수’는 높일 수 있어도, 이러한 유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구조–행동–개인의 세 축에서 교차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구조차원에서는 절차와 승인 시스템을 ‘압박 저항성’ 있게 재설계해,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한다. 행동차원에서는 협력적 Job Crafting과 맞춤형 I-deals를 함께 활용해, 부서 간 과업·관계 조율을 강화하고 규정 준수가 성과와 직결된다는 경험을 만든다. 개인 차원에서는 I-deals로 근무 조건·역할을 조정하는 동시에, 인지 crafting을 통해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성과 기준을 재정의하게 한다.

구조차원에서는 성과 압박이 제도를 우회하거나 변형시키지 못하도록, 권력과 영향력의 집중을 차단하는 승인·검증 시스템을 설계했다. 모든 핵심 승인 절차를 ①사전 검토, ②공개 기록, ③후속 점검의 3단계로 고정하되, 규제·윤리·품질과 직결되는 사안은 CEO나 임원 개인이 단독으로 예외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법무·품질·내부 감사 부서의 다중 서명을 필수화하여 한 부서라도 반대하면 절차가 중단되도록 설계했고, 모든 예외 승인 건은 전사 대시보드에 실시간 공개했다. Brockner & Wiesenfeld(1996)는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 신뢰를 유지하려면 절차의 일관성과 투명성 뿐 아니라 권한 분산과 외부 견제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유사하게, Treviño, Weaver & Reynolds(2006)는 다중 검증 절차와 공적 기록 체계가 윤리적 의사결정을 강화하고 규정 위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장치는 ‘윗선의 묵인’이 규정을 무력화하는 것을 차단해, 단기 실적 압박 속에서도 규정 준수를 선택이 아닌 전제 조건으로 만든다.

그 결과, 예외 승인 건수와 승인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 비율이 감소했고, 핵심 인재는 “규정을 지켜도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회복했다. Chen et al.(2013)의 연구는 권한 분산과 투명한 승인 절차가 윤리적 위반을 억제하고 준수율을 높이는 효과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더 나아가, Weaver, Treviño & Cochran(1999)은 윤리 규정 준수 경험이 반복적으로 보상·인정과 연결될 때, 구성원의 조직 신뢰와 장기 잔류 의도가 강화된다고 보고하며 이러한 변화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행동차원에서는 UPB를 장기적으로 조직 신뢰와 구성원의 몰입을 약화시키는 방해적 직무요구로 재정의하고, 이를 대체할 조직 승인·지원 하의 도전적 직무요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전사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를 위해 영업, 마케팅, 품질, 법무, 생산 부서가 참여하는 사전 워크숍과 부서 간 미팅을 정례화하여, “규정을 지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사례를 공유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C레벨 또한 단기 실적을 위해 규정을 우회하는 관행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 고객 충성도, 내부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점에 동의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납기 단축을 위해 원산지 표기를 생략하거나 저가 외국산 대체품 사용을 묵인하는 경우가 있었다(방해적 직무요구 축소). 이를 대신해 원산지 규정을 지키면서도 납기를 단축하기 위해 유사 가격에 품질이 우수한 국내 공급업체를 새로 발굴하고, 공정 효율화를 통해 포장 단계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 과제를 부여했다(도전적 직무요구 증대). Crawford et al.(2010)은 방해적 직무요구가 직무열의를 저하시킨다고 보고했으며, 반대로 도전적 직무요구는 몰입과 성과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Prem et al.(2017) 역시 규정 준수형 도전 과제가 업무 활력과 장기적 잔류 의도를 동시에 강화한다고 실증했다.

또한, 이러한 도전적 직무요구 수행을 위해 사회적·구조적 직무자원을 병행 확대했다. 영업·마케팅 부서는 제안 단계에서부터 품질·법무 부서와 공동 검토를 진행해 원산지 표시, 부자재 변경 등 규정 위반 가능성을 초기에 차단했다. 생산 부서는 설계·구매 단계에서 자재 규격과 인증 절차를 명확히 하고, 승인 부서와의 정기 협의체를 운영해 예외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안을 찾도록 했다. 신규 거래처 발굴이나 인증 자재 탐색과 같은 과제에는 별도의 탐색 예산과 외부 전문가 자문을 지원했다. Tims et al.(2013)은 직무자원 확충이 Job Crafting을 촉진하고 몰입도를 높인다고 밝혔으며, Schaufeli & Taris(2014)는 사회적 자원이 도전적 요구의 긍정적 효과를 강화한다고 보고했다.

그 결과, 단기 실적 압박 속에서도 규정 준수를 전제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경로가 명확해졌다. 구성원은 반복적인 성공 경험을 통해 “규정을 지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회복했고, 이는 절차공정성에 대한 신뢰와 조직 정체성 강화를 동시에 가져왔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제안이 있어도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잔류 의도로 이어졌다.

개인차원에서는 우선 구성원이 조직과의 심리적·가치적 연결을 되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Job Crafting을 활용해 방해적 직무요구를 대체한 도전적 직무요구의 의미를 개인의 직무 정체성과 재 연결시켰다. 인지 Crafting을 통해 구성원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곧 성과 창출과 직결된다”는 새로운 업무 내러티브를 형성했고, 과업·관계 Crafting을 병행하여 부서 간 협력과 정보 공유를 자발적으로 확대했다. Wrzesniewski & Dutton(2001)의 연구는 인지 Crafting이 직무 의미 부여를 강화하고 조직정체성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했으며, Leana et al.(2009)은 협력적 Job Crafting이 팀 내 신뢰를 높이고 이직 의도를 유의하게 낮춘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체성 회복 과정에서 구성원은 다시 “이 조직에서 일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고, 이는 장기적 몰입의 기반이 됐다.

정체성이 회복된 이후, I-deals를 통해 개별 구성원의 상황과 목표에 맞춘 조건·환경 조정이 뒤따랐다. 핵심 인재에게는 도전적 직무요구 수행과 연계된 프로젝트 참여 우선권과 학습·개발 기회를 제공했고, 업무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는 유연 근무나 원격 근무를 허용해 몰입 환경을 최적화했다. Rousseau et al.(2006)은 맞춤형 근무조건이 ‘조직이 나를 존중한다’는 신호를 주어 조직 신뢰와 잔류 의도를 높인다고 밝혔으며, Hornung et al.(2014)도 I-deals 제공 집단이 1년 후 실제 이직률이 유의하게 낮다고 보고했다.

그 결과, 구성원은 “이곳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과 “남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현실적 동기를 동시에 갖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단기 유인책이 아닌, 정체성 회복과 조건 개선이 맞물려 만들어낸 장기적 잔류 의지였다.

3) 가치–리더십 불일치(Shared Values–Style Inconsistency)

McKinsey 7S 진단에서 드러난 세 번째 과제는 공유가치(Shared Values)와 리더십 스타일(Style)의 괴리였다. 표면적으로는 ‘고객 중심’, ‘팀워크’, ‘정직’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지만, 실제 의사결정과 리더십 행동은 단기 성과 달성을 절대 우선으로 했다. 또한 전략 회의에서는 고객 신뢰와 장기 관계 구축이 강조되었으나, 현장에서 중요한 계약 건이 걸리면 절차 위반이나 무리한 납기 약속이 묵인되었고,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실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이 괴리는 두 가지 심리적 손상을 낳았다. 첫째,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의 약화다. 리더의 행동이 공식 가치와 불일치하면, 구성원은 절차의 일관성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Greenberg(1990)는 절차와 가치의 불일치가 조직 신뢰를 급격히 하락시키며, 이는 곧 직무 불만과 이직 의도로 이어진다고 보고했다. Mayer et al.(2009) 역시 리더의 가치 일관성이 낮으면 구성원의 윤리적 행동 수준이 떨어지고, 조직 동일시가 약화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직정체성의 손상이다. 구성원은 “이 조직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잃고 장기적으로 머물 이유를 상실한다. Ashforth & Mael(1989)은 가치–행동 불일치가 냉소주의를 강화한다고 지적했고, Carmeli et al.(2011)은 리더의 가치 위반 경험이 구성원의 이직 의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나 최고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행동이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회사를 지키고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 담당자를 객관적 역량이 아닌 신뢰 관계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은 대표 입장에서는 ‘위험 최소화’ 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직원들에게는 공정성 침해가치 훼손으로 인식되며, 결국 신뢰와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핵심 과제는 리더의 의도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리더의 전략적 판단과 직원의 공정성·가치 인식을 연결하는 접점을 만드는 데 있다. 이 접점이 형성되어야만 가치–행동 괴리가 단순한 ‘의도 불일치’가 아니라 ‘목표와 기준의 조율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환이 가능해질 때, 조직은 가치와 성과를 동시에 지키는 실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구조 차원에서 가치–행동의 일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구조가 안정되어야 이후의 행동 변화와 개인 차원의 몰입 회복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차원에서 이 접점은 제도화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제도는 한편으로는 리더가 생존을 위해 내리는 전략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선택이 직원들에게 가치 일관성과 공정성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장치다. 단순히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의 전략 논리와 직원의 신뢰 논리를 동시에 지켜주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주요 프로젝트의 착수·변경·배정 단계에서 조직의 핵심가치(고객 중심, 팀워크, 정직)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증하는 ‘가치 영향 평가(Value Impact Review)’를 필수 절차로 도입했다. 검증 과정에는 해당 사업 부서뿐 아니라 인사·윤리·고객경험 부서가 함께 참여하며, 가치 위배 가능성이 발견되면 결정을 재조정한다.

이와 유사하게 구글(Google)은 주요 신제품 출시나 조직 설계 변경 시 ‘User & Trust Impact Review’를 진행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타당성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신뢰·데이터 투명성·협업 방식” 같은 핵심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다. 실제로 구글은 이 과정을 통해 특정 광고 프로젝트의 출시 시기를 조정한 바 있는데, 이는 단기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 신뢰를 지킨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리더의 전략적 판단과 직원의 가치 인식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제도적 안전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시도된 바 있다.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는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이 법규·윤리·기업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단순히 법적 리스크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신뢰·투명 경영·지속가능성’ 같은 핵심 가치와의 일관성을 점검하는 장치다. 실제로 이 위원회는 일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치우쳤다”는 이유로 수정 권고를 내렸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가치 훼손 리스크를 줄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Grojean et al.(2004)은 리더십 가치 일관성을 제도에 반영할 때 구성원의 가치 내면화와 몰입도가 유의하게 높아진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이러한 절차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몰입 유지의 기반이 됨을 뒷받침한다.

성과평가 체계에도 변화를 주었다. 연간 평가에서 ‘가치 준수’ 지표를 최소 20% 이상 반영해, 단기 매출이나 비용절감 외에도 가치 기반 행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도록 했다. Detert et al.(2007)의 연구는 부하 직원이 발언할 수 있는 환경과 가치 기반 소통 체계가 조직 내 투명성과 공정성 인식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이직의도 감소와도 연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가치 훼손 사례를 숨기지 않고 학습의 기회로 전환했다. 실제 사례를 부서 회의나 전사 타운홀에서 익명으로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가치를 지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익히도록 했다. Kim & Beehr(2018)는 조직의 가치 일관성이 높을수록 조직 동일시가 강화되고, 이는 이직 의도를 낮춘다고 밝혔으며, Carmeli et al.(2011) 역시 가치 일관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있을 때 리더의 가치 위반 경험이 이직 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화된다고 보고했다.

결국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대표의 재량과 생존 논리가 반드시 조직의 가치 프레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들고, 직원들에게는 “이 조직은 말과 행동이 같다”는 신뢰 회복 신호를 제공한다. 그 결과, 가치와 성과 사이의 균형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제도로 자리 잡게 되며, 이는 신뢰 회복 → 정서적 몰입 유지 → 이직 의도 감소라는 경로로 이어진다.

행동차원에서는 가치 실행의 일관성을 체감하게 하는 설계가 이루어졌다. 가치와 리더십의 불일치는, 리더의 의도를 바꾸는 것보다 직원들이 ‘리더와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행동 차원에서는 가치 기반 협업 구조상징적 과제 부여라는 두 가지 접근을 병행했다.

첫째, 관계·과업 중심의 Job Crafting을 활용해 ‘가치’가 실제 협업 과정에 녹아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정직’이라는 핵심가치를 살리기 위해 영업팀과 법무팀이 계약 초안 단계에서부터 함께 검토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위험을 미리 걸러내고 양쪽 모두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했다(관계 Crafting). 또, ‘팀워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프로젝트 리더는 자신의 성과지표 일부를 팀 단위 목표 달성에 연동시키도록 과업 구조를 재설계했다(과업 Crafting). Wrzesniewski & Dutton(2001)은 이러한 가치 중심 재구성이 구성원의 직무 의미와 조직 동일시를 강화한다고 보고했다.

둘째, I-deals를 통한 상징적 과제·역할 부여를 시행했다. 가치 위반 가능성이 큰 부서나 프로젝트에, 해당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직원을 ‘가치 앰배서더’로 지정해 주도권을 부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단기 실적 압박이 심한 프로젝트에 ‘고객 신뢰 유지’를 전담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공식 성과평가에 반영했다. Rousseau, Ho & Greenberg(2006)는 맞춤형 역할 부여가 조직이 개인의 신념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해 장기적 몰입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은 대표가 ‘성과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무리한 납기 약속이나 규정 위반 묵인과 같이, 직원에게는 가치 훼손과 불공정으로 인식되는 방해적 직무요구를 줄이는 동시에, 가치를 직접 구현하는 행동 경험을 늘려 직원이 조직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Detert et al.(2007) 역시, 가치 기반 실천 경험이 잦을수록 절차공정성 인식과 조직 동일시가 동시에 강화되고, 이는 이직 의도 감소와 유의하게 연결된다고 보고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정체성 회복에서 조건 최적화로 변화가 필요하다. 즉, 구조와 행동차원의 변화가 가치–리더십 불일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내면에서도 “이 조직은 나와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는 확신이 회복돼야 한다. 정체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 조건만 바뀌면, 변화는 단기 만족에 그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먼저 인지 Crafting을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조직의 핵심 가치와 연결 짓도록 돕는다. 인지 Crafting은 단순히 업무 절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목적을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Wrzesniewski & Dutton(2001)은 이를 “직무의 본질을 새롭게 인식하여, 개인의 가치·정체성과 일치시키는 재구성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가치–리더십 불일치 상황에서는, 직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손상 중 하나가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이 말하는 가치와 다르다”는 괴리감이다. 인지 Crafting은 이 괴리를 줄이는 직접적인 도구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무리한 납기 약속을 ‘윗선의 지시’로만 받아들였던 직원이, 조직의 개입과 절차 개선 이후에는 합리적 납기와 규정 준수가 고객 신뢰를 지키는 핵심 성과 지표임을 재정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재해석이 개인의 주관적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직이 승인한 가치와 절차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지 Crafting이 ‘합리화’나 ‘방종’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Leana, Appelbaum & Shevchuk(2009)은 협력적 환경에서 이뤄지는 인지 Crafting이 직무 의미 회복과 팀워크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개인 몰입과 조직 충성도를 함께 높였다.

정체성이 회복된 후에는 I-deals를 통해 각 구성원의 근무 조건과 성장 경로를 최적화한다. 예를 들어, ‘가치 앰배서더’ 역할을 맡은 직원에게 관련 교육 기회를 우선 제공하고, 그 성과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또는, 장기고객 관계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개인의 경력 목표와 조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Rousseau, Ho & Greenberg(2006)는 이러한 맞춤형 합의가 심리적 계약을 강화하고, 장기 잔류 의도를 높인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정체성 회복 → 조건·환경 최적화의 순서로 진행하면, 직원은 단지 ‘머물 이유’가 아니라 ‘머물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Carmeli et al.(2011)의 연구에서도, 가치 일관성 회복 후 근무 조건이 개선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몰입도와 직무 성과가 모두 높았고, 이직 의도는 유의하게 낮았다.


4) 불공정한 인재 운용과 역량 개발 미흡 (Staff & Skills Injustice)

McKinsey 7S 진단에서 드러난 네 번째 과제는 인재운용(Staff)과 역량개발(Skills)에서의 불공정이었다. Staff는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채용·배치·승진시키는지, 즉 인재관리의 원칙과 실행을 의미한다. Skills는 조직과 개인이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 그리고 이를 키우는 교육·훈련 체계를 포함한다.

겉으로는 회사가 “성과와 역량 중심의 인재 관리”를 표방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사의 재량과 비공식적 관계망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승진은 공석 여부나 개인적 친분에 좌우되었고, 교육·훈련 기회 역시 일부에게만 집중되었다. 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를 넘어, 자원과 기회가 불균등하게 분배된다는 인식을 낳았고, 핵심 인재일수록 “내가 가진 역량이 활용되지 못하고, 성장의 문이 막혀 있다”는 Misfit을 경험했다.

이 두 가지는 직원들의 장기 잔류 의도를 직접적으로 약화시켰다. Colquitt et al.(2001)은 분배공정성이 낮으면 조직 동일시와 정서적 몰입이 급격히 감소한다고 보고했고, Carmeli et al.(2011)은 경력 성장 기회의 불공정이 핵심인재의 이직의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Tims & Bakker(2012)는 직무와 역량 간 불일치(Misfit)가 지속되면, 직원이 직무 의미를 상실하고 조직에 대한 몰입을 줄이는 핵심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Staff와 Skills의 불일치는 단순한 인사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조직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고, 이는 곧 이직의도 강화로 이어졌다.

구조차원에서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자리·관계 중심의 운영방식을 버리고 투명한 역량기반 제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Zappos의 승진 제도였다.
Zappos는 승진을 상사의 추천이나 자리 공석이 아니라, 공개된 역량기준(Competency Framework)에 따라 운영했다. 회사는 이를 참고해 모든 직무별 성장단계와 요구역량을 명확히 규정하고, 직원이 기준을 충족하면 누구나 즉시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실제 공정성 인식을 결정짓는 것은 제도 자체보다 ‘그 제도가 얼마나 일관되고 투명하게 운영되느냐’였다. 이를 위해 회사는 세 가지 운영 원칙을 병행했다.

1. 기준의 투명성: 모든 직무 단계별 요구역량을 전사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평가자·피평가자가 동일한 자료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누가 기준을 아는가?”가 아니라 “모두가 똑같이 안다”는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다.

2. 평가의 다면성: 상사 단독 판단을 배제하고, 동료·프로젝트 리더·HR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다면 평가를 적용했다. 특정 개인의 재량이 왜곡되는 위험을 최소화하였다.

3. 결과의 피드백 루프: 승진·교육 배정에서 탈락한 직원에게는 구체적 사유와 다음 단계의 행동 가이드를 제공했다. 이는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불신을 줄이고, 오히려 자기 개발 동기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원칙이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운영관리의 주기성을 제도화했다. 매월 부서별 교육·훈련 배정 현황을 점검하고, 분기별로는 역량 충족에 따른 승진·이동 사례를 리뷰했으며, 반기별로는 전체 운영 성과를 최고경영진까지 포함한 리뷰 세션에서 검토했다. 각 점검 결과는 전사에 공개되어, 직원 누구나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기적이고 공개적인 운영관리가 결합되면서, 제도는 단순한 설계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공정성 장치로 기능했다. 구성원은 “이곳에서는 역량이 곧 성장의 기준이 된다”는 확신을 얻었고, 이는 분배공정성과 경력 성장 신뢰를 동시에 강화했다. 연구 또한 정기적 피드백과 모니터링이 제도의 공정성 인식과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Beer, Boselie & Brewster, 2015).

행동 차원에서는 직원이 Misfit 경험을 줄이고 성장 자원을 체감할 수 있도록, Job Crafting 이론을 제도적으로 수용했다. Wrzesniewski & Dutton(2001)은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직무를 재구성한다고 보았다. 이후 Tims & Bakker(2010, 2012)는 이를 Job Demands–Resources(JD-R) 모델에 접목시켜, 직무요구와 개인 역량·자원 간의 불일치(P–J Misfit)를 Job Crafting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했다. 그들은 Job Crafting을 ① 자원증대(Job Resources Increase), ② 방해 요구감소(Hindering Demands Decrease), ③ 도전 요구확대(Challenging Demands Increase)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체화했으며, 이러한 행동이 직무열의와 몰입을 강화하고 이직 의도를 낮춘다고 밝혔다(Tims, Bakker & Derks, 2013; Crawford et al., 2010).

회사는 이러한 모델을 개인의 자율적 시도에만 맡기지 않고, 공식 제도로 확장했다.

자원증대: 교육·훈련 신청, 경력 이동, 멘토링 매칭을 위한 내부 플랫폼을 운영하여, 누구나 구조적·사회적 자원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방해 요구감소: 상사 재량과 관계 중심으로 운영되던 배치·승진 절차를 역량 기반 기준으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보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도전 요구확대: 전략 프로젝트와 신기술 과제를 공개 경쟁 방식으로 배정해, “공정하게 주어진 기회 속에서 도전한다”는 경험을 보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Job Crafting이 단순히 개인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조직이 승인하고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공식적 경험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Petrou et al.(2012)은 변화 상황에서 Job Crafting이 조직 차원에서 인정될 때, 몰입과 잔류 의도가 유의하게 강화된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회사는 개인의 Crafting 활동을 성과평가와 연계하고, 경력개발 제도와 연결해 직원의 “버텀업 시도”가 제도적 궤도 안에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행동 차원의 개입은 직원이 “성장은 운이나 관계가 아니라, 제도의 원칙 속에서 보장된다”는 확신을 얻게 했다. 그 결과 Misfit 경험이 줄어들고, “내 성장 노력이 존중받고 제도로 이어지는 조직”이라는 신뢰가 형성되며, 장기적 몰입과 잔류 의지가 강화되었다.

개인 차원에서 핵심 과제는 인재가 “이곳에서 머무를 이유”를 단순한 생계 차원이 아니라 성장·의미 차원에서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개별적 근무조건(I-deals)을 전면에 내세웠다. I-deals는 직원이 자신의 경력 목표·삶의 요구·가치 지향에 맞게 근무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조직과 협상하는 제도다(Rousseau et al., 2006). 단순한 유연근무 요청이 아니라, 직원이 자신의 정체성과 직무의 의미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 조직과 나누는 실존적 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I-deals가 종종 특혜나 관리 리스크로 간주되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Hornung et al.(2014)은 I-deals가 실패할 때 가장 큰 리스크로 상대적 박탈감과 형평성 붕괴를 지적했다.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다른 누군가는 배제되었다는 인식은 곧 조직 내 신뢰를 약화시킨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제도를 도입하고도 실제 현장에서는 불만과 불신을 키우며,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는 I-deals를 단순히 개인과 상사의 비공식적 협상에 맡겨두지 않았다. 대신 사전에 운영 매뉴얼과 관리 장치를 마련했다. 모든 I-deals 요청은 ① 요청 사유 기록, ② 대안 검토, ③ 상사와 HR의 공동 확인, ④ 결과 피드백 공유라는 네 단계로 표준화되었고, 그 결과는 전사적으로 공개되어 투명성을 확보했다. 또한 월별·분기별·반기별 리뷰 체계를 통해 I-deals가 특정 개인만의 혜택으로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학습과 정책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적 안전망 위에서만 I-deals는 “특혜가 아닌 제도화된 권리”로 작동할 수 있다. 즉, 직원은 안심하고 자신의 필요를 요청할 수 있고, 리더는 일관된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I-deals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여섯 가지 조건이 현실적으로 구현된다.

BATNA(대안의 존재): 요청이 거절되더라도 불이익이 없고, 다른 대안 경로가 있다는 믿음이 직원의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장기지향성: 단기 편의가 아니라 경력·성장의 맥락에서 조율될 때, I-deals는 회피적 이동이 아닌 몰입 회복으로 이어진다.

절차공정성: 기준과 절차가 명확해야 “특혜”가 아니라 “공식적 권리”로 인식된다.

상호작용 공정성: 요청 과정에서 존중받고 설명을 듣는 경험이, 협상을 신뢰의 과정으로 만든다.

리더의 설명력: “왜 가능했고/불가능했는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불만이 신뢰로 전환된다(Nauta et al., 2013).

심리적 안전감: 말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직원은 협상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다(Ng & Feldman, 2010).

이 여섯 가지 조건은 단순한 보조 장치가 아니라, I-deals가 실패하지 않기 위한 필수 인프라다. 다시 말해, 협상이 이해받고 존중받는 과정으로 인식될 때, I-deals는 특혜가 아니라 회복의 전략으로 기능한다. 결국, 개인차원에서 I-deals는 “한 사람이 조직에 머무를 합리적 이유”를 제공하는 장치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상 자체가 심리적 안전감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경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될 때만, I-deals는 단순한 근무조건 조율을 넘어 몰입 회복과 장기적 잔류의 기반이 된다.


6. TO-BE ― 변화 이후의 모습

몇 달 뒤, 같은 팀 회의실. 예전 같았으면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핵심 인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제안은 고객 니즈를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자원 배분에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전이라면 이런 발언이 공허하게 흘러갔겠지만, 이제는 달랐다. 결정 과정에는 사전에 합의된 절차가 있었고, 누구의 말이든 근거가 분명하면 기록되고 검토되었다. 회의 끝에는 “이번엔 이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자”라는 팀장의 정리로 마무리되었다. 조직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CEO의 한마디로 바뀌던 성과평가 대신, 평가기준이 투명하게 공유되었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상호존중의 태도로 진행되었다. 성과가 빛날 때는 개인보다 팀의 기여가 강조되었고, 실패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나누어 함께 개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맥킨지 7S 진단에서 드러난 네 가지 문제(방향성과 운영체계의 불일치, 성과 압박에 따른 제도 왜곡, 가치–리더십의 괴리, 불공정한 인재 운용)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교정되었다. 전략과 운영이 같은 목표를 향하게 정렬되었고, 절차와 규정은 더 이상 단기 실적에 밀리지 않았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선언된 가치와 일치하기 시작했고, 성장기회는 관계가 아니라 역량과 성과를 기준으로 분배되었다. 변화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었다. “기회가 생기면 떠날 사람”과 “대안이 없어 버티는 사람”으로 나뉘던 구도가 사라지고, 점차 “머물 이유가 있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지적 몰입에 머물던 직원이 정서적 몰입으로 옮겨가는 순간, 조직은 단순히 이탈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신뢰의 기반을 얻었다. 결국, 남아 있는 이유는 더 이상 ‘떠나면 손해’가 아니라 ‘여기에 머무는 것이 의미 있다’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곧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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